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 대응하다 '당무 개입' 논란까지
尹 대통령 '입장 표명' 가능성도
윤석열 대통령이 부인 김건희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 논란에 대해 신년 대담 인터뷰를 통해 직접 입장을 밝히는 방안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8월 1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열린 취임 100일 기자회견 모습. /뉴시스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당정 갈등의 쟁점인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 대응 방안을 두고 용산이 고심 중이다. 총선을 앞둔 '몰카 공작'이 사건의 본질이라는 입장은 여전한 가운데, 대통령실이 의혹 초반부터 무대응으로 일관해 '당무 개입' 논란까지 번지면서 후폭풍이 커졌다는 지적이 나오자 '입장 표명을 해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는 모습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면충돌 이틀 만에 직접 만나 확전을 막았지만, 당정은 '김건희 리스크' 대응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채, 숨고르기에 돌입했다.
25일 오전 현재까지도 대통령실은 김 여사 논란에 대해 입장 표명 등 후속 조처를 정하지 않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디올백 논란은 몰카 공작'이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 김 여사가 사과할 경우 야권 공세가 더 거세져 총선에서 불리해질 수 있다는 의견이 여전히 우세한 분위기다. 다만 '김 여사 논란'이 더 커지지 않도록 대통령이 국민에 내용을 설명하고 털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따라 윤 대통령이 이르면 이달 방송사와 신년 대담 형식의 인터뷰를 통해 관련 입장을 직접 밝히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정해진 건 없다"고 밝혔다.
당사자인 김 여사도 관련 입장을 밝힐 의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여사는) 사과하는 게 총선에 도움이 된다면 100번도 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직접 등판할 경우 사과가 왜곡될 가능성 등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 여사는 당정 정면충돌 전 자신의 논란에 대해 '당이 결정하면 사과할 의사가 있다'는 뜻을 전달했고, 양측이 물밑에서 대응 방안을 고심하던 중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가 여권 내에서 공개적으로 '김 여사 사과' 요구가 나오면서 당정 간 혼란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여권 안팎에선 대통령실이 관련 의혹에 대해 소극 대응하다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으로선 부담스러운 여사 논란에 대해 대통령실이 나서서 입장을 정리하지 않았고, 당과 의견 조율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사실까지 드러나면서 '당무 개입' 논란까지 번졌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직선거법 85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 의무' 위반으로 윤 대통령 고발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당내에 '윤석열 정권 관권 선거 저지 대책위원회'까지 구성했다.
대통령실은 김 여사 의혹이 불거진 직후 '몰카 공작'이라고 규정하고 침묵해오다 여권 내에서 우려 목소리가 나오고서야 기류를 바꿨다. 김 여사가 2023년 12월 15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서울공항을 통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로 출국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는 모습. /임영무 기자 |
이번 당정 갈등으로 김 여사 논란이 더 부각되면서 해당 의혹이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 전략도 무색하게 됐다. 전날(24일) 발표된 YTN 여론조사(조사 기관 엠브레인퍼블릭, 1월 21∼22일 기간,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 대상, 95% 신뢰수준에 ±3%포인트,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조사,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에서는 김 여사 디올백 수수 의혹에 대해 윤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힐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69%로 집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여사의 '디올백 수수 의혹'은 지난해 11월 27일 처음 제기됐다. 유튜브 채널 '서울의소리'가 손목시계에 장착된 몰래카메라로 찍은 영상에는 김 여사가 2022년 9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의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300만 원 상당의 디올 파우치를 받는 내용이 담겼다. 영상의 파급력은 컸지만 논란 초반, 대통령실은 어떠한 입장도 내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18일 '대통령실이 파악한 사실관계를 확인해 달라'는 취재진 질문에 "앞서 정리된 것으로 안다. 특별히 답변하지 않겠다"는 게 첫 공식 입장이었다. 이후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을 윤 대통령이 즉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하고 민주당 일각에서 디올백 수수 의혹도 함께 언급하면서 '여사 감싸기'라며 부정 여론은 확산했다. 대통령실은 '제2부속실 부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2주가 넘도록 제2부속실은 출범하지 못한 상태다. 이달 중순 여당 내에서 '김 여사 사과'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고서야 대통령실은 "다양한 의견을 듣고 있다"며 기류를 바꿨다.
당 안팎에선 '김 여사 리스크'가 당정 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는 만큼 대통령실이 입장 표명을 통해 출구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김 여사 논란에 대해 "불법적인 몰카 공작에 대해 불법적인 부분들이 있다면, 법적인 절차가 필요하다면 거기에 대해서 절차를 밟으면 되는 것이고 그것과는 별도로 가방에 대한 문제들은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대통령의 입장 표명은) 대통령실에서 판단할 몫"이라면서도 "어떤 것이 국민들의 마음을 사고 설득을 할 수 한 방향인지, 신년 인터뷰가 될 수도 있고 기자회견이 될 수도 있고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는데, 그중에서 제일 효과가 있는 방법으로 국민들 마음에 다가갈 수 있는 방법으로 하셨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