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원 모집 4만 돌파·1호 정책 발표...제3지대 구심점 되나
정치권의 시선은 '이낙연 신당'에 쏠려..."이준석의 비전은 무엇?"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이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개혁신당 10대 기본정책 중 첫 번째 정책을 발표한 뒤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을 탈당한 이준석 전 대표가 8일 개혁신당 첫 정책을 발표하면서 신당 창당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주 시작한 당원 모집도 온라인 기반으로만 4만 명을 넘어서며 기존 양당과 차별성 부각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현역의원 합류 여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제3지대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망은 엇갈린다.
이준석 개혁신당 정강정책위원장은 8일 국회에서 '10대 기본정책 릴레이 발표'의 첫 번째로 '공영방송 장악 방지'를 골자로 한 공영방송 사장 선임구조 개혁안을 내놓았다. 정당이 정식 창당하기 전부터 정책을 발표하는 건 이례적이다.
이 위원장은 "일반적으로 정당들이 경제나 안보 이슈를 맨 앞에 내세웠던 것과 다르게 개혁신당은 국민의 알권리를 맨 앞에 내세울 것"이라며 "정권이 바뀜에 따라 공영방송을 장악하기 위한 시도가 정치권 내에서 반복되는 것에 강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임명한 박민 KBS 사장의 무경력·낙하산 인사 논란과 정권을 막론하고 반복된 공영방송 장악 시도 논란을 겨냥해 제3지대 세력으로서 거대 양당과 차별성을 부각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개혁신당은 이날 오전 10시 기준 4만3000명이 넘는 당원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천하람 창당준비위원장은 "정치참여에 과도한 돈과 시간이 드는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있다"며 "개혁신당은 창당하면서 홈페이지 구축비용 등 공식 경비를 제외하고는 당원모집에 단돈 1만 원도 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개혁신당이 여론의 관심을 모으며 향후 제3지대 주도권을 쥘지 주목된다. 현재 개혁신당은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및 금태섭 새로운선택 대표,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등 제3지대 인사들과의 연대설이 이어지고 있다. 이들은 9일 열리는 양 대표의 출판기념회에서 모일 예정이다.
다만 제3당으로서 뚜렷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건 한계로 꼽힌다. 견고한 양당체제하에서 '이준석 신당'을 선택할 정치적 명분이 없다는 취지다. 이 위원장의 지지층이 있지만 지역구 당선을 위한 확실한 지역기반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된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통화에서 "양당 정치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이 많다. 개혁신당을 비롯한 제3지대에 대한 기대는 그 때문일 것"이라며 "그런데 '이준석 신당'이 대안이라는 설득력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봤다. 그는 "현실적으로 제3당이 성공하기 힘든 구조다.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는데 굳이 신당에 가야 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며 "과거 사례를 봤을 때 어차피 양당 중 어느 당에 흡수합당될 텐데 국민의힘에 다시 돌아온다 했을 때 '이준석 신당' 출신이라는 게 정치적 앞날에 도움이 되겠느냐"고 덧붙였다.
공식적으로 개혁신당에 합류 의사를 밝힌 현역의원은 아직 없다. '비윤계' 김웅 의원은 이날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국민의힘 잔류를 선택하며 개혁신당 합류에 선을 그었다. 김 의원은 유승민 전 의원의 새로운보수당 총선 영입인재 1호로, 국민의힘내에서 이 위원장과 결을 같이 해왔다.
김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불출마 기자회견이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정치적 고향을 버릴 수 없고, 바꿀 일도 없다. 정치를 안 하면 안 하지"라며 개혁신당 합류 가능성을 일축했다. 김 의원은 "(당이) 더 우경화되면 남아있기 어려울 것 같은데 지금보다 우경화되진 않을 것"이라며 "당에서 맡겨준 공약 개발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관심이 '낙준연대'에 쏠리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실제로 연대가 이뤄질지에 회의적인 의견도 나온다. 이낙연 전 대표(왼쪽)와 이준석 전 대표는 오는 9일 열리는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이새롬 기자 |
제3지대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이 전 총리가 이 위원장과 연대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이 전 총리는 야권의 대선 주자이기도 하고 '호남'이라는 확실한 지역 기반이 있다"며 "이 전 총리는 민주당의 '본류'다.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에서 갈라져 나온 이 위원장과 연대했을 때 오히려 이 전 총리의 지지층이 반대할 수도 있다"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화에서 "연대한다면 일부 정책에 있어서의 '느슨한 연대' 정도가 가능하지 않겠냐"면서도 "그게 얼마나 가능할지는 지금으로써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구를 어떻게 하고 비례대표는 어떻게 한다는 말이 있는 것 같은데 결국 선거 당선만을 노린 합종연횡에 유권자들이 얼마나 공감할지는 의문"이라고 전망했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위원장과 이 전 총리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도 "지역감정이 없어지지 않은 이런 상황에서 지역 배경이 있기 때문에 그 두 배경이 빅텐트를 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낮게 봤다.
김 전 대표는 이 위원장의 탈당 및 신당 창당에 대해 "소(小)분열"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김 전 대표는 이 전 총리의 민주당 탈당과 신당 창당을 '대(大)분열'이라며 "이 전 총리는 대권 주자 중 한 사람이었다.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고 동교동이라는 배경도 있다"며 "이 위원장은 지역 기반이 불분명하다. 대권 주자도 아니었고 여러 가지 불미스러운 일이 있어 징계를 받았다. 큰 차이가 있다"고 비교했다.
그는 "(국민의힘) 공천에서 부당하게 탈락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이준석 신당으로) 많이 갈 것"이라며 "이준석 신당의 성패는 국민의힘이 공천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 이것도 비례대표제의 제도, 지금 이대로 (연동형을) 유지할 것인지 병립형으로 과거처럼 다시 전환할 것인지. 병립형으로 전환하면 신당의 힘이 약화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