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설화에도…'논란의 영입인사들' 안고 가는 한동훈 비대위
입력: 2024.01.15 00:00 / 수정: 2024.01.15 00:00

박은식, SNS에 "김구? 폭탄 던지던 분"
비대위 '1호 영입인재' 박상수도 각종 논란에
총선 앞두고 당내 불안감 고조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영입한 인사들의 과거 발언이 공개되면서 연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박은식 비대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한 위원장의 모습. /배정한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영입한 인사들의 과거 발언이 공개되면서 연일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달 29일 박은식 비대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한 위원장의 모습.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영입한 인사들의 과거 발언이 공개되면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노인비하로 사퇴한 민경우 비대위원에 이어 박은식 비대위원까지 김구 선생 비하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비대위 1호 영입인재인 박상수 변호사도 운영했던 온라인 커뮤니티에 여성 혐오성 발언이 게재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당 내부에선 영입인사들의 설화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박은식 비대위원은 2021년 자신의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김구? 폭탄 던지던 분이 국제 정세와 나라 돌아가는 시스템에 대해 잘 알까? 여운형 암살에 김구가 관련돼 있는 건 들어봤냐?"라고 김구 선생을 비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페미니즘? 전쟁 지면 집단 ㄱㄱ(강간)이 매일같이 벌어지는데 페미니즘이 뭔 의미가 있는데", "결혼과 출산의 결정권자는 남자" 등의 여성 비하성 글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총선 인재로 영입된 박상수 변호사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박 변호사는 '로이너스'라는 법조인 온라인 커뮤니티를 만들어 운영해 왔다. 해당 커뮤니티에는 "이쁜 여자는 페미니즘을 하지 않는다" 등의 여성 혐오성 발언이 게재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는 현재 로이너스 운영에서 물러난 상태다. 박 변호사는 기업 사내변호사로 일하면서 '차선우'라는 가명을 사용해 2016년부터 로스쿨 학원 강의를 하기도 했다.

또 "신도시 맘카페에서 부동산 상승기에 기획 이혼소송이 터져 나왔다"는 글을 SNS에 올렸고, 지난해 8월엔 유튜브 채널 '빨대포스트'에 출연해 "민주당 안에 인민민주주의 세력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한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동훈 팬카페' 회원이라는 점도 논란거리다.

잇따른 설화에도 불구하고 한동훈 위원장은 이들을 안고 가려는 것으로 보인다. 비대위 운영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 때문으로 해석된다. 한 위원장은 지난 10일 경남도당 신년인사회 후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들이 예전에 했던 생각 하나하나에 공감한다거나 당이 동의한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저도 그 글을 봤는데 김구 선생에 대한 표현은 공감하지 못한다"면서도 "각 위원이 갖는 상징성, 앞으로 보여줄 미래에 주안점을 두고 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후 맥락의 취지를 설명한 것으로 알고 있고, 공인이 되셨기 때문에 언행에 신중하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에 대해서도 한 위원장은 '큰 문제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로이너스 여성혐오 게시물과 관련된 질문을 받자 한 위원장은 "그분(박 변호사)이 직접 쓰신 글이냐. 그건 아닌 거 같다. 운영자인데 그런 글이 있다는 것 아니냐"라며 "그렇게 따지면 디시인사이드, 엠엘비파크(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물을 (운영자가) 다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박 변호사가 그렇게 생각한다거나 그런 철학이 있으면 같이 갈 수 없지만, 저는 그렇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두둔했다.

총선 인재로 영입된 박상수 변호사(가운데)도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입당 및 영입 환영식에 참석한 윤재옥 원내대표와 박 변호사, 한 위원장(왼쪽부터)의 모습. /남용희 기자
총선 인재로 영입된 박상수 변호사(가운데)도 연일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사진은 지난 8일 입당 및 영입 환영식에 참석한 윤재옥 원내대표와 박 변호사, 한 위원장(왼쪽부터)의 모습. /남용희 기자

박 변호사도 지난 10일 입장문을 내고 자신을 둘러싼 각종 논란을 반박했다. 로이너스 논란과 관련해서는 "포털이나 커뮤니티에 악플이 있으면 운영진 책임이냐"라고 물었다. 차명으로 학원강사 활동을 한 것에는 "2013년에 변호사가 됐다. 1년간 변호사로 일하고 빚만 9700만 원이 됐다. 회사와 연봉협상을 했지만 제가 원하는 만큼을 주기 어려워 주말에 강의를 하겠다고 했다"고 해명했다. '팬카페' 가입은 자신이 추진했던 '검수원복 시민모임'의 회원을 모으기 위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의 진화에도 당내에선 영입 인사들에 대한 불만이 나오고 있다. 윤봉길 의사의 손녀인 윤주경 의원은 지난 9일 SNS에 "폭탄 던진 분이 국제정세를 몰라서 폭탄을 던졌을까"라는 글을 올리고 박은식 비대위원을 직격했다.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11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김구 선생 발언 등은) 상당히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당사자들이 이 문제에 대해선 즉각적으로 사과하고, 국민들께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라고 밝혔다.

총선을 앞두고 야권에 공격 빌미를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제가 뭐라고 말씀드리긴 어렵다"면서도 "걱정은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법무장관 시절부터 이어져온 한 위원장의 '부실 인사검증' 프레임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는 걱정도 나온다. 한 위원장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인사정보관리단을 신설해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하던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능을 법무부로 가져왔다. 당시 법무부는 "음지에 있던 인사검증 업무를 양지로 끌어내 투명성을 높인다"라고 했지만 검증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 정순신 전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의 아들 학교폭력 등 고위공직자들의 각종 문제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한 바 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10일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을 해왔던 인사 참사 장본인이 여당으로 오니 여당도 인사 참사가 시작된 것 같다"고 한 위원장을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앞으로 영입될 인재의 '비공개 SNS'도 동의를 구해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인재영입위원인 조정훈 의원은 지난 12일 4차 영입인재를 발표 브리핑에서 박 변호사에 대한 질문을 받자 "논란된 발언에 박 변호사가 해명하는 것을 보고 있고, 국민의 판단도 보고 있다"라며 지켜 보겠다고 답했다. 이어 "아무리 뛰어나고, 큰 업적이 있어도 우리 사회 분열과 갈등을 일으키는 발언을 했다면 영입하지 않아야 한다는 원칙은 변함 없다"며 "가명으로 강의하셨던 건 저희한테 이미 알린 사실이었고, 변협 통해서 법적, 윤리적 문제는 없다고 답을 받았다"라고 말했다.

sejungki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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