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지명, 8명 중 7명 비정치인
당 체질 개선 의지 엿보여 '긍정적'
첫 정치 입문이 '총선 지도부'...우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 인선을 마쳤다. 비정치인을 대거 기용해 신선함을 유도하면서도 대야 공세에 적합한 인물을 발탁했다는 평가다. 다만 비대위원 대다수가 처음 정치에 입문하는 만큼 우려도 제기된다. 한동훈 비대위는 29일 공식 출범한다. /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김정수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비대위 인선을 마무리한 가운데 새로운 지도부 면면에 관심이 쏠린다. 한 위원장은 비정치인 위주로 인사를 배치해 신선함을 꾀하면서도, 대야 공세에 경쟁력을 갖춘 인물을 기용해 균형감을 고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비대위원들의 정치력이 미지수인 만큼 한동훈 비대위가 현실 정치의 벽을 극복할 수 있을지 우려도 제기된다.
한 위원장은 29일 비대위원 추인을 위한 국민의힘 상임전국위원회 결과 발표 이후 비대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할 예정이다. 이후 첫 비대위 회의를 열고 공식적인 비대위 출범을 알릴 전망이다.
비대위는 한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11명으로 구성된다. 당연직 비대위원인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등 2명과 지명직 비대위원 8명 △김예지(43) 의원 △민경우(58)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김경률(54) 회계사 △구자룡(45) 변호사 △장서정(45) 돌봄교육 통합서비스 플랫폼 대표 △한지아(45) 의정부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박은식(39) 상식과 정의를 찾는 호남대안포럼 대표 △윤도현(21) 자립준비청년지원 SOL 대표 등이다.
한 위원장이 직접 인선한 지명직 위원 8명 중 김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은 예고대로 비정치인으로 꾸려졌다. 앞서 한 위원장은 비대위원 인선 계획과 관련해 "비정치인 위주로 동료 시민에 대한 선의를 가진 분들을 상징하는 분들을 모셔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당내에서는 한 위원장이 비정치인을 대거 등용한 점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당 체질 개선에 대한 한 위원장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이번 비대위가 국민의힘에는 약점으로 언급되는 '영남 중심' '보수 기득권' 이미지와 상반되고, 사회 각계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줬다.
한 위원장은 8명의 비대위원을 직접 인선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김예지 의원, 민경우 시민단체 길 상임대표, 김경률 회계사, 구자룡 변호사, 윤도현 자립준비청년지원 SOL 대표, 박은식 상식과 정의를 찾는 호남대안포럼 대표, 한지아 의정부 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 장서정 돌봄교육 통합서비스 플랫폼 대표. /국민의힘 제공 |
비대위원 면면을 살펴보면 장 대표는 돌봄교육 통합서비스 플랫폼 '자란다'를 창업해 운영 중으로 저출산과 육아, 아동 분야에 특화됐다. 한 교수는 세계보건기구(WHO) 담당관을 지낸 뒤 의정부 을지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로 근무 중이며 보건, 의료 분야에 강점을 보인다. 윤 대표의 경우 2002년생으로 자립준비청년 SOL 대표를 맡고 있어 청년층을 대변하고, 현역 국회의원이지만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 출신인 김 의원은 장애인 등 소수자를 위한 목소리를 낼 전망이다. 지역적으로는 '호남 출신 보수논객' 박 대표가 배치됐다.
민 대표와 김 회계사, 구 변호사의 비대위 합류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는 평가다. 당 안팎에서는 한 위원장의 비대위원장 수락 연설문이 발표된 이후 이들에 대한 발탁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고 한다. 앞서 한 위원장은 연설문을 통해 "운동권 특권정치를 청산하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민주당이 이들과 결탁해 나라를 망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민 대표는 과거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사무총장을 맡는 등 학생운동권에서 활동한 뒤 전향해 운동권 정치 청산을 주장하고 있다. 김 회계사는 지난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과정에서 이른바 '조국 흑서'로 불리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의 공동 저자 중 한 사람이다. 구 변호사는 대장동 의혹을 조명하며 '이재명 저격수'로 이름을 알렸다.
당내 일각에서는 한 위원장의 인선 기준과 비대위원 구성에 기대를 걸면서도 '한동훈 비대위'의 순항 여부에 대해선 예단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비대위원 대다수가 현실 정치에 처음 입문하는 상황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펼쳐질 복잡다단한 당내 상황을 극복할 수 있을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뻔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오셨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과연 현실 정치에서 당의 사정을 잘 수용할 수 있는지는 미지수"라며 "무조건 사람을 바꾼다고 해서 개혁이 되는 게 아니고, 얼마나 냉철하게 당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지 우선은 그 시험대에 서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