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남부 출마자들, 유승민 역할 기다릴 것"
4월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내에서는 '유승민 역할론'이 부상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임영무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잔류를 결정하면서 총선에서의 역할에 관심이 쏠린다. 당내에서는 중도층의 지지가 큰 유 전 의원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유 전 의원이 수위 높은 비판을 해온 데 대해 반감이 크고 윤석열 대통령과의 감정의 골이 깊다는 점이 걸림돌이다. 윤 대통령과의 갈등을 겪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1일 취재를 종합하면 당내에서는 수도권 선거에 유 전 의원의 역할론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험지출마와 함께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은 한동훈 위원장이, 경기는 유 전 의원이 이끌어야 한다는 것.
수도권 출마를 준비 중인 한 인사는 통화에서 "시너지 효과가 클 것"이라며 "수도권·중도층·청년층이 유 전 의원에게 가진 긍정적인 평가, 특히 열세인 경기 남부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 다른 인사는 통화에서 "중도 외연 확장, 당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는 계기"라며 "또 윤 대통령의 불통 이미지, '정적은 용인하지 않는다'는 이미지를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당내에서 유 전 의원에 대한 불만이 있는 건 사실이다. 대구·경북(TK) 지역 당원들에게 '배신자' 이미지가 남아있는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수도권은 얘기가 다르다. 특히 경기 남부 출마자들은 유 전 의원이 나서주길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인사는 통화에서 "전당대회와 달리 총선이나 대선은 중도층을 얼마나 잡느냐의 싸움"이라며 "유 전 의원은 중도층·수도권·청년층의 지지를 받는다. 우리 당에 꼭 필요한 부분이다. 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으로 분산되는 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국민의힘 인재영입위원인 조정훈 의원은 이날 TV조선 유튜브 <강펀치>에서 "이기는 후보가 친윤"이라며 유승민 역할론에 힘을 실었다. 그는 "대통령이 맨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려면 이번 총선에서 무조건 과반해야 한다"면서 '유 전 의원의 공천을 한 위원장에게 건의하겠느냐'는 질문에 "과반이 안되면 한 위원장 스스로 누구보다 아쉬울 것"이라고 답했다.
앞서 유 전 의원은 지난달 28일 페이스북에 "당을 지키겠다"면서 탈당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반윤'을 내세운 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에서 러브콜이 이어질 때였다. 유 전 의원은 이 전 대표와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바른정당 시절부터 정치 행보를 같이 해왔다.
그러면서 "공천 신청은 하지 않는다"며 "오랜 시간 인내해 왔고 앞으로도 인내할 것이다. 우리 정치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복무하도록 남은 인생을 바치겠다"고 했다.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표현을 두고 일각에서는 '스스로 신청하지는 않겠지만 당에서 요청한다면 출마할 수도 있다는 뜻'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유 전 의원은 지난 21대 총선에서는 '불출마'라는 명확한 표현을 한 바 있다.
유 전 의원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유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통화에서 "유 전 의원이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면서도 "먼저 나서지는 않겠지만 당이 잘 되길 바라는 마음은 유 전 의원도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의 요청이 있다면 역할을 할 것"이라며 "꼭 출마가 아니더라도 어떤 방식으로든 총선 승리를 위해 모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총선 역할론에 대해 유승민 전 의원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뉴시스 |
유 전 의원 스스로도 정치적 재기를 위해 총선에서 역할이 필요하다. 유 전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이후 전통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아왔다. 한 초선의원은 통화에서 "비판은 할 수 있지만 유 전 의원은 도가 지나쳤다"며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그런 만큼 돌아선 당심(黨心)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당에 헌신하는 모습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유 전 의원의 다음 목표가 대선이라면 당내 지지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다.
친윤계는 '유승민 역할론'을 인정하면서도 반기지 않는 분위기다. 한 재선의원은 통화에서 "출마한다면 어디에 나오느냐가 관건이다. 유 전 의원은 대선주자이기도 했는데 상대의 '급'이 맞아야 하지 않겠냐"며 "가령 인천 계양을은 '이재명 대 원희룡'이다. 그런 의미있는 그림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윤 대통령과 당을 강하게 비판하던 것도 고민되는 부분"이라며 "유 전 의원의 포지셔닝을 잘 해야한다. 일관성 없이 스탠스가 꼬인다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분석했다.
공은 한 위원장에게 넘어간 모양새다. '유승민 카드'는 중도확장의 매력적 카드다. '반윤'으로 뭉친 이준석 전 대표의 개혁신당 바람도 잠재울 수 있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총선에서 승리하려면 한 위원장이 유 전 의원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유 전 의원과 윤 대통령과의 관계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경선 시절 맞붙으면서 감정의 골이 깊어졌다"며 "유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을 인정하지 않고, 윤 대통령은 유 전 의원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한 위원장은 '유승민 역할론'에 대해 선을 긋고 있다. 앞서 유 전 의원을 5선의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오산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으나 한 위원장은 "그런 검토를 한 바는 없다"고 일축했다. 다만 검토 가능성에 대해서는 "저의 총선 전략은 그렇게 대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며 "이기는 공천, 국민에게 명분이 있는 공천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또한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면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안 나오는 상황에, 윤 대통령이 좋아하고 말고는 호사스러운 얘기"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