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 의장 45억 원 수준…朴 전 의장은 30억 원대
尹대통령 정상 외교에 쓰인 예산보다 소규모
김진표(사진) 국회의장의 올해 방문 외교로 쓰인 예산은 약 40억 원에 육박한다. 여야는 대체로 대통령 또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상대 공격의 수단으로 예산 문제를 꼬집지만, 정작 입법부와 관련해서는 이렇다 할 지적을 하지 않는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3부요인 중 한 명인 국회의장은 입법부 수장으로서 대내외적으로 국회를 대표한다. 원활한 회의 운영과 국회 운영에 대한 전반적인 사무를 감독이 주요 역할이다. 의회 외교도 의장의 중요한 직무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의장의 방문 외교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의 국외 순방보다 노출 빈도나 주목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의 올해 정상 외교 비용은 예산 249억 원에 지난 9월 예비비 329억 원을 승인받아 578억 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대 규모다. 야권은 긴축 재정 기조 속에 과도하게 혈세를 사용했다며 비판하는 일이 있었다. 그렇다면 21대 전·후반기 의장의 주요 의회 외교와 어느 정도의 예산이 쓰였을까.
지난달 26일 국회 사무처에 따르면 지난해 7월 취임한 김진표 의장은 올해 8번의 방문 외교를 나섰으며, 18개국(멕시코·칠레·인도네시아·케냐·이집트·인도·캄보디아·말레이시아·투르크메니스탄·필리핀·피지·뉴질랜드·헝가리·체코·튀르키예·이탈리아·이스라엘·베트남)을 공식 방문했다. 올해 권역별 주요국을 방문하며 2030 부산엑스포 유치 노력에 주력했다.
취임한 이후 지난달까지 지구 6바퀴에 이르는 약 24만km를 이동해 75개국 700여 명의 대통령, 국회의장, 총리 등 다수의 국가지도자를 만나 부산엑스포 지지를 당부했다는 게 국회 측의 설명이다. 하지만 '29표'라는 참담한 성적표를 받은 한국은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에 밀려 세계박람회 유치에 실패했다. 정부뿐 아니라 김 의장의 의회 외교의 노력이 빛이 바랬다.
방문국과 협력 증진 및 교류 확대 등 국익을 위한 활동에도 힘을 쏟았다. 김 의장은 지난해 9월 아세안 지역 핵심 국가인 캄보디아와 말레이시아를 방문해 양국 간 교육·투자 협력 확대와 개발협력 규모 확대를 통한 양국 간 경제 협력을 공고화했다. 이 외에도 여러 나라의 의장, 대통령 등과 만나 방산·원전·첨단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기업의 진출 확대를 도모했다.
2020년 6월부터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맡았던 박병석 전 의장은 재임 중 19개국을 공식 방문했다. 임기 동안 방문 외교에 쓰인 예산은 약 33억 원이다. /남윤호 기자 |
또한 김 의장은 지난 3월 멕시코·인도네시아·한국·튀르키예·호주 5개국 간 협의체인 믹타(MIKTA) 국회의장회의와 지난해 10월 인도 뉴델리에서 열린 제9차 G20 국회의장회의(P20)에 참석하는 일정도 소화했다. 이를 계기로 참석국 의회정상과 만나 양국 간 개별 현안 등에 대해 논의하는 한편 의회정상 간 우호·친선관계 강화를 모색했다.
이렇게 김 의장이 외국 의회, 정부의 주요 인사를 만나는 방문 외교와 국제회의 참석 등으로 쓰인 올해 예산은 39억6618만 원(2023년 12월 26일 기준)이다. 윤 대통령이 올해 쓴 정상 외교 비용에 약 6.8% 수준이다. 김 의장의 취임 이후까지 확대하면 외국 방문에 들어간 예산은 45억1517만 원인데, 지난해 방문 외교 비용과 큰 차이가 나는 배경은 코로나19 영향으로 보인다.
2020년 6월부터 21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맡았던 박병석 전 의장은 재임 중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중국·스리랑카·스위스·스페인·오스트리아 등 19개국을 공식 방문했다. 여기에는 세계국회의장회의 참석 등이 포함됐다. 박 전 의장은 전방위 세일즈 외교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불안해진 글로벌 공급망 협력을 강화하는 자원외교에 집중했다.
2년 임기 동안 박 전 의장의 방문 외교로 쓰인 예산은 32억8878만 원이다. 항공임·숙박비 등 명목이다. 김 의장과 총액에서 10억 원 이상 차이가 나는데, 코로나19 여파로 일부 의회정상회의가 화상으로 진행된 영향으로 보인다. 여야 소속 국회부의장의 외국 방문 비용과 의장이 방문 외교에 나서기 전 국회 실무자들이 사전에 방문국을 들른 경비를 포함하면 쓰인 예산은 더 늘어난다. 21대 국회의장의 방문 외교 등 비용으로만 총 78억395만 원의 예산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