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지금은 연탄 보릿고개...매년 기부하겠다"
입력: 2024.02.08 18:10 / 수정: 2024.02.08 18:10

국민의힘, 외국 대사 명절 선물 대신 취약계층 연탄 후원하기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열린 연탄나눔 봉사활동에서 한 어르신의 집을 방문해 인사드리고 있다. /노원=이새롬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열린 연탄나눔 봉사활동에서 한 어르신의 집을 방문해 인사드리고 있다. /노원=이새롬 기자

[더팩트ㅣ노원=조성은 기자] 연탄 여섯 장을 짊어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한 집에 들어가더나 한참을 나오지 않았다. 다섯 명이 겨우 서있는 좁은 마당으로, "많이 말랐다", "더 먹으라"는 나이 지긋한 어르신의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의 곽오단 할머니(92)의 집.

곽 할머니는 한 위원장에게 "새해엔 경기가 좋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집에서 이렇게 옷을 겹겹이 걸쳐 입으셨다"며 "저희가 더 잘하겠다"고 약속했다.

마당에 있던 연탄봉사 단체 '밥상공동체 연탄은행' 측 관계자는 "어르신들이 연탄 봉사자들이 오면 연탄불에 익힌 고구마 등을 준비해 놓고 주시곤 한다. 오늘은 고구마에 우유도 세 통이나 준비해 놓으셨다"고 귀띔했다. 한눈에 보기에도 낡은 집은 외벽엔 금이 가고 창틀이 벌어져 있었다. 그는 "이런 오래된 집이 많다. 단열도 안 되고 웃풍이 심하다"면서 "이런 곳은 연탄이 더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10월부터 4월 중순까지는 연탄을 때야 한다. 12월까지는 연말이라 연탄 후원이 많이 오지만 1월이 되면 뚝 끊긴다. 2월인 지금은 '연탄 보릿고개'"라고 설명했다.

백사마을은 서울의 몇 남지 않은 '달동네' 중 하나다. 1960년대 용산 청계천 재개발로 강제이주된 주민들의 마을이었다. 지금은 다시 재개발로 대부분의 주민이 떠나고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 100여 가구만 남아있다. 곽 할머니의 이웃집들에는 철거대상인 '공가(空家)'라는 오래된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한 위원장은 이날 국민의힘 당직자 및 연탄은행 자원봉사자 등 100여 명과 함께 연탄봉사에 나섰다. 국민의힘이 매년초에 외국 대사 등에게 보내는 선물용 예산 약 7000만 원을 연탄기부에 활용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이에 따라 총 7만1000장의 연탄을 후원하게 됐다. 한 가구가 한 달에 사용하는 연탄이 대략 200장으로, 대략 355가구의 한 달 사용 분량이다. 한 위원장과 봉사자들은 이날 함께 2000장을 날랐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을 찾아 연탄 배달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설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을 찾아 연탄 배달을 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10시 30분께 백사마을에 등장한 밤색 후드티에 검은색 카고바지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편안한 차림새였다. 위에는 국민의힘 색깔인 빨간색 점퍼를 걸쳤다. 한 위원장은 허기복 연탄은행장으로부터 마을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본격적으로 연탄봉사를 준비했다. 양팔에 팔토시를 끼고 손에는 비닐장갑과 목장갑을 차례로 꼈다. 일부 주민들은 한 위원장을 둘러싸고 "노원을 발전시켜 달라"는 등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한 위원장은 먼저 연탄 60장이 든 손수레를 직접 끌고 가파른 언덕길을 올랐다. 김예령 대변인 등 당직자 4명이 도왔지만 중간에 한번 쉬어야 할 정도로 높은 언덕이었다. 곳곳이 이윽고 가장 꼭대기의 한 대문 앞에 멈춰 연탄을 내렸다. 몇 번을 들락거리다 콧물이 났는지 코 주변을 훔치자 얼굴에 검은 얼룩이 묻었다. 허기복 연탄은행전국협의회장은 한 위원장을 보고 "위원장님 얼굴이 너무 하얗다. 이렇게 분칠 좀 해야 한다"며 웃었다.

연탄을 옮기면서 많은 주민이 한 위원장에게 사진을 요청했다. 민원을 제기하는 주민들도 있었다. 한 주민이 "서울시의 개발정책이 자꾸 바뀌면서 개발이 지연되고 있다. 박원순 전 시장 등이 주거지를 보존한다면서 마을에 희생을 끼쳤다"며 "저희가 법대로 진행해달라고 시위도 했는데, 구청과 시청 모두 저희 말을 듣지 않는다"고 했다. 한 위원장은 "잘 파악하겠다"며 주민이 건넨 서류를 받았다.

한 위원장은 12시께 봉사활동을 마친 뒤 "오늘 7만1000장을 기부한 예산은 원래 외국 대사 등에 대한 명절 선물용이었다"며 "앞으로 우리 국민의힘은 매년 설에 이렇게 7만 장씩 기부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연탄 나눔 봉사에는 한 위원장을 비롯한 김경율·박은식·윤도현 비상대책위원, 장동혁 사무총장, 김종혁 조직부총장, 김예령 대변인, 김형동 비상대책위원장 비서실장, 김선동 서울시당위원장, 심성훈 영입인재 등 당직자 100여 명이 참여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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