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성들도 '가급적 결혼은 늦게'…한국은?
입력: 2024.02.06 17:52 / 수정: 2024.02.06 18:33

통일부,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 발간
北여성, '장마당' 주체 되면서 초혼연령 높아져


한 여성이 지난해 11월 16일 북한 평양에서 어머니날을 맞아 꽃을 건넨 아들을 안아주고 있다. / AP.뉴시스
한 여성이 지난해 11월 16일 북한 평양에서 어머니날을 맞아 꽃을 건넨 아들을 안아주고 있다. / AP.뉴시스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북한 여성들에게서 '가급적 늦은 결혼'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계기로 배급제가 사실상 무너지고 여성들이 가정 경제를 이끌어나가는 역할을 수행하면서다. 북한 여성이 비공식 경제의 핵심인 장마당(시장)의 주체로 부상한 것이 여성의 초혼 연령이 높아지는 결과를 낳았다는 것이다.

통일부는 6일 최근 10년간 탈북자 약 6300명을 대상으로 한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는 객관성·전문성 제고를 위해 북한대학원대와 리서치기관인 글로벌리서치 감수·보완을 거쳐 발간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이전 탈북한 응답자(여성) 1005명 중 25세 이하에 결혼했다는 비율은 66.8%, 26~29세는 30.0%로 평균 결혼 연령은 24.6세였다. 그러나 2012년 이후 탈북민 응답자 중에서는 25세 이하 비율이 51.3%로 떨어졌고, 26~30세 비율은 34.5%로 늘었다. 2012년 이후 탈북민 평균 결혼 연령은 25.9세다.

전체 응답자 평균 결혼 연령은 25.3세를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은 26세 전 결혼을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결혼 연령이 30세 이상인 비율은 2011년 이전 응답자 중 3.0%였는데 2012년 이후 응답자 중에선 14.2%로 상승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에 나타난 탈북민 여성의 결혼 당시 연령 / 통일부 제공
북한 경제·사회 실태 인식보고서에 나타난 탈북민 여성의 결혼 당시 연령 / 통일부 제공

세부적으로 살펴봐도 25세 이하 결혼 비율은 점점 낮아지고, 30세 이상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2006~2010년 결혼한 응답자 중 67.1%였던 25세 이하 결혼 비율은 2011년~2015년 53.7%에서 2016년~2020년 48.5%로 떨어졌다. 반면 30세 이상 결혼 비율은 각각 2.7%, 11.6%, 17.5%로 늘었다. 지역 간 차이도 상당하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평양의 경우 30세 이상에 결혼했다는 응답 비율은 34.0%로, 접경 지역 8.5%와 비접경지역 8.4%보다 높았다.

통일부는 보고서에 "종합시장(장마당) 경제에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게 되면서 젠더 의식이나 가족 전반에 변화가 가시화됐다"며 "여성들이 결혼을 늦게 하는 것, 이혼 경험이 늘어나는 것, 과거에 비해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 가정 내 여성 지위가 상승하는 것 등이 여성이 추동하는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 지표"라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여성의 지위 변화에 대해 통제와 규율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최근 김정은 정권은 여성들에게 많이 자녀를 낳아 기르는 '어머니'의 의무를 다할 것을 교육하고 있으며, 여성동맹을 중심으로 여성의 정치의식을 고양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고서는 "김정은 집권 이후 지속적으로 여성들이 '조선 옷'을 입을 것을 강조하는 것 등은 전통적인 여성상으로의 회귀를 위한 조치라고 해석해야 한다"며 "종합시장에서 경제활동에 나선 여성들이 과거와 같은 '전통적'인 모습이 아닌 현대적이고 적극적인 행동을 수행하는 경향을 북한 당국은 경계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성 초혼 연령이 높아지는 경향은 한국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간한 '미혼인구 증가와 노동공급 장기추세'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 26.5세였던 여성 초혼연령은 2022년 31.3세로, 남성은 29.3세에서 33.7세로 높아졌다. 보고서는 "결혼·출산에 대한 전통적 가치관의 변화, 여성의 고학력화에 따른 노동참여 확대 등에 따라 초혼연령이 늦춰지며 고(高) 연령층의 혼인율이 높아지는 만혼화가 심화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11일 오후 서울 강동구 광나루 한강공원 장미원에서 두 부부의 야외결혼식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만혼과는 무관. / 뉴시스
지난해 6월 11일 오후 서울 강동구 광나루 한강공원 장미원에서 두 부부의 야외결혼식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사진은 '만혼'과는 무관. / 뉴시스

다만 한은 보고서는 남녀 상관없이 나타나는 전반적인 '인구의 미혼화'에 더욱 주목한다. 미혼인구 비중이 특정 연령대가 아닌 전 연령대에서 빠르게 높아지고 있고, 생애미혼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생애미혼율이란 '평생 결혼하지 않는 인구비중'을 뜻하는데 2013년 약 4.8%에서 2019년 10.1%를 거쳐 2023년 13.7%로 증가했다. 결혼하지 않고 사는 사람들이 10년 전엔 100명 중 약 5명이었다면, 지금은 14명으로 늘어났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인구의 미혼화는 경제 주체들이 결혼과 출산에 따른 편익이 비용보다 낮다고 판단한 선택의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며 "청년층이 직면한 장기 취업난, 고용 불안정, 높은 주거비용, 높은 경쟁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 결혼 기회비용을 높이는 요인을 개선해 결혼과 출산을 선호도 높은 선택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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