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선거제 개편 무소식'…무너진 제3지대 빅텐트의 꿈?
입력: 2024.01.31 00:00 / 수정: 2024.01.31 00:00

野, 병립형 '권역별 비례제' 가닥…與 "선거제 못 정한 것 민주당 때문"
'8% 진입장벽' 더 높아진 제3지대, 거대 양당 비판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한 입장을 이번 주 안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제를 병립형으로 회귀하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대안책으로 제시하기로 가닥을 잡았으나 당 안팎의 반발로 발표를 미루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한 입장을 이번 주 안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제를 병립형으로 회귀하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대안책'으로 제시하기로 가닥을 잡았으나 당 안팎의 반발로 발표를 미루고 있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2024년 총선이 70여 일 남은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은 선거제도 개편과 관련한 입장을 이번 주 안으로 정리할 계획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선거제를 병립형으로 회귀하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대안책'으로 제시하기로 가닥을 잡았으나, 일부 의원들과 시민사회 반발에 입장 발표를 미루고 있다. 병립형 회귀를 고수해 온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속결(速決)을 압박했다. 반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전제로 다당제 기반을 넓히려고 했으나 진로가 막힌 '제3지대'는 병립형 회귀가 '민주주의의 퇴행'이라며 강한 반발에 나섰다.

민주당 지도부는 최근 선거제도와 관련해 병립형 선거제도 하의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는 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비례대표 47석을 두고 전국을 수도권·중부권·남부권 등 3개 권역으로 나눠 병립형을 적용하는 것이다. 여기에 '소수정당 배분' 방식을 더해 일부 의석은 소수정당이 가져갈 수 있도록 하자는 게 민주당 주장이다. 앞서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지역주의 완화' 차원에서 중재안으로 제안한 바 있으며,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도 힘을 싣고 있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앞서 수 차례 의원총회를 열고 선거제도와 관련한 당내 논의를 이어갔으나 합의를 이루지 못 했다. 오는 총선에서 과반을 차지해 제1정당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병립형 회귀가 총선 승리를 위한 현실적 선택이라는 의견과 국민과 한 약속인 준연동형 유지를 지키라는 주장이 격돌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번 주 내로 선거제도와 관련한 입장을 정리할 계획이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29일 CBS 라디오에서 "병립형 회귀와 연동형제 유지 두 가지 안에 대해 조만간 지도부가 결정하고 당내 의견을 수렴하겠다"라며 "일단 당내 의견 결집은 이번 주 안으로 모아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여야는 내달 19일 임시국회를 개회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이 기간에 선거제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때문에 선거제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부터 고수했던 병립형 회귀 의사를 강조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이날 "선거가 70일 남았다. 선거제를 정하지 못하고 있다. 누구 때문이냐"라며 "이건 의견이 아니라 사실이다. 민주당 때문이다. (이 대표)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라고 이 대표를 압박했다.

여야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할 경우,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은 더욱 좁아진다. 사진은 새로운미래(가칭) 창당 발기인대회 당시 (왼쪽부터)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이관승 민생당 공동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조응천 미래대연합 의원(왼쪽부터)의 모습. /남용희 기자
여야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할 경우,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은 더욱 좁아진다. 사진은 새로운미래(가칭) 창당 발기인대회 당시 (왼쪽부터)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이관승 민생당 공동대표,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금태섭 새로운선택 공동대표, 이석현 전 국회부의장, 조응천 미래대연합 의원(왼쪽부터)의 모습. /남용희 기자

여야가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채택할 경우,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 가능성은 더욱 좁아진다. 제3지대는 거대 양당이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민주주의에 반하는 악행'을 저지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기존 병립형 제도는 전국에서 3%의 정당 득표율을 얻을 시 비례 의석을 배분받을 수 있는 데 반해, 권역별로 나뉘면 최소 8% 이상의 득표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해 임혁백 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권역 비례 의석의 30%를 정당 득표율 3% 이상을 얻은 소수 정당에게 먼저 배분하는 방식(한 권역당 5석, 총 15석)을 제안하기도 했다.

제3지대에 속한 한 관계자는 "현재 가장 결집도가 세다고 하는 '이준석 신당'에서도 현실적으로 7%가 나오기란 쉽지 않다. (권역별 비례제는) 결국 양당 배부르자고 선택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이날 시민사회와 진보 4당(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은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창당을, 민주당은 병립형 비례제 회귀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김준우 정의당 비대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준연동형이 정답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병립형이 오답인 것은 분명하다. 권역별 병립형이 더더욱 오답인 것도 분명하다. 시민들의 의사에 명백히 반하기 때문"이라며 "대선 패배 그리고 정권 교체 이유가 촛불 연합을 배신했기 때문이라는 많은 지적들에 대해서 민주당에서 다시 한번 숙고해보길 바란다"라고 지적했다.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제와 관련해 거대 양당을 비판하며 준연동형 선거제 유지를 주장했다. /임영무 기자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선거제와 관련해 거대 양당을 비판하며 준연동형 선거제 유지를 주장했다. /임영무 기자

오준호 기본소득당 공동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거제와 관련해 거대 양당을 비판하며 "준연동형 선거제를 도입하자마자 국민의힘은 맨 먼저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이번에도 만들겠다며 위협한다"라며 "민주당은 민주적으로 합의한 현행 선거제를 왜곡하고 분탕치는 국힘의 요구에 끌려가지 말라"고 준연동형 선거제 유지를 주장했다.

이원욱 미래대연합 공동창당준비위원장도 이날 페이스북에 "선거제는 선거일전 1년전에 확정하도록 공직선거법에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총선이 70여 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여야 선거제 합의는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라며 "특히 거대 야당인 민주당의 결단이 곧 선거제 결정이라고 생각할 때, 현재 민주당이 보여주는 모습은 욕망과 욕심일 뿐"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편 이재명 대표는 31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윤석열 정부의 2년 비판, 4·10 총선 정책 비전 등에 대해 발언한다.. 다만 이 자리에서 선거제와 관련한 이 대표의 언급은 없을 예정이다. 김성주 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에서 "이번 기자회견에서 선거제 얘기를 (이 대표가 자처해서)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그러나 결단이 임박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manyzero@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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