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 양해도 없었다"…한동훈의 김경율 밀어주기에 '시끌'
입력: 2024.01.19 00:00 / 수정: 2024.01.19 00:00

'공정' 강조했지만…'낙하산 공천' 모양새
김성동 "참담한 심정…연락도 없었어"
한동훈 '정치경험 부족' 지적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왼쪽)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공식 석상에서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새롬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오른쪽)이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왼쪽)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공식 석상에서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의 서울 마포을 출마를 공식 석상에서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정한 공천'을 강조한 한 위원장이 사실상 전략공천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마포을에서 오랜 기간 출마를 준비했던 김성동 당원협의회위원장은 "참담한 심정"이라며 크게 반발하는 모습이다.

한동훈 위원장은 지난 17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 참석해 "서울 마포을 지역구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있다. 개딸민주주의, 개딸 전체주의, 운동권 특권정치, 이재명 개인사당으로 변질된 안타까운 민주당을 상징하는 얼굴이 바로 정청래 의원"이라며 "마포을은 민주당이 유리한 곳이다. 이번에도 어차피 정 의원이 될 거라고 하는 분들이 있다. 어쩔 수 없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위원장은 "김경율 비대위원이 마포에서 정청래 의원과 붙겠다고 나섰다"며 김 위원을 단상으로 불러세웠다. 한 위원장이 김 위원의 손을 번쩍 들어 올리자 참석자들은 김 위원의 이름을 연호했다. 김 위원은 "한동훈 위원장 스타일대로 여러 이야기가 오갔다. 한 위원장이 제게 낡은 시대와 이념 청산 과제를 준다면 기꺼이 받겠다"라고 말했다.

한 위원장의 깜짝 발언에 현장에선 소동이 생겼다. 서울시당 신년인사회는 국민의힘 소속 서울 지역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이 모인 자리로 마포을에 세 차례 출마했던 김성동 당협위원장도 참석하고 있었다. 김 위원장은 반발해 즉각 퇴장했고, 마포을 지역 당직자들도 거세게 항의했다. 한 위원장의 발언과 행동이 김경율 위원을 마포을에 공천하겠다는 공식 발표로 해석될 수 있어서다.

신년인사회 후 한 위원장은 '김경율 위원을 마포을에 전략공천하는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니다. 본인이 마포을에서 정청래 의원과 붙겠다고 한 것이다. 그런 도전을 의미 있게 생각한다. 국민에게 빨리 보여드리고 싶어서 말씀드렸다. 공천은 시스템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빠른 진화에도 불구하고 한 위원장의 발언은 논란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한 위원장은 앞서 지난 16일 인천시당 신년인사회에서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할 후보로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을 소개했는데 윤형선 계양을 당협위원장은 "연고 없는 낙하산 공천에 반감이 확산되고 있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당 안팎에선 오랜 기간 기반을 다졌던 지역 당협위원장에 대한 한 위원장의 배려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 위원장 자신이 강조한 '공정한 공천'과도 배치되는 듯한 모습이 적절치 않다는 의견도 있다.

당 안팎에선 오랜 기간 기반을 다졌던 지역 당협위원장에 대한 한 위원장의 배려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진은 지난 21대 총선 선거운동을 하는 김성동 마포을 당협위원장의 모습. /더팩트 DB
당 안팎에선 오랜 기간 기반을 다졌던 지역 당협위원장에 대한 한 위원장의 배려가 부족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사진은 지난 21대 총선 선거운동을 하는 김성동 마포을 당협위원장의 모습. /더팩트 DB

김성동 당협위원장은 <더팩트>에 "신년인사회는 새해 덕담을 나누고, 수고한다는 말을 나누는 자리인데 거기서 공천 이야기가 나와 처음엔 놀랐다. 참담한 심정이었고, 마음이 무거웠다"며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경선을 준비했는데 어떤 분들은 '들러리 서게 되는 것 아니냐'며 우려도 하시더라. 깊은 고민을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김경율 위원이나 한동훈 위원장으로부터 사전 조율이나 양해도 없었고, 아직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한 천하람 '개혁신당' 창당준비위원장은 17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정치가 너무나 비인간적이라고 느꼈던 것이 김경율 비대위원 발표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걸 꼭 마포을 당협위원장이 있는 자리에서 해야 되나. 한 위원장은 공정 이야기를 하는데 공정은 무시하고 특정인을 띄워주기 하는 분인 걸 우리가 다 봤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한 위원장의 정치 경험 부재가 드러난 사태라고 지적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원칙적으로 경선을 한다고 해놓고 마치 전략공천처럼 이야기를 했다. (서울은 경선에서 일반국민 비율이) 80%인데 인지도가 굉장히 중요하지 않겠나. 그런 면에서 김성동 위원장은 타격을 입은 것이다. 아무래도 (한 위원장이) 경험이 없어 세밀한 부분을 살펴보지 못한 발언 같다. 비윤계 출마 후보들에게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계기가 됐다"라고 설명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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