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에 굴복? 한동훈 공천그립 강화?…김경율 불출마 해석 분분
입력: 2024.02.06 00:00 / 수정: 2024.02.06 00:00

마포을 공천 잡음에 김경율 불출마 선언
"대통령실 압력 없었다" 밝혀
한동훈, 사천 논란 털었다는 분석도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5일 비대위 회의에 참석한 김 위원의 모습. /뉴시스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5일 비대위 회의에 참석한 김 위원의 모습. /뉴시스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김경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치권에서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과 김 위원이 대통령실의 압박에 한발 물러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반면 사천 논란에 직면했던 한 위원장이 부담을 한층 덜었다는 평가도 나와 향후 공천 정국에 관심이 쏠리는 모습이다.

김 위원은 4일 자신의 SNS에 "이번 22대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다. 숙고 끝에 내린 저희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결심"이라며 "서울 마포을 선거구를 포함한 4.10 총선 승리를 위해 비상대책위원으로서의 역할을 더욱 충실히 수행하겠다"라고 밝혔다.

김 위원의 불출마는 사천 논란이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앞서 한 위원장은 지난달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김 위원이 마포을 지역구에 출마할 것이라고 발언해 측근 밀어주기라는 지적이 나왔다. 마포을 지역 당협위원장이던 김성동 전 의원이 반발했고, 당내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5일 비상대책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김 위원은 "많은 고민을 했다"며 사천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부터 불출마 고민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민사회에 있었고, 어떤 절차적 중요성, 민주주의를 중시하는 입장에서 그날(서울시당) 현장에서 반응을 보고 당황스러웠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도 이날 출근길에서 "출마를 하셔서 이겨주셨으면 하는 마음이었지만 본인의 생각이 강했고, 아시다시피 김 위원이 누구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김 위원 결정 배경에 대통령실 압박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대통령실은 사천 논란에 대해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했었고, 나아가 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에 대한 김 위원의 공개 발언에도 불편한 심기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김 위원은 "대통령실에서 공식적인 압력 그런 건 전혀 없었고, 오히려 있었다면 전혀 받아들일 생각이 없다"고 일축했다. 한 위원장도 '용산 요구에 순응한 것이라는 해석이 있다'는 지적에 "잘못된 해석"이라고 답했지만, 정치권에선 용산의 의중이 작용했다고 대체로 보는 분위기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을 통해 "갑작스러운 입장 번복은 납득이 되질 않는다. 누가 봐도 대통령실의 힘이 작용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며 "출마 계획을 국민 앞에 밝혀놓고 갑자기 마음을 바꾼 이유는 다른 것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에 "이번 사태는 결국 윤 대통령의 승리"라고 말했다. 그는 "(김 위원의 김 여사 관련 발언에) 윤 대통령이 매우 불쾌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특검 정국에서 김 위원이 치고 나온 것인데 대통령실이 (불쾌감을) 대놓고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한 위원장의 사퇴까지 언급할 정도로 상당한 분노가 있었다"라며 "비대위원직 유지는 괜찮지만, 총선에 출마한다는 거 자체는 (이미 사천으로 논란이 있었기 때문에) 대통령실이 받아들이긴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 위원이 스스로 결단을 내리면서 한 위원장이 부담을 덜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마포을 공천을 둘러싸고 발생할 잡음의 원인을 제거해 공천 정국에서 한 위원장의 그립감이 더욱 세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역 정청래 의원보다 열세를 보인 것도 불출마 결정의 원인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의 불출마는 사천 논란이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 위원과 함 위원장의 모습. /이새롬 기자
김 위원의 불출마는 사천 논란이 크게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김 위원과 함 위원장의 모습. /이새롬 기자

이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와의 인터뷰에서 "한 위원장이 사천 논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 본인이 출마하지 않음으로써 불편했던 부분을 털어버리고 한 위원장에게도 힘도 실어주는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민했지 않겠나"라고 했다. 김 위원도 자신의 사퇴로 한 위원장이 공천 주도권을 가져가는 해석에 대해 동의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동의한다"라고 답했다.

이동수 정치평론가는 "한 위원장이 당권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어떤 일말의 문제 소지도 일으키지 않겠다는 의미인 것 같다"며 "보수 핵심 지지층의 여론을 봐도 무게추가 한 위원장 쪽으로 많이 이동했다는 느낌을 받는다. 어떻게 보면 미래권력과 현재권력 사이의 눈치싸움이 있었던 셈인데 김 위원이 미래권력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김 위원이 '명품백 의혹'에 대한 윤 대통령의 입장 표명이 부족하다면 앞으로도 계속 관련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힌 점에 비춰 전문가들은 앞으로 갈등이 거세질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마포을에 출마하되 비대위원직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을 원했다고 알려진 대통령실 의견과 정반대 선택을 한 셈이어서 대립 구도가 더욱 팽팽해졌다는 시선도 있다. 김 위원은 오는 7일 예정된 윤 대통령의 신년 대담을 지켜보겠다면서 "당외·당내의 목소리가 우리 당 목소리로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은 어찌 보면 부끄러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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