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 선언…"남북관계 대전환 필요"
입력: 2024.01.22 16:06 / 수정: 2024.01.22 16:53

기존 관계 설정이나 제도·정책적 변화 불가피

조선중앙TV가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을 16일 방송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명기하는 것이 옳다며 헌법 개정을 시사했다. / 뉴시스
조선중앙TV가 지난 15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14기 제10차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정연설을 16일 방송하고 있다. 김 위원장은 시정연설에서 "대한민국을 철두철미 제1의 적대국으로, 불변의 주적으로 확고히 간주하도록 교육교양 사업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을 명기하는 것이 옳다"며 헌법 개정을 시사했다. / 뉴시스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북한의 남북관계 변화 움직임에 전문가들은 이런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며 우리나라의 관계 설정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재단법인 세종연구소(이사장 이용준)는 22일 오후 서머셋팰리스 서울에서 '남북관계 패러다임의 대전환: 특수관계에서 일반 국가관계로?' 주제로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최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남북관계를 '적대적이고 교전 중인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고 대남노선의 근본적 방향 전환 공식화 배경을 짚어보고, 남북관계 대전환의 필요성과 고려 사항 등을 검토하기 위해서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당 중앙위 제8기 제9차 전원회의 '결론'에서 "북남관계는 더 이상 동족관계, 동질관계가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관계, 전쟁중에 있는 두 교전국 관계로 완전히 고착됐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남노선 전환이 △한국을 향한 핵 공격 정당화 △남북 국력차를 인정한 방어적 성격 △남북관계와 한반도 주도권 회복 등 여러 목적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의 남북관계 정책은 두 국가관계로 지속할 가능성이 높을 만큼 기존 관계 설정이나 제도·정책적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데도 입을 모았다.

토론자로 나선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의 노선 전환 배경에 대해 "한국 정부의 강력한 대응, 한미일 협력 강화 등으로 한반도 주도권을 상실하자 대남 노선의 획기적 전환의 선포를 통해 상황을 돌파하고자 하는 시도"라는 데 가장 큰 비중을 뒀다.

그는 "김 위원장이 연말 전원회의와 최고위원회의 시정연설에서 장황하게 한미일 협력을 비판하는 건 주도권 상실과 대북억제력이 작동함을 방증한다"고 보았다.

박 교수는 "한반도 긴장 조성을 통해서 존재감을 부각하려는 의도도 보인다"며 "북한의 목표는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은 상태에서 제재를 해제하는 것으로 내년도 바이든 또는 트럼프와의 담판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최은주 세종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의 대남노선 전환 배경에 대해 "한반도에 두 개의 국가가 존재한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동안 경계해왔던 흡수통일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평가했다. "북한에 의한 흡수통일이 불가능해진 현실에서 북한이 우려해 온 남한에 의한 제도통일, 흡수통일 가능성을 차단하고 사회주의 국가로서 독자적으로 발전하고자 하는 전략"이라는 게 최 교수의 진단이다.

그는 "최근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가 강화하며 정상국가로의 외교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 현 정부 통일·대북정책 하에선 남북관계의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견되는 현실 등을 고려한 결과"라고 했다.

최 연구위원은 우리 정부 대응 방향과 관련해서는 "통일을 지향하는 잠정적 특수 관계(남북기본합의서)를 전제로 진행돼 왔던 기존의 남북 경제협력 사업 및 교류 활동에 대한 규정에서부터 재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며 "군사적 측면에만 주목하기보다는 단기적으로는 위기관리에 주력하되, 중장기적으로는 외교 및 안보 부문의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북한학 박사인 권은민 변호사는 "남북은 '특수 관계'로 교류와 협력을 30년간 지속했지만 지속 가능한 제도를 만들지 못했다"며 '새로운 방식 마련'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남북분단의 역사와 30년의 교류경험을 비판적으로 재검토해 새로운 제도를 설계·운영할 시점이란 얘기다.

권 박사는 "통일이 국가목표라는 것을 명확히 선언하고 법 제도로 구체화해야 한다"며 "통일된 한국의 모습이 세계인권선언 등 보편적 국제규범의 이상과 부합하는 방식으로 형성되기 위해 젊은 세대를 포함하여 세대 간, 초당적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포럼은 이 이사장 환영사, 이상현 세종연구소 소장의 개회사 후 정성장 한반도전략센터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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