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韓 갈등, 일단은 봉합…여전히 '불씨' 남아
입력: 2024.01.25 00:00 / 수정: 2024.01.25 00:00

김경율 거취 두고 이견...한동훈 "들은 바 없다" 사퇴설 일축
'김건희 리스크' 남아...김무성 "사과하고 빨리 끝내야"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를 두고 2차전을 벌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힘겨루기는 공천 국면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후 충남 서천 서천특화시장을 방문해 화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박헌우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를 두고 '2차전'을 벌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힘겨루기는 공천 국면에서 나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오른쪽)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3일 오후 충남 서천 서천특화시장을 방문해 화재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박헌우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이틀 만에 봉합됐지만 불씨는 남아있다. 갈등의 원인이 된 '김건희 리스크'가 남은 데다가 이로 인한 김경율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에도 양측은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공천 국면에서 '미래 권력'인 한 위원장과 '현재 권력'인 윤 대통령이 다시 한번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차전'은 김 비대위원의 거취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한 위원장은 24일 국회 출근길에 취재진과 만나 김 비대위원 사퇴 여부에 대해 "들은 바가 없다"고 일축했다. 김 비대위원도 사퇴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김 비대위원을 두고 줄다리기하는 양상으로 갈 것"이라고 봤다. 그는 "어설프게 봉합된 것처럼 보이지만 공천에서는 당연히 (갈등이) 튀어나올 것이고 문제가 지금은 또 김 비대위원을 괴롭히기 위한 2차전을 이어갈 것"이라며 "김 비대위원이 어떤 식으로든 물러나게 되면 한 위원장은 오랜 직장 상사와의 관계 때문에 바른말을 하는, 본인이 위촉한 비대위원을 버린 게 된다"고 짚었다.

이어 "그렇게 되면 한 위원장은 주변의 사람들이 따르지 않을 것"이라며 "(반대로) 만약 김 비대위원이 본인의 주장을 계속하면서 물러나지 않는 자세를 고수하고 대통령실이 물러선다면 이는 레임덕"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어설픈 봉합으로 진퇴양난에 빠졌다"고 주장했다.

'김건희 리스크'가 남아있다는 점도 문제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화해하며 이를 덮어둔 모양새지만 야당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고 국민 여론이 여전히 부정적이라는 문제가 남았다. 총선 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이로 인해 당내 불만이 쌓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당 안팎에선 대통령실이 나서서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24일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서 "어쨌든 본의 아니게 나쁜 의도에 말려든 것"이라며 "그런 것에 대해 국민한테 솔직히 말씀드리고 그게 국민이 보시기에 안 좋았다면 제가 잘못했다고 말씀하고 빨리 끝내는 게 좋은 일"이라고 했다.

김웅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과거 YS·DJ 사례를 들며 "그분들은 늙은 아버지의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 모든 게 제 죄입니다. 늙은 애비를 봐서 용서해 주십시오'라고 얘기했다"며 "납작 엎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여사와 관련된 공작이 있지만 지금 현재 상태는 (우리가) 그 부분에 대해 취약하기 때문에 그 선거 공작이 먹힐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이라며 "그런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이제는 어느 정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1차전은 한 위원장의 승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3일 서천 화재 현장 둘러보는 윤석열 대통령(왼쪽 두번째)과 한동훈 위원장(왼쪽 네번째). /배정한 기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1차전'은 한 위원장의 승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3일 서천 화재 현장 둘러보는 윤석열 대통령(왼쪽 두번째)과 한동훈 위원장(왼쪽 네번째). /배정한 기자

공천 문제도 갈등의 뇌관으로 꼽힌다. 공천 주도권을 두고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맞붙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공천과 선거에 개입할 수 없다. 다만 친윤계 의원들의 '입'을 통해 의중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갈등이 재현될 소지가 있다. 선거 관리를 해야 하는 한 위원장은 현역의원이 있는 지역구에 출마를 선언한 대통령실 인사들을 두고 공천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한 위원장은 '시스템 공천'을 강조하며 공천 룰을 공개하는 등 '공정한 공천'을 여러 차례 약속했다. 또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 의원과 함께 공동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았다. 한 위원장이 당과 대통령실의 가교 역할을 하는 이 의원을 견제한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대통령실·내각 인사 등 자기 사람의 공천이 이뤄져야 하는데 한 위원장이 이를 다 받아주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통화에서 "김 비대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와 관련해 대통령실이 표면적이지만 '사천 논란'을 들었다"면서 "공천에 대해 암묵적으로 공유해야 한다는 인식이 깔렸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의혹을 시작으로 한 1차전은 한 위원장의 승리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 위원장이 고개를 숙였지만 결과적으로 당정관계를 수평적인 모습으로 보이게 했다는 점에서다. 반면 대통령실은 김 여사가 성역임을 인정한 셈이어서 '김건희 리스크'로 인한 여론의 반감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당내 친윤계의 기세가 누그러졌다는 점도 힘이 윤 대통령에게서 한 위원장으로 실리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내에서는 윤 대통령이 뒤로 완전히 물러서는 것이 총선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의견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윤석열 대 이재명'이 아니라 '한동훈 대 이재명'으로 치르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집권 2년 차에 치러지는 선거가 대통령 국정운영의 중간평가 성격을 띌 수밖에 없는 만큼 30%대 중반을 벗어나지 못하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취지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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