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엑스포 유치 실패는 치명적
韓 비대위원장 수락...위기인가 기회인가
李 체포영장 기각...'부결호소'는 패착
2023년 (왼쪽부터)윤석열 대통령,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서로에 대한 적개심을 가감없이 드러냈다. /더팩트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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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尹, 삐뚤어진 '윤심(尹心)'이 초래한 비극? "민심 좀 들었더라면"
윤석열 대통령의 약점으로 지목된 '소통 부족'은 많은 것을 함축하고 있다. 의사결정은 독단적으로 이뤄졌고 국민의 공감을 얻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이를 밀어붙이는 방식은 강압적으로 보여 반감을 사기에 충분했다. 김준일 에디터는 "매 순간이 기회였는데 민심에 귀 기울일 수많은 기회를 날려버렸다"고 지적했다. 특히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는 윤 대통령이 국정운영 기조를 바꿀 절호의 기회였음에도 이를 놓쳤다.
윤 대통령의 약점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건 야당과의 관계에서였다. 윤 대통령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여태껏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야당 대표를 소통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으면서 여야 갈등의 골도 깊어졌다.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표결을 앞두고 단식에 들어갔을 때가 역설적으로 윤 대통령에게 기회였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수민 평론가는 "이재명 대표가 단식에 돌입할 즈음 윤 대통령이 회담을 역제안했어야 한다"며 "어차피 이 대표에 대한 형사 및 사법 절차는 그것대로 진행이 되는 상황이었다. 정치적으로 타결을 위해 노력한다는 인상을 주면서 이 대표 단식의 정치적 명분을 퇴색시키고 그것이 구속 대비용임을 되레 간접적으로 부각할 수 있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 대표를 피의자로만 취급하면서 전혀 곁을 내주지 않았다. 도량이 좁고 여야 대화에 의지가 없다는 평가를 자초했다"며 "사법리스크에 올인한 셈으로, 이 대표 구속영장 기각에 따른 역효과도 떠안게 됐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대통령의 '소통 부족'은 많은 위기를 낳았다. 기회의 순간에도 아쉬운 결정으로 이어지곤 했다. 지난해 11월 28일 경기 고양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제21기 민주평통 전체회의에 참석하는 윤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
대통령으로서 위기의 순간은 많았다. 이런 순간에서 윤 대통령은 어땠을까. 이준석 전 대표의 탈당이 윤 대통령에게 위기로 보인다. 장성철 소장은 "포용력과 정치력의 부재를 드러냈다"고 봤다. 위기는 이 전 대표와의 갈등을 드러낸 순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준일 에디터는 "이 전 대표를 쫓아냈을 때"라며 "보수진영에서 인기가 떨어지고 지지 연합이 붕괴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도 위기가 됐다. 정세 오판이 부른 참사였다. 빠른 사과로 일부 회복했으나(최수영), 기업 총수들을 병풍으로 삼아 떡볶이 이벤트로 위기를 모면하려 한 것은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박상병).
한일관계 회복은 윤 대통령의 업적으로 평가되지만(최수영) 그 과정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강제 동원 문제에서 일본 피고 기업의 도의적 책임조차 덜어준 데다 이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은 것,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도 아쉬움을 남겼다(김수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이제 막 정치에 입문한 만큼 정치적 평가는 이르다. 향후 비대위원장으로서 어떤 정치력을 발휘할 것인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국민의힘 당사에서 비상대책위원장 임명 수락 연설을 하는 한 위원장. /배정한 기자 |
◆韓, '독이든 성배'인가...'한동훈 비대위원장' 눈앞에 놓인 위기들
이제 막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게는 '비대위원장 수락'이 위기이자 기회의 순간으로 꼽히면서 '위기'라는 평가에 좀 더 무게가 실렸다. 신율 교수는 "성공하면 상당한 정치적 자산 확보를 통해 미래가 밝아질 것이고 실패하면 정치적 미래가 완전히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했다. 김준일 에디터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스스로를 낮추고 상대방을 논파했을 때가 가장 호감이었다"면서 "내년 총선은 한 위원장의 장점과 매력을 펼칠 수 있는 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정치인보다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평가가 주류를 이뤘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보고하던 순간은 기회로 언급됐다. 다만 과한 태도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수민 평론가는 "수사 필요성만 강조하고 '처리는 형사·사법절차에 따라 이뤄질 것'이라고만 했어도 우위에 설 수 있었다"며 "유죄를 예단하는 듯한 태도, 검사와 다를 바 없는 수사관계자 같은 태도는 역풍을 불러일으켰다"고 했다. 최수영 평론가도 "최대한 표현을 절제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장성철 소장은 "지금까지 법무부 장관이었으니까 정치적으로 기회였거나 위기였던 순간은 없는 것 같다"고 했다. 다만 그는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 책임자로서 거듭된 '인사 참사'에 대한 책임은 향후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요소"라고 봤다.
정치 경험이 없다는 게 약점으로 지적된 만큼 향후 예고된 '위기의 순간'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이 혁신에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 상황에서 이를 완성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았다. 핵심은 수직적인 당정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취임하자마자 맞게 될 김건희 여사 특검 정국도 넘어야 할 산이다. 또 총선을 앞두고 공천 문제를 어떻게 다룰 건지도 큰 숙제다.
이외에도 법무부 장관으로서 고발 사주 사건의 손준성 검사를 검사장으로 승진시킨 것도 향후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김수민). 손 검사에게 유죄 판결이 나오고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이 나온다면 당시 감찰권과 인사권을 갖고 있던 한 위원장 책임론이 불거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위기와 기회는 모두 사법리스크에서 나왔다.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는 위기로, 기각됐을 때는 기회로 평가됐다. /장윤석 기자 |
◆李, '사법리스크' 돌파하긴 했는데..."약속 좀 지켜라"
이재명 대표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사법리스크'라는 약점에 발목이 잡히는 모습을 보였다. 가장 결정적인 순간은 단연 '구속영장이 청구됐을 때'였다. 이 대표는 표결에 앞서 '방탄용'이라는 비판 속에 단식을 시작했다. 비판을 차치하고 위기를 넘기는 데 좋은 수가 됐다. 장성철 소장은 "동정여론도 불러일으켰고 야당도 결속시켰다"고, 최수영 평론가는 "절묘한 타이밍"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체포동의안 표결 하루 전 페이스북에 '부결'을 호소하는 글을 올린 건 패착 중의 패착으로 지목됐다. 김준일 에디터는 "결과적으로 구속영장은 기각됐지만 단식하며 체포동의안 부결을 호소한 것으로 '쫄보 이재명' 이미지가 강해졌다"고 했다. 김수민 평론가도 "가결을 택했어야 했다. 본인이 결백하다면 이것은 위기가 아니라 호기"라며 "구속영장이 기각되며 대위기는 넘겼으나 결국 '구속을 막으려 단식한 것'이라는 평가를 자초했다"고 짚었다.
장성철 소장은 "단식을 한 건 위기를 넘기는 데 잘한 일"이라면서도 "어쨌든 자기 안위에만 신경 쓰는 당 대표라는 이미지를 준 것은 상당한 마이너스"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부결 호소 글도 신뢰를 상당히 잃어버리게 한 요인이다. 이 대표는 앞서 불체포특권을 포기한다고 여러 번 공언했었다"고 지적했다.
구속영장 기각은 이후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승리는 '기회의 순간'이었다. 김준일 에디터는 "(선거에서) 이 대표가 전면에 나서지 않은 것이 대승의 원동력"이라고 봤다. 박상병 평론가는 "후보 전략 및 정권심판론이 적중했으며 이를 통해 이 대표의 당내 입지가 공고해졌다"고 분석했다. 이후로 당 대표로서 '이렇다 할' 움직임이 없었던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장성철 소장은 "무책임·무능력·무계획의 '3無'를 그대로 드러냈다. 마치 '침대 축구'를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 대표의 또 다른 위기의 순간은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가 논의 중인 '지금'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다시 신뢰 상실의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해 왔다. 그러나 최근 병립형으로의 회귀에 무게를 싣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준일 에디터는 병립형 회귀 가능성을 거론하며 "현재가 위기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장성철 소장도 "연동형은 대선 후보 시절에도 강조하던 것이다. 이 대표 스스로 '제3당, 제4당이 나오는 것이 내가 대통령이 되는 것보다 중요하다'라고 했다"며 "이를 뒤집음으로써 결국 '저 사람 말은 믿을 수 없다'는 신뢰의 위기를 낳았다"고 했다. "말과 행동을 믿을 수 없는 정치인은 미래가 없다"고 강조했다.
사법리스크가 또 한 번의 위기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신율 교수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판결이 내려질 것이다. 때에 따라서는 위증교사 혐의도 총선 전에 1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이 대표는 상당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당헌 개정 등을 해놨기 때문에 설사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해도 당내 권력 지형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도 "정치적으로 상처를 받는 건 피할 수 없다"고 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는 '주목되는 인물'로 가장 많이 언급됐다. 그의 신당이 향후 총선에서 얼마나 파급력을 가질지 주목된다. 지난달 27일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노원구의 한 음식점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
◆ '주목되는 인물' 이준석? 내년 총선에선 과연...총선 이후에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이 대표를 제외하고 '주목받는 인물'도 있었다. 가장 많이 언급된 인물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신당 창당 작업에 나선 이준석 전 대표다. 김준일 에디터는 이 전 대표의 '눈에 띄는 순간'으로 "27일 탈당과 신당 창당, 4월 10일 총선"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이 전 대표는 2030 남성과 중도층·수도권의 지지를 받는다는 점에서 내년 총선에서 여권의 운명을 쥔 캐스팅보트가 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최수영). 특히 확장성이 필요한 국민의힘으로서는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다(박상병).
이 전 대표의 강점으로는 "똑똑함, 화려한 언변, 주목 끌기의 달인"(김준일), "젊고 정무 역량이 출중하며, 대중적 인지도와 지지층"(박상병), "순발력·타이밍 포착 능력"(최수영) 등이 언급됐다. 장성철 소장은 "똑똑하고 정치적인 판단도 훌륭하다. 각종 현안에 대한 본인의 입장이 뚜렷하고 토론이 가능하다는 게 장점"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가벼운 이미지'는 공통적으로 지적된 약점이다. 김준일 에디터는 "'싸가지 없음' 이미지, 호감도와 비례하는 높은 비호감도"를 지적했다. 박상병 평론가도 "품격과 언행이 방정하지 못하며 비호감 이미지가 높다"고, 최수영 평론가도 "싸움닭 이미지"라고 봤다. 장성철 소장도 "상당히 가벼운 이미지"를 짚으며 "현역 의원이 아니고 당내 세력이 없다는 점도 약점"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표 외의 인물도 언급됐다. 신율 교수는 인요한 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꼽았다. 그는 "인 전 위원장은 비정치인이면서도 여론의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며 "이는 그만큼 정치인들의 비상식에 질린 국민들이 많음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눈에 띄는 인물이 없다"는 평가도 있다. 김수민 평론가는 "현재 한국 정치에서 이렇다 할 대안을 찾을 수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여기저기서 윤석열-이재명 중심의 정치권에 균열을 내려는 시도는 있지만, 비전 제시는 물론 차별성 확보도 여의찮고 기세도 금방 사그라들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정치권이 강성 지지층 위주로 돌아가면서 한국 정치의 공백 지대가 넓어졌다"면서도 "그러나 정치권 변두리로 밀려나거나 정치에 등을 돌린 국민을 대변하는 세력이나 정치인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1960년대 김대중, 1990년대 노무현이 서 있었던 그 자리가 비어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