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정책 쏟아내며 중도층 겨냥 행보
'거부권 행사' 부정 여론 부담
윤석열 대통령은 새해 들어 민생 행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5일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 주제로 열린 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발언 모습. /대통령실 제공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올해 최우선 과제는 민생 살리기'라며 중도층 민심 잡기에 적극 나선 가운데, '이태원참사 특별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한 고심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자칫 여권이 공들이고 있는 민생 행보와 경제 정책 효과가 빛바랠 수 있어 재의요구권 행사가 총선 민심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윤 대통령은 새해 들어 "모든 국정의 중심은 국민"이라며 '문제 해결을 위해 행동하는 정부'를 내걸고 민생 회복 행보에 주력하고 있다. 15일에는 '민생을 살찌우는 반도체 산업'을 주제로 세 번째 민생 토론회를 주재했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반도체는 그 어떤 산업보다도 민생을 풍요롭게 하고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강조하면서 경기 남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 등 국가 차원의 총력 지원을 약속했다. 앞서 '경제 정책 전반'과 '주택'을 주제로 한 민생 토론회에서 정부는 준공 30년 이상 단지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 착수 허용, 1기 신도시를 비롯해 노후 계획도지 재정비 속도, 다주택자 징벌적 과세 철폐, 서민·소상공인 연체기록 삭제 등을 정책으로 내놓기도 했다.
이런 행보에도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 중반에 머물러 있다. 이날 리얼미터가 발표한 여론조사(에너지경제신문 의뢰, 지난 8일~12일 5일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8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2.0%포인트)에서 윤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를 조사한 결과, 긍정평가는 1주일 전보다 0.6%포인트 오른 36.3%에 그쳤다. 부정평가는 0.5% 내린 60.3%로 집계됐다.
잇단 거부권 행사로 인한 피로감이 일부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갤럽이 지난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지난 9~11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 ±3.1%p)에선 '거부권 행사(10%포인트)가 윤 대통령의 부정평가 이유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처럼 녹록지 않은 여론에 이태원참사 특별법 거부권에 대한 윤 대통령의 고심은 더 깊어진 모습이다.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지난 9일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강행 처리된 직후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당과 관련 부처의 의견을 종합해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언론에 공지한 이후 현재까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여야 합의 없이 야당 단독으로 일방 처리된 점, 특별조사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유가족 지원과 피해 보상보다 정쟁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점에서 해당 법안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이번에도 거부권을 행사하면 취임 후 다섯 번째, 법안으로는 9번째가 된다. 정치권에 따르면 이태원 특별법은 늦어도 오는 19일까지 정부로 이송될 예정이다. 대통령은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지 15일 이내에 거부권 행사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이태원참사특별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1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이태원참사 진상규명 특별법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 대통령 국정수행 부정평가 이유 중 '거부권 행사'가 2위를 차지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나왔다. /뉴시스 |
특히 이태원참사는 서울 시대 한복판에서 159명이 사망한 사회적 참사라는 점에서 진상규명에 대한 중도층 관심이 높은 것도 거부권 행사 결정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독선' 이미지를 부각하며 공세를 퍼붓고 있다. 민주당 이태원참사특별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과 정부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사회적 참사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특별법 수용을 촉구했다. 또 특조위가 국회에 특검 요구할 수 있는 권한을 삭제하는 등 수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며 "쟁점 사항의 대부분을 합리적으로 해소했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부터 1인 시위도 시작했다. 앞서 지난 주말인 13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는 전국민중행동, 촛불행동 등 84개 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윤 대통령의 거듭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는 집회도 열렸다.
한편 이번 리얼미터 여론조사는 무선(97%)과 유선(3%) 자동응답 방식, 무작위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 총 통화 시도 7만7447명 중 2508명이 응답해 응답률은 3.2%다. 한국갤럽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가상번호 인터뷰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4.3%였다. 기사에 인용된 두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을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