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가 밀어주는데 어떻게 이기나"...친명 투입에 물러나는 친문
입력: 2024.02.02 00:00 / 수정: 2024.02.02 00:00

1일 친문 여선웅 불출마, 친명 김지호와 단일화
전략 선거구에 친명 투입 움직임, "계파 갈등은 곧 필패" 우려도


전략선거구에 친이재명계 인사들에 대한 경쟁력 조사가 진행되면서 당이 뒤숭숭하다. 지난달 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천 면접을 본 뒤 당사를 나서고 있는 모습./이새롬 기자
전략선거구에 친이재명계 인사들에 대한 경쟁력 조사가 진행되면서 당이 뒤숭숭하다. 지난달 31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천 면접을 본 뒤 당사를 나서고 있는 모습./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22대 총선을 앞두고 친문(친문재인)계 인사들이 도전장을 낸 수도권 내 주요 격전지에 친명(친이재명)계 인사들에 대한 경쟁력 조사가 실시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공천 잡음 조짐이 보인다. 친문-친명 세력 간의 계파 갈등 양상에 당내에서는 당장 경계하는 분위기다. 고질적인 계파 갈등으로 인해 선거에서 분열되면 필패한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친문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이재명이 밀어주는데 어떻게 이기냐"는 무기력함도 감지된다.

1일 정치권에 따르면,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도전장을 낸 서울 중구·성동갑 지역구에 친명계 조상호 더불어민주당 법률위원회 부위원장 전략공천설이 흘러 나온다. 중구·성동갑에서 임 전 실장과 함께 조 부위원장에 대한 경쟁력 조사가 진행되면서다. 경선없이 전략공천이 가능한 전략선거구인 만큼 조 위원장 공천을 위한 사전 작업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 현재 서울 금천구 지역구에 예비후보로 등록 후 활동 중인 조 부위원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금천구에서 아침 인사로 (선거 운동) 중이고, (전략공천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았다"며 소문을 일축했다.

정치권에서는 친문, 친명 계파 갈등으로 비화될 조짐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임 전 비서실장은 친문계의 핵심 인사인 반면, 조 위원장은 이 대표의 대장동 재판 변호사로 '찐명'으로 꼽히는 인사다. 민주당 친명 원외 조직인 더민주전국혁신회의는 지난달 22일 "지난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과 장관급 이상을 지낸 다선 의원들이 솔선수범의 자세와 선당후사의 책임감을 보여주기를 정중하게 요청한다"며 "오랜 경력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험지에 출마해 민주당의 더 큰 승리에 기여하는 것도 검토해달라"고 했다. 임 전 실장과 같이 당내 주류 세력으로 꼽히는 '586 운동권 인사'의 희생을 압박한 셈이다. 임 전 실장은 같은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특정 세대가 특정 세대를 배제하는 것도 뺄셈정치로, 총선에서 윤석열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대의에 어긋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친문계 인사 사이에서 친명계 후보들에 대한 공천 움직임을 두고 불만이 나오고 있다.사진은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대표적 친문계 인사들이다./김세정 기자
친문계 인사 사이에서 친명계 후보들에 대한 공천 움직임을 두고 불만이 나오고 있다.사진은 임종석 전 비서실장과 고민정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대표적 친문계 인사들이다./김세정 기자

서울 강동갑에서는 문재인 정부 여성가족부 장관 출신인 진선미 의원과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후보 경쟁력을 묻는 여론조사가 실시됐다. 이수진 의원의 동작을에서도 전 전 위원장에 대한 여론조사가 진행됐다. 전 전 위원장은 지난해 6월 범친명계 측이 민주당 혁신위원장 자리에 추천할 만큼 친명계의 지지를 받고 있다. 현재는 민주당 당대표 정치테러대책위원장을 맡으면서 이 대표를 대신해 수사당국과 대척 중이다. 종로 출마를 선언한 그는 지난달 31일 "선당후사의 마음이 가장 우선돼야 한다"며 "당의 처분에 따르겠다"고 했다.

친명계 인사들에 대한 전략공천 움직임 속 비명계 인사들의 후퇴 움직임도 일고 있다. 경기 성남 분당갑 출마를 선언했던 여선웅 전 청와대 행정관은 이날 불출마를 선언했다. 친명계 인사인 김지호 전 당대표 정무조정부실장과 단일화로 계파 갈등을 극복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취지에서다. 여 전 행정관은 "친명 친문 갈라치기를 거부한다"며 " 친명 친문 갈라치기, 자객 출마 등이 난무하는 살벌한 정치세계에 친명친문의 단결, 민주당의 단합된 힘을 위해 작은 돌이라도 던지겠다"고 했다.

당내 친문계 인사들 사이에서는 계파 갈등을 경계하는 목소리와 불만이 동시에 터져 나오고 있다. 분열은 필패라는 대원칙 안에서 단결해야한다는 입장과 선거에서 친문 인사가 밀릴 수밖에 없는 선거 구도에 대한 한탄이 섞였다. 문재인 정부 대변인이었던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친문 대 친명으로 격화된 프레임에 빠지는 것은 민주당이 필패하는 길이기 때문에 별로 옳은 방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 친문으로 꼽히는 한 후보는 "이재명 대표가 공천에서 밀어준다는데 그걸 어떻게 이기냐"며 씁쓸함을 토로했다.


snow@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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