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86 청산론' 밀고 있지만…효능감 부족 지적
전문가들 "억지 프레임 패착" 분석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대 총선 구호로 '86 운동권 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건 '검사 독재'에 가려져 선거 프레임 싸움에서 밀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필두로 국민의힘이 22대 총선 구호로 '86 운동권 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내 운동권 정치인들을 정면으로 겨눠 정권 심판론을 희석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40일 넘게 '운동권 청산'의 불씨를 키우려 노력해도 여론의 반향은 크게 없는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내건 '검사 독재'에 가려져 선거 프레임 싸움에서 밀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동훈 비대위 체제 이후 국민의힘은 운동권 청산론을 주장하고 있다. 지난 7일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한 한 위원장은 "민주화운동을 한 분들에 대해 대단히 존경하는 마음이 있지만 민주화운동은 몇몇 사람의 공이 아니라 대한민국 모든 시민의 공"이라며 "그 공을 발췌해 내서 우려먹고 있다. 새로운 정치세력, 좋은 정치의 등장을 꽉 막고 있다"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런 분들이 수십 년째 기득권으로 혜택을 받으면서 정치를 장악하는 것이 대민에 도움이 되나 아니면 해가 되나"라며 "이번 총선에서 그게 청산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출마 선언을 했지만 마포을에 정청래 의원의 대항마로 김경율 비대위원을,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출마를 준비하는 중·성동갑에 윤희숙 전 의원을 배치한 점 역시 운동권 청산을 강조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의 계속된 공세에도 민심은 반응하지 않는 모습이다. 검찰공화국에 맞물려 이재명 대표의 검사 독재 주장에는 다소 공감대가 형성된 반면 운동권 청산은 효능감이 떨어진다는 반응이다. 여론조사 꽃이 2일부터 이틀간 전국 성인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3.1%P에 95% 신뢰 수준)를 살펴보면 이 대표의 '검사독재 청산'이 여론에서도 우위를 보였다.
'한 위원장이 86 운동권 청산을 주장하자 이 대표는 '검사 독재 청산'을 주장했다. 현재 시대정신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ARS 조사(무선 RDD 활용)에선 50.6%가 검사 독재 청산을 꼽았다. 86 운동권 청산을 꼽은 응답은 36.9%였다. 전화면접조사(통신3사 제공 무선가상번호 활용)에선 검사 독재 청산이 52.3%를, 운동권 청산은 31.7%였다.
미디어토마토가 3~4일 전국 성인 101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표본오차 ±3.1%P에 95% 신뢰 수준)에서도 '이번 총선과 관련한 주장 중 어떤 주장에 공감하는지' 질문에 전체 응답자 50.4%는 '검사 독재 청산하는 선거 돼야'라는 항목을 골랐다. '86 운동권 청산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는 응답은 40.2%였다. (무선 RDD 활용 ARS 조사)
한 위원장은 7일 "이런 분들(운동권 출신 정치인)이 수십 년째 기득권으로 혜택을 받으면서 정치를 장악하는 것이 대민에 도움이 되나 아니면 해가 되나"라며 "이번 총선에서 그게 청산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새롬 기자 |
정치권에서는 국민의힘이 프레임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고 본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긍정 평가가 낮은 상황에서 여당이 운동권 심판론만을 내세우다간 자칫 '이념적 색채'만 강해지는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시선도 있다. 야권의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에 "큰 반응이 없는 것 같다"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민주당에서도 우상호 의원 등 대표적인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이 이번 총선에 참여하지 않았고, 야당의 선거를 이끌 이재명 대표가 운동권을 대표하는 인물이 아닌 점 등을 보아 운동권 청산 프레임이 통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윤석열 정부의 인사나 그간 검찰 수사 등을 비춰봤을 때 검사 독재라는 주장은 어느 정도 체감이 될 수 있는 반면 운동권은 청산 대상으로 느껴질 만큼의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았다고도 지적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억지로 프레임을 만든 패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민주화가 돼서 30년이 지났는데 국민을 바보로 보는 것이다. 주장이 통하려면 민주당 지도부가 운동권으로 구성돼 운영돼야 하지만 실제 그렇지 않다. 또 집권당이 이념 싸움을 하는 것은 시대에 뒤처지는 것처럼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최요한 시사평론가도 "운동권 경력을 내세워 출세한 사람이 과연 몇 사람이나 되겠는가. 보수 쪽에는 흡입력 있게 다가올지 모르지만 확산하는 프레임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사랑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