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선거제 개정 수렁…이재명 정치 명운 건 결단 남았다
입력: 2024.02.04 00:00 / 수정: 2024.02.04 00:00

선거제 개정, 전 당원 투표 검토에서 이재명 전권 위임
결국엔 준연동형? 이재명 리더십 도마 위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방식에 대한 결정권을 이재명 대표에 위임하기로 했다. 지도부 내에서는 선거제 당론 결정을 위해 당원 투표 여부 검토 의견도 나왔다. /남용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2대 총선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출 방식에 대한 결정권을 이재명 대표에 위임하기로 했다. 지도부 내에서는 선거제 당론 결정을 위해 당원 투표 여부 검토 의견도 나왔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22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 개정에 대한 당론 결정 권한을 이재명 대표에게 위임키로 했다. 당 지도부 내에서 '전 당원 투표'를 검토하자는 의견이 제기된 후, 병립형 회귀 명분 마련을 위한 포석이란 비판이 나오자 일보 후퇴한 것이다. 당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거세지자, 이 대표가 선거제 결정에 따른 정치적 리스크를 감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 대표의 정치적 부담이 가중되면서, 민주당이 더욱 수렁에 빠지는 모양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2일 오후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최고위에서 선거제와 관련한 허심탄회한 소통이 있었고, 당의 입장을 정하는 권한을 이 대표에게 위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이 대표의 결정 시점에 대해선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민주당은 선거제 개정에 대한 의견을 전 당원들에게 투표로 묻기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위성정당 없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공약으로 내세웠는데, 이 공언대로라면 선거에서 민주당에 당내에서 20~25석을 손해 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선거 패배에 따른 현실론과 국민들과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원칙론이 맞붙었고, 당 지도부에서는 당원 투표를 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같은 제안은 곧바로 당 내홍으로 이어졌다. 이 대표의 정치적 부담을 줄이기 위한 '책임 전가 투표'라는 비판에서다. 과거 21대 총선을 앞두고 비례정당용 위성정당을 만들 때도 같은 당원 투표 과정을 거쳤다. 지난 4·7 재보궐 선거 당시에도 전 당원투표에 기대 후보를 공천했다. 자당에 귀책사유가 있을 시 무공천을 해야 한다는 당헌이 명시돼 있음에도, '당원의 명령'이라는 뜻을 내세워 후보를 냈다. 결과는 민주당의 대참패였고, 당은 이후로도 정치적 후폭풍에 계속 시달려야 했다.

진보당 등 야권은 비례연합정당을 통한 연대만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2024정치개혁공동행동과 진보 진영 정당 의원들이 지난해 9월 병립형 회귀에 반대하는 장면. /이새롬 기자
진보당 등 야권은 '비례연합정당'을 통한 연대만이 윤석열 정권을 심판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은 2024정치개혁공동행동과 진보 진영 정당 의원들이 지난해 9월 병립형 회귀에 반대하는 장면. /이새롬 기자

당장 당내에서는 무책임한 정치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와 관련 고민정 최고위원은 "의총에서 지도부 결단을 내리길 촉구한 바 있는 만큼 저희 지도부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며 "전 당원투표에 기대어 결정하는 건 책임 전가하는 것으로 무책임한 행동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이 대표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병립형 회귀 △연동형 유지(대선 공약) △전당원 투표 후 수용 등이다. 병립형 회귀의 경우 이 대표의 기존 공약을 뒤집는 만큼, 정치 개혁 흐름을 퇴행시킨다는 비판에 더해 '내로남불' 프레임에 걸려들 수 있다. 그만큼 이 대표에 대한 정치적 타격도 상당하다. 현행인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간다면, 진보진영 내 '비례연합정당'과의 연합정치가 점쳐진다. 당연히 '꼼수 위성정당'이란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같은 진퇴양난에 이 대표 리스크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비명계'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과거 재보궐 선거 당시만 봐도 전 당원 투표가 정치적 면피가 안 되지 않나"라며 "결국 실리를 취할 것인지, 대의명분을 얻을 것인지 대표의 정치적 결단만 남아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병립형을 택하지 않으면 열성 당원들이 반발할 테고, 준연동형을 포기한다면 시민 사회에서 반발이 있을 것"이라며 "대표의 정치적 부담이 상당할 것인데, 이 대표의 숙명"이라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공천에서 40~50명이 낙마할 것으로 보이는데, 병립형 회귀를 선택하면 감당하기 쉽지 않다"며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준연동형을 유지하면서, 비례연합정당으로 연대한다면 이 대표의 리더십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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