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尹 정부'에 北 무력 도발 책임 화살…與와 시각차
입력: 2024.01.09 00:00 / 수정: 2024.01.09 00:00

민주, 尹 정부 '대북강경책' 폐기 촉구…책임론 초점
與 "민주, 도발하면 정부 비난 말고 북한 비난하라"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이후 북한이 최근 연이어 무력 도발을 감행하면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대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더팩트 DB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 이후 북한이 최근 연이어 무력 도발을 감행하면서 한반도에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북한의 군사적 행동에 대해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의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더팩트 DB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북한이 지난 5일부터 사흘 연속 서해 북방한계선 이북 해상 완충구역에 포 사격을 실시하며 한반도 긴장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 총선이 3개월 앞으로 다가온 민감한 시기에 여야의 미묘한 시각차가 드러난다. 더불어민주당은 북한을 맹비난하는 국민의힘과 달리 국민의 불안감을 부각하며 윤석열 정부의 대북강경책을 비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북한은 5일부터 7일까지 서해 북방한계선(NLL) 인근 서북도서에서 해안포를 쏘는 무력 도발을 단행했다. 우리 군은 해상 완충구역에 포탄을 쏘는 등 맞대응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NLL 구역 포 사격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 중 해상 적대행위 금지구역을 무력화한 행위라고 판단하고 기존 해상·지상 적대행위 중지구역에서 사격·훈련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이다.

새해를 전후로 북한의 무력 도발과 대남 비방이 이어지면서 한반도 평화와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해 말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대사변 준비를 언급했다. 이보다 앞서 정부가 지난해 11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3차 발사에 따른 대응조치로 남북군사합의 중 '비행금지구역 설정' 효력을 정지하자, 북한은 군사합의 전면 파기를 선언했다.

여당은 북한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추가 도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8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아마도 북한은 총선까지 점진적으로 도발을 강화하면서 우리 국민을 점점 더 불안하게 하고 남남갈등을 유발해 총선에 영향을 미치려 할 것"이라며 "야당에 특별히 호소한다. 북한이 도발하면 정부를 비난하지 말고 북한을 비난하라"고 촉구했다.

윤희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북한이 무력 도발을 자행하며 우리를 향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거짓 담화까지 발표하는 이유는 내부 혼란을 무마시키려는 의도도 있겠지만, 더 공고해지는 한·미 동맹의 위력에 따른 조급함 때문일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은 앞으로 더 빈번해지고 그 강도도 심화될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최근 북한이 서해상 완충구역에 포격을 가한 것을 두고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고 있다. 당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폐기하고,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민주당은 최근 북한이 서해상 완충구역에 포격을 가한 것을 두고 윤석열 정부 책임론을 부각하고 있다. 당은 윤석열 정부를 향해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폐기하고, 한반도의 지속가능한 평화 상태를 유지하기 위한 실질적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남용희 기자

반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대북 강경 기조를 비판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성준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지난 5일 이후 사흘 내내 이어진 북한의 NLL 인근 해상 해안포 사격으로 연평도 주민이 불안에 떨었다"며 "총선을 앞두고 북풍이 불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면 한반도의 평화 유지를 위해 실질적으로 노력하라"고 촉구했다.

북한이 서해상으로 포를 쐈던 지난 5일 "윤석열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북정책이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내용의 비판 논평 이후 사흘 만에 나온 것이다. 김도균 민주당 국방대변인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는 북한의 무력 도발을 규탄하면서 윤석열 정부가 평화와 국민의 안전을 지키겠다면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폐기하라고 했다.

같은 날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북한의 무력 도발에 대한 메시지는 거의 없었다. 박찬대 최고위원이 북한이 대규모 포 사격에 나선 와중 정부가 임시 국무회의까지 열어 '쌍특검법'(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검법·50억 클럽 특검법)을 막았다고 비판하는 과정에서만 짧게 언급됐다. 홍익표 원내대표를 비롯한 다른 최고위원들도 주로 특검법 거부권 행사를 지적했다.

여당은 안보 이슈를 계기로 보수 지지층 결집을 노리고 있고, 민주당은 북한의 연이은 무력 도발을 두고 윤석열 정부의 강경정책론에 기인한다며 책임론을 띄우고 있다. 안보 불안감과 안보 불감증 프레임으로 표심을 흡수하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대체적이다. 특히 야당은 선거 판세에 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북풍'을 차단하기 위해 정부를 겨냥한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일각에선 북한이 총선에 영향을 주기 위해 도발한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현재 민주당이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북한에 유리하게 진행되고 있는 게 하나도 없다"며 "대선은 약간 의미가 다를 수 있는데,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가 유지돼도 달라질 게 없어 북한은 총선에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센터장은 최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담화에서 윤석열·문재인 정부를 싸잡아 비난한 것을 언급하면서 "(우리나라 정치권의) 보수와 진보가 크게 다른 것처럼 얘기하지만, 방법론에서 차이가 있을 뿐 양 진영이 북한을 변화시켜 통일을 이루겠다는 목표에는 사실 큰 차이가 없다"고 덧붙였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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