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vs 한동훈, 파열음 논란…결국 원인은 김건희?
입력: 2024.01.22 10:28 / 수정: 2024.01.22 10:28

표면상 '김경율 공천' 문제…韓 "제 임기 총선 이후까지"
이면엔 '명품백 사과' 두고 이견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가 들어선 지 한 달도 안 돼 국민의힘이 또다시 혼란에 휩싸였다. 대통령실이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사퇴를 건의하면서다. 표면상으로는 김경율 비대위원을 둘러싼 공천 잡음이 갈등 원인으로 지목됐지만,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 대응 문제에 대한 이견이 주된 요인인 것으로 보인다. 정치권은 윤석열 대통령과 한 위원장 사이의 균열에 놀란 분위기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전날(21일) 한 위원장에게 사퇴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퇴 명분은 김경율 비대위원의 공천 논란이다. 한 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시당 신년인사회 자리에서 김 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공식 발표했는데 이후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의 '사천(사적 공천)'에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당내에선 김건희 여사 문제가 사퇴 요구의 본질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경율 위원은 디올백(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공개 거론하면서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김 위원의 거듭된 입장 발표에 대통령실이 불편함을 느꼈고, 김 위원을 제지하지 않는 듯한 한 위원장의 모습에 실망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지난 1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마포을 출마 후보로 김경율 비대위원을 소개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지난 17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마포을 출마 후보로 김경율 비대위원을 소개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특히 김 위원이 김 여사를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댄 것이 도화선이 됐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17일 JTBC 유튜브 채널 '장르만 여의도'에 출연한 김 위원은 "(주가조작 의혹과 디올백 의혹 모두) 부적절하지만, 이것(디올백)에 대해서만큼은 분명한 진상을 이야기하고 대통령이든 영부인이든 두 분 같이 든 입장을 표명하는 게 국민 마음을 추수를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 혁명은 마리 앙투아네트의 사치와 난잡한 사생활이 하나하나 드러나면서 (국민의) 감성이 폭발된 것"이라며 "이 사건도 국민의 감성을 건드렸다고 본다. 이걸 어떻게 실드칠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같은 김 위원의 강도 높은 발언에도 한 위원장이 전략공천 뜻을 굽히지 않자 대통령실이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는 것이다. 디올백 문제에 "함정 몰카"라는 입장을 고수하던 한 위원장이 지난 18일 "국민들께서 걱정하실만한 부분들이 있었다고 저도 생각한다"며 미묘한 입장 변화를 보인 것 역시 갈등의 원인이라는 해석도 있다.

용산의 사퇴 요구에 한 위원장은 즉각 거부 의사를 밝혔다. 사퇴 요구가 있었다는 보도 직후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 공보실을 통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국회 출근길에서도 기자들과 만나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안다"며 "부족하지만 그동안 최선을 다해왔다. 선민후사를 하겠다"고 강조했다.

한 위원장은 대통령실과 갈등 원인으로 김 여사 문제가 지목된 것을 두고 "(김 여사 문제에 대한) 제 입장은 처음부터 한 번도 변한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대통령실이 당무에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한 입장을 묻자 "평가는 제가 하지 않겠다"며 "제가 사퇴 요구를 거절했기 때문에 구체적 내용에 대해선 말씀드리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사퇴 요구와 갈등을 모두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국민의힘은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한 위원장으로선 정치적 시험대에 섰다는 평가다. 사진은 한 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당분간 국민의힘은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한 위원장으로선 정치적 시험대에 섰다는 평가다. 사진은 한 위원장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으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하고 있다. /국회=배정한 기자

당분간 국민의힘은 혼란에 빠질 전망이다. 한 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두고 친윤계와 비주류의 격돌이 예상된다. 한 위원장으로선 정치적 시험대에 섰다는 평가다. 그간 자신을 발목 잡던 '윤석열 아바타' 프레임을 떨칠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처럼 국정 운영 지지도가 낮은 윤 대통령과 마찰을 보이면서 여당 내 야당 포지션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정치 신인 한 위원장의 당내 기반이 약해서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반박도 나온다. 용산의 지원에 힘입어 단숨에 비대위원장직에 올랐고, 아직 대통령이 집권 초반기이기 때문에 마냥 대립각을 세우긴 힘들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총선이 79일 앞으로 다가온 시점에서 이준석 전 대표, 김기현 전 대표에 이어 한 위원장에게까지 개입하는 인상을 남기긴 부담스러워 대통령실이 한 수 접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21일 자신의 SNS에 "주말 밤에 이건 또 무슨 막장 드라마인가. 대통령 자신이 만든 김기현을 내쫓고 직속 부하 한동훈을 내려꽂은 지가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또 개싸움이냐"며 "80일 남은 총선은 어떻게 치르려고 이러는 건가. 검사들이 한다는 정치의 수준이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 보수당은 물론이고 국정을 어지럽히는 이 작태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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