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네들 너무 오래 살아…빨리빨리 돌아가셔야" 발언 논란
韓 "운동권 특권 청산 앞장설 분" 직접 임명…당은 사퇴설 일축
민경우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의 과거 발언이 공개되면서 한동훈 비상대책위가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29일 오후 민경우 비대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는 한 위원장의 모습. /국회=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가 공식 출범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진짜 정치를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지만 직접 임명한 민경우 비대위원의 과거 노인비하 논란 발언이 공개되면서 시작부터 암초를 만났다. 당의 일사불란한 진화에도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 위원장은 29일 국회에서 첫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새로 선임된 비대위원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한 명씩 소개했다. 그는 민경우(58) 위원에 대해 "기득권과 싸우려다 누구보다 견고한 기득권층으로 변해버린 운동권 특권 정치 청산에 앞장서주실 분"이라고 평가했다. 민 위원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에서 남측본부 사무처장을 지내다 전향한 인물로 현재 운동권 세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비대위원 명단 발표 직후 언론 보도를 통해 민 위원의 과거 발언이 도마에 올랐다. 지난 10월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민 위원은 "지금 가장 최대의 비극은 노인네들이 너무 오래 산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빨리빨리 돌아가셔야"라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민 위원은 28일 입장문을 내고 "젊은 세대의 사회적 역할론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수로 극단적인 표현을 썼다며 '죄송하다'는 사과 취지를 즉시 밝힌 바 있다. 신중치 못한 표현에 대해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린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민 위원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퇴에는 선을 긋고 있다. 당 공보실은 민 위원의 사과문 발표 직후 곧바로 입장문을 내 "민 위원이 386세대가 나이와 지위로 젊은 세대의 진입을 막는 사회적 현상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강조의 의미로 나온 표현"이라며 "해당 발언 바로 뒤에 붙은 '죄송하다'는 발언은 삭제한 채 발언 전체 취지를 왜곡하여 '노인 비하'라는 취지의 단정적인 보도를 한 것에 대해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윤재옥 원내대표도 29일 원내대책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제가 유튜브를 보니까 바로 그 자리에서 바로 사과를 했다. 또 어제도 사과를 한 걸로 알고 있고 부족하다면 더 사과할 것"이라고 했다. 윤희석 선임대변인도 KBS 라디오 오늘에 출연해 "젊은 세대가 빨리 성장해야 한다 그래서 사회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는 가운데 나왔고 바로 사과했다. 표현하는 과정에서의 말실수로 볼 수 있는 부분이 분명히 많이 있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민 위원의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인정하면서도 사퇴에는 선을 긋고 있다. 사진은 민 위원이 29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발언하는 모습. /배정한 기자 |
당의 이같은 대응 아래에는 민 위원이 사퇴한다면 한동훈 비대위가 출발부터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깔린 것으로 분석된다. 비대위원들을 직접 인선했다고 밝힌 만큼 한 위원장도 부실검증의 책임을 피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과거 김은경 민주당 전 혁신위원장의 노인비하 발언 논란 당시에도 국민의힘이 강하게 비판했기에 '내로남불' 프레임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에 "(민 위원의 발언은)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의 먹잇감이 될 수밖에 없다. 논란 있는 사람을 안고 간다고 하면 수도권 같은 곳에 출마하는 이들 사이에선 큰 반발이 나올 것"이라며 "한 위원장이 국민 눈높이나 국민 상식이라고 발언했는데 이런 인물을 비대위원으로 인선한 것이 국민 눈높이에 맞는지 물어볼 필요가 있다. 빨리 사과하고 검증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옛날에 법무부 장관 때처럼 강행하긴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문제 된 노인 발언 외에도 민 위원의 과거 영상이 계속 공개되면서 잡음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현재로선 (민 위원의) 사퇴에 대해 검토하지 않았다"며 "대한노인회로 가서 한 위원장이 직접 의견을 듣고 사과하는 방법도 고민했지만 현재 쉽지 않은 상황 같다. 최대한 유감의 뜻을 표하려고 한다.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민 위원은 임명장을 받은 직후 "과거 신중치 못했던 표현을 했던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정중히 사과드린다. 발언을 하자마자 그 자리에서 바로 사과했다. 앞으로 언행에 더욱 신중을 기하도록 하겠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