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지지율, 2012년 박근혜 비대위원장 지지율과 흡사
'정치적 배경-당 장악력-현재권력과 차별화' 등 차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율 오름세가 심상치 않다. 일각에서는 이명박정부 말기의 박근혜 비대위와의 비교가 이뤄진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4일 오후 서울 동작구 숭실대학교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린 대학생들과의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대학생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지지율이 상승하면서 여권에서는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충돌하는 과정에서 합리적이고 차별화된 모습을 보이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보수정당 비대위 성공사례로 꼽히는 2012년 '박근혜 비대위'가 언급된다. 관건은 앞으로 다가올 공천 국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한 위원장의 지지율과 별개로 제자리걸음인 국민의힘 지지도와 중도 외연 확장도 풀어야 할 숙제다.
29일 취재를 종합하면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의 지지율이 올라간 점은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박근혜 비대위와 비교에는 회의적인 분위기다.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시절 박근혜 비대위는 정권심판론 속에서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152석을 차지하는 성과를 올렸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한동훈 비대위도 성공하는 길로 가고 있다"면서도 "지지율 숫자가 비슷하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분위기는 그때와 많이 다르다"고 전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23~25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에서 한 위원장의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52%로 부정 평가 40%를 오차범위 밖에서 앞섰다. 국민의힘 지지층 가운데서는 89%가 한 위원장을 '잘한다'고 평가했다. '잘못하고 있다'는 답은 9%에 불과했다. 한국갤럽이 관련 여론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던 2012년 박근혜 당시 비대위원장의 긍정 평가가 52%였다.
한국갤럽은 "김기현·이준석 등 전임 당 대표들보다 좋게 평가됐고 긍정률 기준으로 2012년 3월 박근혜 비대위원장 평가와 흡사하다"며 "특히 중도층과 무당층에서도 약 70%가 윤 대통령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한 위원장에 대해서는 긍·부정이 40% 내외로 엇비슷했다"고 분석했다.
한동훈 비대위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의 여파로 김기현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출범했다. 박근혜 비대위도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패배로 홍준표 체제가 물러나며 등장했다. 상황이 유사해 보이지만 다르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박근혜 비대위는 직전 홍준표 체제를 박살 내다시피 하며 등장했다"며 "윤 대통령이 사실상 내리꽂은 한 위원장과는 태생부터 다르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 이유로 정치경력과 당 장악력을 들었다.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은 정치인이었고 오랜 정치경력이 있었다. 당내 기반도 튼튼했다"며 "차기 대권주자로서 당 장악력도 상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 위원장은 이제 막 정치에 입문한 분"이라며 "초반인 지금은 기대감 때문에 인기가 많겠지만 인기에만 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한 위원장의 지지율은 상승하고 있지만 당 지지율은 답보상태다. 유권자들이 한 위원장과 당을 분리해서 보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박근혜 비대위'는 보수정당 사상 가장 성공한 비대위로 평가받는다. 박 전 대통령은 '여당 내 야당'을 자처하며 이명박 전 대통령과 내내 각을 세웠다. 지난해 9월 25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현풍시장을 방문해 장을 보고 있다. /더팩트 DB |
출범 시기도 다르다. 한동훈 비대위는 윤석열정부 3년 차, 윤 대통령 임기 절반쯤에 만들어졌다. 오는 4월 총선은 정권의 중간평가 성격으로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 한 위원장은 윤석열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서 정권심판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입장이다. 게다가 한 위원장은 윤 대통령과 오랜 인연을 이어온 '최측근'이다. '윤석열의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벗기 쉽지 않다는 의미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한 위원장도 윤 대통령과 다른 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사과를 언급한 적 없다'는 등 자제하는 모습"이라고 짚었다.
반면 박근혜 비대위는 이명박정부말에 떠올랐다. 박근혜 비대위 또한 정권심판론을 피할 수 없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은 유력한 대선주자였던 데다 이명박정부 내내 '여당 내 야당'으로 이명박 대통령과 각을 세웠다. 당명을 바꾸고 당의 정강·정책을 개편하는 등 과감한 혁신을 보여줬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은 이명박정부의 낙수효과를 비판하며 진보진영의 의제인 '경제민주화'를 가져오며 중도확장성을 보였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은 대선을 앞두고 떠오르는 미래권력이었다"며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의 대안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며 "박 전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과 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고 실제로 다른 모습을 많이 보여줬다"고 했다.
관건은 공천국면을 어떻게 넘기느냐에 달린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비대위 시절엔 친이계의 공천탈락이 이어졌지만 박 전 대통령은 이를 잠재우고 총선을 이끌었다. 한 위원장은 보수정당 사상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을 도입하며 공천 잡음 최소화에 나선 모습이다. 다만 공천 룰을 두고 현역의원이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도 전략지역구 등에서 '윤심(尹心) 공천'이 가능해졌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27일 YTN <뉴스와이드>에서 "총선 국면에서 친윤 공천을 강행하기 위해 (대통령실이) 지도부를 여러 차례 뒤흔들면서 여기까지 왔는데 이를 포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공천 과정에서 용산의 의지를 관철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때 이를 어떻게 조율하면서 순조롭게, 슬기롭게 할 것이냐는 부분이 가장 큰 정치적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이동통신 3사 제공 무선전화 가상번호 무작위 추출을 통한 전화 조사원 인터뷰로 진행됐다. 응답률은 16.7%고,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