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주도로 쌍특검법 통과…대통령실 "즉각 거부권"
민심 이탈 불안감…계속된 거부권에 우려 목소리도
2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하는 내용의 이른바 '쌍특검법'이 통과됐다. 사진은 지난달 윤 대통령 부부가 영국과 프랑스 순방을 위해 출국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김세정 기자] '김건희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수용 불가 입장을 밝히면서 총선을 앞두고 여야의 강 대 강 대치가 이어질 전망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재의결까지 총선 정국 뇌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선 취임 이틀 만에 '김건희 여사'라는 무거운 과제를 떠안게 된 것이다. 특검 지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무차별적 거부권 행사로 역풍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선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하는 내용의 이른바 '쌍특검법'이 통과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집단 퇴장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 의원들만 표결에 참여해 전원이 찬성했다. 쌍특검법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에 지정됐으며 본회의 숙려기간인 60일이 지난 후 국회법에 따라 자동 상정됐다.
여당은 즉각 대통령실에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법안은 다시 국회로 돌아가 재의결 절차를 거친다. 재의 표결은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 찬성할 때 통과될 수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비민주적 악법 폭주와 민심 교란 행위는 더 이상 절대 용납되어서는 안 된다. 통과 즉시 신속하게 당당하게 대통령께 재의요구권을 행사해 주실 것을 요청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실도 "즉각 거부권을 행사할 것임을 말씀드린다"고 했다.
2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11회 국회(임시회) 제3차 본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배정한 기자 |
당 안팎에서는 대통령실의 거부권 행사에 불안한 기류가 감지된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김 여사 특검법 찬성 여론이 높게 나오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은 민심 이탈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당정관계를 새로 정립하는 차원에서 특검법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도 나왔지만 한 위원장은 "총선용 악법"이라고 받아치며 대통령실의 입장에 발을 맞췄다.
대통령실의 계속된 거부권 행사도 우려스러운 지점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4월 양곡관리법을 시작으로 간호법, 노란봉투법·방송3법 등 여러 차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 입법을 존중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배우자에 관한 의혹을 수사하려는 특검법까지 거부한다면 방탄 프레임에 직면할 수도 있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더팩트>에 "특검을 받으라는 국민 여론이 과반이 넘는다. 거부권을 행사하려면 최소한 특검법에 대한 부당성이나 논리적 허점에 대해 설명을 해야 한다"며 "문제를 보완할 수 있는 대안을 약속해야 하는데 무조건 '총선용 악법'이라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도 "총선에 막대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 거부권을 행사하면 안 된다는 여론이 높다. 특검을 무조건 막으면 결국 국회를 인정하지 않고 가는 것으로 보일 수 있다. 국민적 반발도 클 것"이라며 "만일 재의결 과정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사실상 대통령이 당을 떠나야 하는 극단적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반면 재의결에서 통과되지 않을 경우엔 선거에서 최종적인 결과를 받아 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특별감찰관 임명이나 제2부속실 설치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사진은 지난 26일 비상대책위원장 수락 연설을 하는 한 위원장의 모습. /배정한 기자 |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한 위원장이 특별감찰관 임명이나 제2부속실 설치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다만 여론 악화를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검은 과거 행위에 관한 것을 다루는 것이고, 특별감찰관 등은 미래의 일을 방지하는 차원이라서 성격이 완전히 다른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막 출범한 한동훈 비대위가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윤재옥 원내대표 등이 책임지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앞서 윤 원내대표는 "결과에 대한 책임은 원내대표 개인이 지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방법 역시 회의적인 반응이 다수다. 최 평론가는 "원내대표와 기존에 있었던 지도부가 했던 일이니까 한동훈 지도부는 대안을 이야기하면서 (특검법과) 분리 전략을 쓸 수 있겠지만, 국민들 인식에서 분리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