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비대위, 당사로 이동...도보 왕복 '30분'
'입법부' 국회, 17대 총선부터 법 위반 중
국민의힘이 최근 국회 본청에서 열었던 비상대책위원회의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한동훈 비대위원장. /배정한 기자 |
☞<상>편에 이어
[더팩트ㅣ정리=김정수 기자]
◆중앙당사로 거처 옮긴 비대위…기자들은 체력 단련?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회가 활동무대를 옮겼다며.
-맞아. 원래 국회 본청에서 열리던 비대위 회의를 이제 중앙당사에서 열고 있어. 중앙당사 5층에 큰 회의실이 있는데 거기에 국회처럼 긴 책상을 놔두고 회의를 하는 거야. 당사는 여의도 남중빌딩에 위치하고 있어. 천막당사와 영등포 당사 등 시련을 거쳤던 국민의힘이 400억 원을 들여 2020년 매입한 건물이야. 지하부터 2층까진 식당과 카페가 입주해 있고 그 위층부턴 국민의힘이 모두 사용하고 있어.
-옮긴 이유는 뭐야?
-총선 대비 때문이라고 해. 한 비대위원장은 "4월 10일 총선에 더 절실함을 갖고 집중해 임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의를 모든 당의 인력이 집중된 당사에서 하기로 했다"라고 밝혔어. 원래 건물 중간층엔 영어교육업체가 있었는데 이들이 떠나면서 당 기획조정국이 그곳을 사용하게 됐다고 해. 공천관리위원회 회의도 당사에서 열리니까 한 건물에서 집중할 수 있다는 이유지. 소통도 편할 것으로 보여.
-그런데 일각에선 한 위원장이 기자들과 접촉면을 줄이기 위해 옮긴 거라는 추측도 나와. 국회 본청에는 기자들이 앉아있는데 지나다닐 때마다 마주칠 수밖에 없어. 한 위원장이 비대위원장실에서 나올 때마다 기자들이 있으니까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 지난달 24일 숭실대를 방문한 자리에선 "앞으로는 '백블'(백브리핑)을 한 번만 하겠다. 짧게 하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어. 국회에 비해 당사는 내밀한 구조야. 카드키가 있어야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어서 기자들이 다니긴 어렵지.
국민의힘은 건물 2층부터 10층까지 사용하고 있다. 국회 소통관에서 당사까지는 도보로 16분이 걸린다. /조성은 기자·네이버 지도 갈무리 |
-그럼 기자들도 국회가 아닌 당사로 가야겠네. 당사 취재는 어때?
-난이도 '최상'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해. 기자들이 있는 국회 소통관에서 본관까지는 도보로 2분 안에 갈 수 있는데 당사까진 정확히 16분이 걸려. 왕복 30분이 넘지. 운동 삼아 걷는 건 좋은데 당사 건물이 협소하다는 게 문제야. 기자들은 일단 1층 로비에서 대기해야 해. 당 관계자가 출근해서 상황 정리까지 끝나야 엘리베이터를 이용할 수 있어. 양해를 구하고 건물 관리하는 분 의자를 잠시 빌려 앉기도 해. 10층 규모의 건물엔 자그마한 엘리베이터가 단 두 대 있는데 올라가려는 사람들만 족히 100명은 넘는 듯했어. 대략 6~7명이 겨우 탑승할 수 있는데 그것도 카드키를 찍어줘야 올라갈 수 있으니까 5층까지 가는 것도 사람이 몰려서 쉽지 않아. 포기하고 계단으로 올라가기도 하는데 무거운 장비를 들고 다녀야 하는 카메라 기자들에겐 매우 힘든 일이야.
-올라가서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야. 공간도 작으니 따닥따닥 붙어 앉아야 하고, 복도도 비좁아서 다들 조심해서 다니고 있지. 화장실도 두 칸이니까 아예 이용을 포기하기도 해. 비대위 회의가 끝나고 나선 보통 백브리핑을 하는데 장소가 마땅치 않아서 1층으로 다시 내려오거든. 좁은 로비에 수십 명이 모이게 되니까 건물 이용자들은 출입하기도 쉽지 않지. 백브리핑을 하게 되는 사람도 장소가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야. 계속 뒤에서 엘리베이터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사람이 드나드니까 집중이 안 될 수밖에. 기자들 사이에서도 아침부터 힘들다는 말이 나와. 뭐 체력 단련을 시켜주려는 좋은 의도(?)로 생각하면 나름 즐겁게 취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22대 총선에 나선 예비 후보자들이 본인의 지역구도 모른 채 선거 운동에 나서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더팩트DB |
◆또 '깜깜이 선거'...선거제는커녕 뛰는 지역도 모르는 후보들 대혼란
-22대 총선을 60여 일 앞두고도 여전히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하지 못했네.
-그러게. 2020년 총선 당시에도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 초 선거구를 정해 정치권이 큰 지탄을 받았어. 그런데 똑같은 악습이 반복되고 있는 거야. 공직선거법에 따르면 국회는 선거 1년 전에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해야 해. 17대 총선부터 단 한 번도 지켜지지 않았던 법이라,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으로 봐야겠지. 선거 뛰는 사람들이 본인의 지역구도 모른 채 선거 운동을 하는 황당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고 있는 거야.
-선거구 합구·분구가 예상되는 지역구에서 선거 운동 중인 후보자들의 고민이 깊겠는데.
-맞아. 지역 예비 후보자들은 당장 선거 사무소를 내기도 어려운 상황이야. 후보자들은 소위 목이 좋은 곳에 사무소를 설치하는데, 본인의 선거구가 아니면 말 그대로 낭패잖아. 현수막을 거는 것도 고민이 되는 거지. 예를 들어, 경기 부천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획정위)가 4개 지역구를 3개로 합구할 것을 제안했어. 이 제안대로라면 지역구 지형이 크게 바뀌게 되거든. 후보자들 사이에서 "인생 걸고 나섰는데 룰도 모르는 상황"이라는 한탄이 나올만하지.
4·10 총선을 60여 일 앞둔 시점이지만 여야 모두 선거구 획정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왼쪽부터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김진표 국회의장,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남용희 기자 |
-정치권에서 '짬짬이 선거' 비난도 나오고 있던데, 이유가 뭐야.
-여야 모두 강세 지역구 유지를 위한 신경전을 이어가고 있잖아. 민주당은 획정위 권고에 반발 중이야. 서울 노원, 전북 지역 의석수가 줄어드는 것에 결사반대하면서도, 국민의힘에 서울 강남 지역도 함께 줄여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어. 그런 반면 서울 종로와 중구 지역구를 합쳐야 한다는 획정위의 권고는 여야가 모두 수용하지 않기로 협의한 거야. 종로는 국민의힘이, 중구는 민주당이 깃발을 꽂은 지역구라 여야의 손익이 맞아떨어진 거지. 정치권이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본인들의 득실만을 따지면서 선거구를 정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만해. 한 정치권 인사는 "늑장 논의가 매번 반복되고 있는데, 중이 제 머리를 못 깎는 격"이라고 하더라. 이 같은 후진적 악습을 고칠 수 있는 제도 마련을 국회가 못한다는 거지.
더불어민주당이 중대재해처벌법 유예안을 수용할 수 없다고 밝히자,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할 수 있는 모든 양보를 다 했지만 신의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남용희 기자 |
◆"다 줬는데"...중처법 불발에 '부글부글' 여당
-여당이 추진했던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2년 유예안이 결국 불발됐지?
-맞아. 국민의힘은 민주당에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처법 시행을 2년 늦춰달라고 제안했어. 해당 사업장들이 법에 대비할 시간을 달라는 이유였지. 물론 이들에게 대처할 시간이 주어지긴 했었는데, 당시는 코로나19 상황이라 준비할 여력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수용 최종 조건인 산업안전보건청 설치까지 받아들였지만 결국 거절당했어.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할 수 있는 모든 양보를 다 했지만 신의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는 모습에 할 말을 잃었다"고 민주당을 강하게 규탄했지.
-여당 내부에선 민주당을 향한 강한 불만이 표출됐다며?
-응. 애초에 유예안 자체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 박았으면 모르겠는데, 협상 조건들을 제시하다가 마지막에 뒤통수를 쳤다는 불만이 나오더라고. 앞서 국민의힘은 산업안전보건청 수용 전에 민주당이 제시한 3대 조건까지 모두 지키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지난 2년 유예 외에 추가 유예에 대한 정부의 사과, 2년 유예에 따른 재해 예방 준비 계획과 예산 지원 방안, 2년 유예 후에는 반드시 이를 시행하겠다는 정부와 경제계의 공개 약속 등이었지.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야 합의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잔뜩 심어놓고 사실상 우리를 가지고 논 것 아니냐"라고 하더라고.
지난달 31일 국회에서 열린 '50인 미만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중처법 유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윤 원내대표(오른쪽)가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으로부터 호소문을 전달받고 있는 모습. /배정한 기자 |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협상의 여지를 열어뒀다는데?
-맞아. 윤 원내대표는 2일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추가 협상 여지에 대해 "어제(1일) 국회 본회의가 끝나고도 말씀드렸습니다만 민생을 위한 일이라면 어떤 일도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민주당이 다른 협상안을 제시한다면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라고 답했어. 여당은 중처법에 적용되는 50인 미만 사업장이 83만 곳이고 근로자만 800만 명이라며 법 시행을 반드시 유예해야 한다는 입장이야. 민주당은 "법안 취지를 존중하고 산업재해가 재발하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며 유예안을 거부했다고 해. 여야가 계속 평행선을 달릴지, 합의가 이뤄질 수 있을지 눈여겨봐야겠네.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들의 송환을 기원하는 물망초 상징물. /통일부 제공 |
◆ "北 억류 국민 잊지 마세요"…물망초 의상, 패션위크서 공개
-통일부가 '물망초 상징'을 공개했어?
-통일부는 지난 1일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꽃말을 가진 물망초 세 송이로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상징물을 만들었다고 밝혔어. 통일부는 "북한에 억류된 우리 국민들에 대한 송환을 촉구한다"며 "그 가족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노력에 국민 모두가 동참하고, 이분들을 오래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 상징 제작을 추진했다"고 설명했어.
-물망초 상징 제작은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 국민적 공감대 확산을 위해 통일부가 추진한 국민참여형사업의 일환이야. 이 상징물은 지난해 정책용역 발주와 피해 국민 가족, 관련 단체 측 의견 수렴을 거쳐 확정된 거래. 통일부는 물망초 상징 디자인을 공공저작물로 등록해 생활용품 등 일상생활에서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야.
-상징을 담은 옷도 곧 나온다고.
-의상 작품은 현재 국내 패션 브랜드 얼킨(대표 이성동)에서 제작했다고 해. 3일 진행되는 '2024 F/W 서울패션위크' 런웨이쇼에서 이 물망초 상징을 모티브로 제작한 의상 작품이 쇼 피날레로 공개된대.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에 납치·감금되어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 국민은 2014년 10월에 억류된 김국기 선교사 등 6명이다. /임영무 기자 |
-중앙일보에 따르면 물망초 의상을 제작한 이 대표는 이산가족 3세대라고 해. 그의 할아버지가 북측 강원도 출신인 거야. 이 대표는 패션쇼 무대를 통해 북한은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에 그간 어떤 입장을 취했는지,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관심을 갖길 바란다고 전했어.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는 얼마나 돼?
-통일부에 따르면 북한에 납치·감금되어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우리 국민은 2014년 10월에 억류된 김국기 선교사 등 6명이야. 포로가 됐다 돌아오지 못한 국군포로와 전후납북자는 각각 6만여 명, 516명으로 추산하고 있어. 북한은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며 생사 확인에도 응하지 않고 있어.
-통일부는 자국민 보호를 최우선에 두고 납북자·억류자·국군포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야. 유사 입장국, 각국 유관부처와 국제적 연대 강화를 통해 해결 방안을 찾아나갈 거래. 특히 오는 11월엔 북한에 대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도 있으니 우리 정부가 어떤 메시지를 낼지 지켜보자고.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