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권역별 비례제' 되면 '계양을' 안 나온다?
입력: 2024.02.02 11:00 / 수정: 2024.02.02 11:00

여권·제3지대, 李 '비례대표 출마설' 주장
민주당 지도부 "李 계양을 나온다 확실히 말했다"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을 두고 결론을 정하지 못한 가운데, 여권 등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역구 출마가 아닌 비례대표에 출마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이 대표. /배정한 기자
민주당이 선거제 개편을 두고 결론을 정하지 못한 가운데, 여권 등 정치권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역구 출마가 아닌 비례대표에 출마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사진은 이 대표.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오는 총선의 선거제도 개편을 두고 전당원 투표를 실시하는 등 권역별 비례대표제 시행을 위한 절차에 돌입했다. 당 안팎으로는 이 대표의 대선 공약이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뒤집어 거대 양당에 유리한 병립형으로 회귀하는 데에 대한 거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또 여권을 중심으로는 이 대표가 총선에서 지역구 출마가 아닌 비례대표로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으며 맹공에 나섰다.

정치권에 따르면 1일 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해 전당원 투표를 위한 실무 준비에 착수 중이다. 총선이 70여 일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병립형 회귀와 준연동형 유지를 놓고 당내 여론이 팽팽하게 대립하며 좁혀지지 않자, 당원 투표를 카드로 꺼내든 것이다. 앞서 전날 이재명 대표는 신년 기자회견에서 선거제 개편에 대해 "이해관계가 있을 수 있는 일이라서 신중하게 의견 수렴을 하고 있다"라며 "길지 않은 시간 안에 허심탄회하게 말씀드리고 대화할 시간을 갖겠다"라며 즉답을 피했다.

전당원 투표 시행을 두고 일각에서는 당 지도부가 병립형 회귀를 밀어붙이기 위해 책임을 떠넘기고 비판은 피하려고 지지층을 이용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에서 "원래 전당원투표로 간다는 게 제일 불길한 것"이라며 "(민주당의 잘못으로 열린) 서울, 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때, 당헌 개정을 할 때(등)곤란한 건 다 당원투표에 맡겨서 한 것 아니냐. 대개 천벌 받을 짓은 전부 당원 투표를 해서 하더라"라며 당 지도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가 비례대표에 나오고 싶기 때문에 민주당이 선거제에 대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한 위원장. /배정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 대표가 비례대표에 나오고 싶기 때문에 민주당이 선거제에 대해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은 한 위원장. /배정한 기자

여권을 비롯한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인천 계양을 지역구 출마가 아닌 권역별 비례대표로 출마할 것이라는 주장을 제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민주당이 선거제 입장을 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재명 대표가 비례대표로 나오고 싶다는 것, 그리고 이 대표 주위 진영에서 (비례) 몫을 나눠 먹기 쉽게 하려는 것" 두 가지 때문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 대표가 계양을에 출마할 것이라고 못을 박았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31일 MBC 라디오에서 "이재명 대표는 비례대표에 가지 않겠다고 정확하게 제게 말했다"고 말했다. 이어 홍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계양을에 출마하는 것이 확실하냐'는 질문에 "제가 이재명 대표의 거취를 함부로 논의할 수는 없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이 대표는 민주당 당사에서 인천 계양을 공천 신청자 자격으로 면접을 봤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의) 비례대표로 출마하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원 전 장관의 몸집만 키워주는 꼴이 될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이 점점 더 국민의 신뢰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도부의 단언에도 정치권 내 이 대표의 지역구 출마를 확신할 수 없다는 분위기는 여전히 남아있다. 현재 계양을에는 원희룡 전 국토부 장관이 '이재명 대항마'를 자처하며 출격했다. 인천 계양을은 야당 지지율이 강세인 지역이지만,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원 전 장관의 출마로 여당은 수도권 선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원 전 장관 입장에서는 선거를 지더라도 이 대표와의 대결은 정치 체급을 키울 수 있어 손해는 없을 것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대선후보급인 두 사람이 총선에서 맞붙으면, 이 대표가 자칫 지역구에 발목이 잡혀 다른 지역 후보들의 선거 유세 지원에 나서기 힘든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때문에 이 대표가 전국구 선거를 지휘하기 위해 비례대표로 출마해 불출마 대신 당을 위해 헌신하는 이미지를 보일 것이라는 주장이 나오는 것이다.

제3지대 측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하면 이 대표는 수도권 비례로 출마할 것이라고 본다"라며 "이 대표의 여태 행보를 보면, 대담한 선택은 못 하는 사람이다. (지금은 지역구에 나온다고 하지만) 말을 바꾸고 비례로 출마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 대표가 계양을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혔음에도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로는 이 대표가 과거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스스로 뒤집었던 사례들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용희 기자
이 대표가 계양을 지역구 출마 의사를 밝혔음에도 비례대표 출마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 중 하나로는 이 대표가 과거 국민들에게 했던 약속을 스스로 뒤집었던 사례들이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남용희 기자

이 대표가 약속을 뒤집었던 과거 사례들도 본인에게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선거제 개편의 경우 이 대표는 대선 당시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위성정당 금지 등을 공약했으나, 지난해 말 '멋있게 지면 무슨 소용인가'라며 병립형 회귀를 시사했다. 또 이 대표는 '불체포특권 포기'를 약속했으나, 자신을 향한 체포동의안이 지난해 9월 국회에 왔을 당시 부결을 호소하는 내용의 SNS 글을 올려 의원들의 빈축을 샀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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