[주간政談<상>] 尹, 신년 대담 극과 극 평가…"답정너 질문과 답변"
입력: 2024.02.10 00:00 / 수정: 2024.02.10 00:00

野 "윤 대통령, 민주당 총선 승리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 같다"
한동훈 "검사 사칭한 분이 검사 독재라는 말 하는 게 코미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녹화한 신년 대담 방송이 7일 방영됐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해 매정하게 끊지 못해 아쉽다는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녹화한 신년 대담 방송이 7일 방영됐다.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논란에 대해 "매정하게 끊지 못해 아쉽다"는 입장을 밝히는 데 그쳤다. /대통령실 제공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이철영 기자] -설 명절이 시작했다. 정치권은 총선을 약 두 달 앞두고 가족들이 모이는 연휴 민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도 부인 김건희 여사를 둘러싼 논란이 설 밥상머리에 오르는 것을 우려해 지난 7일 신년 대담을 통해 '디올백 논란' 해명에 나섰지만, 야권에 공격 빌미만 더 제공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김 여사 논란에 대해 '몰카 공작' '정치 공작'이라며 윤 대통령의 해명에 힘을 실었다. 한 위원장은 김 여사 논란을 상쇄하기 위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과거 문제를 끄집어내며 "감옥에 가 있을 것" "길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겠나" 등 비꼬았다.

-아울러 이번 주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함께 준위성정당을 창당하겠다고 밝히면서 4년 전 위성정당 난립 논란이 불거졌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결정에 합의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위원장은 플랜B라며 위성정당 창당 가능성을 열어뒀다. 여기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8일 2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직후 사실상 출마를 시사하는 메시지를 내면서 야권에서 추진 중인 위성정당에 참여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면서 민주당을 긴장시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를 녹화하며 집무실 내 120대 국정과제 현황판, 찰스 국왕에게 선물 받은 윈스턴 처칠의 연설문 모음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 받은 빈티지 야구 물품 액자와 The buck stops here 팻말을 소개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KBS 특별대담 '대통령실을 가다'를 녹화하며 집무실 내 120대 국정과제 현황판, 찰스 국왕에게 선물 받은 윈스턴 처칠의 연설문 모음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선물 받은 빈티지 야구 물품 액자와 'The buck stops here' 팻말을 소개했다. /대통령실 제공

◆"이럴 거면 기자회견을"…尹 신년 대담에 취재진 부글부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녹화한 신년 대담 '대통령실을 가다'가 7일 밤 방영됐어. 다들 어떻게 봤어?

-'디올백' 논란에 대해 '몰카 정치 공작'이라는 입장을 유지했고, 집요하게 접근하는 걸 뿌리치지 못했다는 취지로 답했는데, 방영 전 미리 알려진 답변이라 예상 가능했어.

-질의 내용은 예상 밖이었어. 진행을 맡은 박장범 앵커는 논란이 된 '디올백'에 대해 "외국 회사 조그만 백"이라고 설명했는데, 이 부분은 자칫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이 문제가 될 정도의 것은 아니라는 인상을 줄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불필요했다는 생각이 들었어.

-이번 사건이 의도가 있었던 '몰카 공작'이라는 건 누구나 아는 얘기야. 하지만 김 여사가 디올백을 받은 행위 자체가 부적절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사과나 확실한 유감 표명이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강했고 당정 갈등으로까지 번진 거잖아. 그런데 "매정하게", "박절하게"라는 표현을 여러 차례 쓰면서 거절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해명만 반복한 점이 아쉬워.

-취재진 사이에선 "이럴 거면 기자회견을 했어야 했다", "대담을 택한 이유가 있었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대답만 해) 질문과 답변" 등의 반응이 나왔어.

-대담에서 흥미로웠던 대목도 있었어?

-윤 대통령이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우리 한 위원장"이라고 표현한 부분이야. 한 위원장과 사이가 멀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사용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어. 문재인 전 대통령도 윤 대통령을 검찰총장에 임명장 수여식에서 '우리 총장님'이라고 애정을 보였잖아.

-윤 대통령도 문 전 대통령을 지칭할 때 "우리 대통령님"이라고 표현하곤 했어. 습관적으로 나온 표현일 수도 있을 거 같아.

-많은 아쉬움이 남지만, 이번 대담에서 디올백 이슈로 윤 대통령과 여사가 부부싸움을 하진 않았다는 점이 개인적으론 인상적이었어. "(디올백) 이슈로 부부싸움 하셨어요?"라는 박 앵커 질의에 윤 대통령은 "전혀 안 했다"고 답했는데, '찐사랑꾼'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어.

-윤 대통령이 직접 대통령실 내부 집무실과 국무회의장, 복도 등을 소개하는 장면이 대담 중간 중간에 삽입됐는데, 국민에 대통령실을 공개한다는 취지는 좋았어. 하지만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소통은 현안에 대해 빠르고 분명하게 입장을 밝혀주는 일일 거야.

-대통령실은 이번 대담이 끝이 아니라 기자회견을 포함한 소통 방안을 계속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야. 하지만 대담도 첫 기자회견 후 1년 6개월 만에 이뤄졌잖아. 마음먹기가 쉽지 않아 보여.

윤 대통령이 7일 대담에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야권에서는 실시간 논평을 내보내며 윤 대통령 부부를 규탄했다. /남용희 기자
윤 대통령이 7일 대담에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사과하지 않은 것을 두고 야권에서는 실시간 논평을 내보내며 윤 대통령 부부를 규탄했다. /남용희 기자

◆'명품 가방 의혹' 사과 없었던 尹 대담, '실시간' 극대노한 야당

-7일 대통령 대담이 방영될 때 야권은 실시간 논평을 냈다고?

-민주당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한 대통령의 뻔뻔한 태도가 암담하다"고 했어. 권칠승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에 대해 언급했지만 끝내 대통령의 사과는 없었다"라며 "대국민 사과와 철저한 수사를 요구하는 민의에 대한 대통령의 오만한 불통에 답답함을 누를 수 없다"라고 했지.

-특히 윤 대통령이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를 '공작'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권 수석대변인은 "책임회피를 위한 '몰카 공작', '정치 공작' 주장에 대통령이 동참하다니 기가 막힌다"라며 "이런 억지 주장이 대통령으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라고 지적했어.

-민주당과 연합 비례정당으로 합류할 예정인 새진보연합도 방영 도중 논평을 냈어. 신지혜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대담을 통해 과거의 김건희 여사 범죄 감싸기를 넘어 현행 법률 위반 의혹 역시 오로지 자신의 가족이기 때문에 눈감으며 사법 정의를 외면하겠다고 국민께 선포한 것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어.

-새로운미래도 김효은 선임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대담의 목적은 딱 하나였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진실은 '몰카'이자 '정치공작'이고, 사람을 박대하지 못한 김 여사의 성정 때문이라고 말하기 위함"이라며 "KBS가 김 여사가 받은 명품 가방을 '파우치'로 축소하는 데서는 헛웃음이 나올 지경이다. 사람을 박절하게 대하지 못한다면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에 대해서는 어찌 그리 박절한가"라고 말했어.

-민주당 한 중진 의원에게 대통령 대담 시청 소감을 물었더니 "방송 보니 윤 대통령은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것 같다"라며 한동안 웃더라고.

-야권에는 대통령 대담이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을 위한 여론전의 불씨가 됐네. 설 밥상머리에도 대통령 부부 논란을 상차림으로 나왔으니 국민들 입에도 '박절하지 못한'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이야기는 계속될 것 같아.

-민주당은 사실상 총선 전 마지막 국회 본회의 날인 29일에 특검법 재표결 절차를 거칠 예정이야.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당이 반대한다면 사실상 재표결은 못 하는 거지만, 총선을 한 달 여정도 남은 상황에서 김 여사 의혹을 극대화해 '정부심판론'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으로 보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은 지난 7일 관훈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검사 독재가 있다면 이 대표는 감옥에 있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서예원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은 지난 7일 관훈토론회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향해 "검사 독재가 있다면 이 대표는 감옥에 있을 것"이라고 직격했다. /국회사진취재단, 서예원 기자

◆"이재명은 감옥에"…한동훈 거친 입담에 터져 나온 '웃음'

-한 위원장의 말 한마디에 웃음소리가 나왔다며?

-응. 한 위원장은 지난 7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해 중견 언론인들과 질의응답을 가졌어. 약 100분간 진행된 토론회였던 만큼 다양한 질문이 오갔지. 한 위원장은 이재명 대표의 검사 독재 청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망설임 없이 "검사 독재가 있다면 이 대표는 감옥에 있을 것"이라고 답했어. 그 순간 토론회를 보기 위해 참석한 좌중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지. 아마 한 위원장도 웃음소리를 들었을 것 같아. 소리가 작지는 않았거든.

-이 대표를 향한 한 위원장의 거침없는 발언은 계속됐어. 한 위원장은 "검사를 사칭한 분이 검사 독재라는 말 자체를 하는 게 코미디"라고 말하기도 했지. 지난 2002년 이 대표가 시민 운동을 했던 시절 검사를 사칭해 유죄 판결을 받은 점을 꼬집은 거야. 한 위원장은 또 "검사 독재? 검사 독재가 된다면 이 대표가 길거리를 돌아다닐 수 있겠나"라고 비꼬았어. 이때는 웃음소리가 나오지 않더라고. 발언 수위가 너무 높아서였을까.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은 있었어.

-한 위원장의 다른 답변에서도 웃음소리가 나왔다던데?

-맞아. 이 외에도 두 번 정도 토론회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들렸어. 한 위원장은 '당을 떠나면 다시 윤 대통령이 당을 주도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있다'는 질의에 살짝 미소를 보이며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요. 저는 이기면 안 떠납니다"라고 답했어. 이때 역시 참석자들 사이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지. 한 위원장은 경제 관련 가벼운 문답 중 '지난해 재산세, 종부세는 얼마 정도 내셨느냐'는 질의에 "제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좀 냈습니다"라며 미소를 짓더라고. 몇몇 청중들도 "허허"하며 웃었지.

-관훈토론회는 예정된 시간을 조금 넘긴 뒤에야 종료됐어. 선거가 다가올수록 한 위원장의 발언 수위도 한층 높아지는 분위기야. 다음에는 또 어떤 발언으로 주목을 받게 될지 지켜보자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하>편에 계속

cuba20@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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