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들의 강성 유튜브 출연? "센 발언=유능으로 인식돼"
與野 강대강 대결구도가 강성 유튜브로 옮겨갔다는 분석
유튜브의 발달로 국회의원들의 강성 정치 유튜브 출연도 흔한 풍경이 됐다. 의원들은 유튜브 출연으로 유명세를 얻을 수 있으나, 한국 정치 환경은 더욱 척박해질 수 있어 전문가들의 경고도 뒷따랐다. /더팩트 DB |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난 9월 발행한 <디지털뉴스리포트 2023 한국>에 의하면 응답자의 53%는 유튜브를 통해 뉴스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돼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국회에서 입법을 책임지고 있는 국회의원들도 유튜브 활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 '랜선 홍보'를 위해 의원실마다 의원들의 의정 활동과 관련한 각종 영상물을 만들어내 국민에게 다가가고 있다. 또 의원들은 기성 매체가 아닌 정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신을 알리기도 한다. 유튜브 정치는 미디어 환경이 변해감에 따라 의원들이 피할 수 없는 시대 흐름이기도 하지만, 의원들에게도 보좌진들에게도 고민과 과제를 남기는 숙제가 되기도 한다. <더팩트>는 2023년 연말을 맞아 국회 내 유튜브 활용법에 대한 이모저모, 보좌진들의 속내, 유튜브 정치의 장단점을 <상> <하>로 짚어봤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제21대 국회 들어 국회의원들의 개인 유튜브 채널 활용뿐 아니라, 정치 시사 전문 유튜브 출연도 더욱 활발해졌다. 미디어 환경이 변함에 따라, 의원들의 유튜브 방송 출연은 누구나 한 번쯤 거쳐 가야 할 관문처럼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하지만 의원들에게 특정 유튜브 출연은 '독이 든 성배'와 같다. 수십 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가진 유튜브 채널에 나와 '유명세'라는 즉각 보상을 얻을 수 있지만, 중도층들에게는 '강경파 의원'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는 한계를 갖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의원들의 과도한 유튜브 출연은 결국 정치 신뢰도 훼손이라는 위험한 결론에 이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전 세계적으로 커진 만큼, 국내 정치 영역에서도 유튜버들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 여야를 막론하고 '거물급' 정치 시사 유튜브 채널들은 정치 현안과 관련한 이야기들을 정당 지지자들에게 전해주며 구독자를 흡수해 왔다. 다수의 구독자를 보유한 대표적인 보수 유튜브 채널로는 '진성호 TV'(181만 명), '신의 한 수'(149만 명) 등이 꼽히며 진보 유튜브로는 '딴지방송국'(125만 명), '새날'(88만 명) 등이 거론된다. 이외에도 무수한 채널들이 각 정당의 주장과 논리를 강조하는 내용의 영상들을 쏟아내고, 지지층들은 자신들의 시청목록에 따른 '알고리즘'을 따라 연관된 정치 유튜브 채널들의 영상을 계속해 추천받는다. 때문에 유튜브가 정치 유튜브를 '보는 사람만 계속 보게 만드는' 방법으로 정치의 극단화를 부추긴다는 비판도 함께 따른다.
의원들이 기성 매체 노출 이외에도 특정 정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자신을 홍보하는 것도 과거에 비해서는 흔한 풍경이 됐다. 유튜브의 영향력이 큰 만큼, 의원들이 국민들이 보는 매체를 '찾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강성 정치 유튜브 채널을 두고 정치권 내에서는 걱정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해당 채널들의 성행(盛行)이 여야 어느 정당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의 정치 피로와 무관심을 심화시키기 때문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에 관심 없는 사람들은 유튜브에서 정치 뉴스 자체를 보지 않는다. 애초에 정치 유튜브는 정치 중도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핵심 지지층들을 잡기 위한 목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정치 유튜브가 정치권에 등장하며 '중진의 역할이 사라지는' 기분이라고 했다. 그는 "정치의 시대가 바뀌어 정치인들의 경험을 중시하지 않는 환경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정치 경험보다는 '나에게 이득이 되는 사람', '나에게 얼굴 한 번 더 비치는 사람'이 유능한 정치인처럼 비치는 것 같다"라며 "의정활동을 열심히 하는 사람보다, 유튜브에 나가서 '센 발언'하는 사람이 더 주목받게 되는 거다. 그런데 또 남들 하는 대로 안 했다가는 소위 '도태'된다는 두려움이 있어 안 할 수도 없다"라고 강성 정치 유튜브와 관련한 속내를 털어놨다.
또 한 의원실 관계자도 "(친정당 성향의 유튜브에 의원이 출연하는 것은) 별로라고 생각한다. 장단점이 너무 뚜렷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방송 출연보다는 쉽고, 지지자들에게 편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은 좋지만, 무분별하거나 필터링을 거치지 않은 주장도 할 수 있다는 건 큰 단점이다. 그 사이 선을 지킬 수 있는 '정제력(精製力)'이 아직 유튜브에는 부족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내모임 '원칙과상식'은 이재명 대표를 향해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 사퇴', '민주당 정치인의 강성 유튜브 출연 금지' 등을 요구했다. 그래야 '당내 민주주의'가 회복된다는 주장이었다. /신진환 기자 |
민주당 내에서는 '국회의원 중 개인 채널 최다 구독자 보유자'이자 '팬덤 정치 강자'인 이재명 대표를 향해 강성 유튜브와의 결별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분출되기도 했다.
당내 모임 '원칙과상식'(김종민·이원욱·윤영찬·조응천)은 지난 11월 출범 기자회견을 열고 당내 민주주의 회복을 위해 이 대표가 '재명이네 마을' 이장직 사퇴, 강성 유튜브 채널에 정치인 출연 금지 조치 등의 결단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명(이재명)계' 의원들로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들로부터 의원실 항의 방문, 문자 테러 등의 공격을 꾸준히 받아온 인물들이다. 이 대표는 26일 기준으로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당내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도 여야가 강성 유튜브와 '헤어질 결심'을 할 여지는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국회에서의 '강대강 대결구조'가 이어지는 만큼, 중도층을 끌어안는 '돌아가는 길'보다는 강성 유튜브를 이용해 각 정당의 지지층들을 똘똘 뭉치게 하는 '지름길'이 더 똑똑한 전략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강성 지지층들만이 남은 국내 정치의 환경이 점점 한쪽으로만 치우치고 척박해 진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특정 정파를 따르는 유튜브에 출연하면 그 의원에게는 '편향된 사람'이라는 낙인이 찍힐 수 있다. 또 유튜브에서 소모적인 공방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 이런 일들이 정치권에서 쌓이다 보면 결국 국민들에게는 전체적으로 정치 신뢰도가 떨어지게 되는 것"이라며 "정치의 수준을 높이기 위해서는 자제가 필요하지만, 개인의 자유를 제어하기도 쉽지 않다. 결국 극한 정치를 거듭하고 있는 국회의 척박한 환경을 강성 유튜브 방송들이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신 교수는 "(강성 유튜브의 출연하는 의원들은)핵심 지지층에게 어필을 하고 지지층들이 환호하는 걸 보면 내가, 그리고 우리 당 인기가 굉장히 높다고 착각할 수 있다. 유튜브 세상이 전체가 아닌데, (엇나간 인식으로) 정치적 판단기준이 어그러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결책도, 임시방편책도 없이 어느덧 국회의 시간은 2024년을 향했다. 총선을 앞두고 강성 유튜버들의 '정치 전쟁'은 더 활발해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