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외교 결산] 한미일 vs 북중러, 더 세게 밀착…내년 변수는
입력: 2023.12.25 00:00 / 수정: 2023.12.25 00:00

한일관계 개선 계기 한미일 협력구도 완성​
대중관계 악화 반작용…북러 협력 가시화
트럼프 재선·기시다 조기퇴진 주목


윤석열 정부의 2023년 외교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와 일본과의 관계 회복에 방점이 찍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이런 과정을 통해 한미일 3자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8월 윤 대통령이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던 당시. / 뉴시스
윤석열 정부의 2023년 외교는 역대 어느 정부보다 미국과의 동맹을 강화와 일본과의 관계 회복에 방점이 찍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이런 과정을 통해 한미일 3자 관계를 더욱 끈끈하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지난 8월 윤 대통령이 메릴랜드주에 위치한 미국 대통령 별장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를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공동기자회견을 하던 당시. / 뉴시스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2023년 한국 외교의 가장 큰 특징은 역대 어느 정부보다 끈끈한 한미동맹과 한미일 3자 관계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이 여론의 거센 비판을 감수하고 일제 강제동원 해법 '제 3자 변제안'을 내놓으며 한일관계 개선을 이뤄낸 것은 현 정부 외교정책의 차별점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미중 전략경쟁 시기 한미동맹, 한미일 안보협력의 강화는 가치·규범 반대 진영인 북중러의 강력한 반발로 이어졌다. 2024년에도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는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한일관계 개선 계기로 한미일 협력구도 완성​

윤석열 정부는 지난 3월 일본 기업이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내야 할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대신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발표했다. 수년 간 한일관계를 교착시켰던 과거사 문제를 매듭짓고 "미래 지향적 한일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결단"이라는 입장을 강조하면서다.

​수출규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관련 갈등 해결을 시작으로 한일관계는 급속도로 개선됐다. 12년간 멈춰있던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는 완전히 복원됐고, 과거사 해법 발표 후 7번의 한일정상회담이 열렸다. 외교, 국방, 산업, 재무 등 다양한 분야의 양국 정부 간 협의체도 속속 복구됐다. 일본 여행객 수는 코로나19 이전을 넘어서는 등 민간 교류도 여느 때보다 활발하다. 국내 반발이 컸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도 한일관계에 별다른 악영향을 주지 않았다.​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지난 3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인 제3자 변제안 거부한 배경 등을 토로했다. 양 할머니는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중 한 명이다. /남용희 기자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양금덕 할머니는 지난 3월 13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윤석열 정부의 강제동원 해법인 '제3자 변제안' 거부한 배경 등을 토로했다. 양 할머니는 강제동원 생존 피해자 중 한 명이다. /남용희 기자

일본과의 관계 회복에 나선 윤 대통령은 지난 8월 18일 미국 대통령의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에서 한미일 3국 정상과 회동했다. 한미일이 다자 국제회의가 아니라 별도로 일정과 장소를 잡아 개최한 첫 정상회의였다. 한미일은 '캠프 데이비드 정신'(The Spirit of Camp David) 합의를 통해 전통안보, 경제안보, 신흥안보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각종 대화가 상시 개최될 수 있는 제도화 기틀을 마련했다. 한국 정부는 이 사건에 대해 "한미일 협력 발전의 획기적 이정표"라며 "한미일 협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대중관계 악화는 반작용…북러 협력 가시화

​그러나 한미일 가치 연대 강화는 필연적으로 북중러와의 대치 국면을 불러왔다. 4월 윤 대통령의 로이터 통신과 인터뷰에서 대만 문제에 대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절대 반대한다"고 언급한 것, 6월 싱하이밍(邢海明) 주한중국대사의 "중국의 반대편에 베팅하면 후회한다"는 등 내정 간섭성 발언으로 한중관계는 격랑에 휩싸였다. 9월 한덕수 국무총리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계기 시진핑 국가주석 예방, 11월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 등 고위급 교류가 이뤄지긴 했지만 본격적인 협력 단계로 나아가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4년 만에 열린 러북 정상회담 역시 최근 한미일 동맹 강화 움직임에 대한 대응의 일환이다. 북러는 9월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경제 분야에서 각종 협력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러시아에 우크라이나 전쟁에 쓸 포탄 1백만 발과 로켓포 등 군사장비를, 러시아는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을 위해 기술 자문을 제공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미일 외교장관은 10월 26일 공동성명을 내 "북한이 우크라이나 정부와 국민을 대상으로 사용될 군사장비와 군수물자를 러시아 연방에 제공하는 것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으로의 핵과 탄도미사일 관련 기술 이전 가능성에 대해서도 깊이 우려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악수하는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 /AP.뉴시스
지난 9월 13일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회담하면서 악수하는 김정은(왼쪽) 북한 국무위원장. /AP.뉴시스

그러나 북중러는 전방위적으로 확대하는 한미일 결속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가치 진영 간 대결보다 미국 견제에 주력하는 중국은 러북과 우호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군사밀착'에 대해선 거리를 두는 모습이다. 국제질서를 훼손하는 두 국가와 같이 매도되면 서방과의 외교, 경제 관계에 대해 부담을 느낄 수 있어서란 해석이 나온다. 한국이 북중러 밀착의 약한 고리이자, 이념보다 국익중시 경향을 보이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이유다.

​◆2024년 한미일 협력 변수는 트럼프 재선과 기시다 조기퇴진 여부

​전문가들은 2024년에도 한미일 안보협력 대 북중러 연대 구도는 더 뚜렷해질 것으로 전망한다. 아산정책연구원은 '2024 아산국제정세전망-연대결성' 보고서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등 주요국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형성된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가치대립 구도가 극단화되지 않도록 조정하면서도 자신들 중심의 연대를 심화·확장하기 위해 경쟁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한미일과 북중러라는 동북아 지역 연대 각축이 더 부각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구원은 "북한이 북러 밀착을 기초로 한반도 및 지역 그리고 세계 질서 차원에서 위협을 가중시킬 위험도 배제할 수 없음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2024년 윤석열 정부 외교의 최대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는 경우다. 여기에 기시다 내각의 불안정성도 윤석열 정부 외교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 AP.뉴시스
2024년 윤석열 정부 외교의 최대 변수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당선되는 경우다. 여기에 기시다 내각의 불안정성도 윤석열 정부 외교의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당하다는 시각이 나온다. / AP.뉴시스

한미일 협력 변수로는 내년 미국 대선 결과와 일본 기시다 내각의 불안정성이 꼽힌다. 그 중 가장 큰 영향을 끼칠 수 만한 것은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이다. 마상윤 가톨릭대 교수는 '한미일 협력 구조 변화의 작용과 반작용'에서 "만약 내년 미국 대선에서 트럼프가 다시 당선된다면 제1차 집권기에서와 같은 동맹 경시의 경향이 다시 강하게 표출될 수 있다"며 "동맹 및 파트너와의 네트워크를 강조하는 현 바이든 행정부의 전략은 크게 수정될 수 있고, 한미일 협력의 유인도 크게 약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원은 '2024 국제정세전망' 보고서에서 "한일 관계는 외교안보·경제·민간교류 등의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이 심화될 것"이라며 "협력의 지역적 지평이 한미일, 한일중, 인도·태평양과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기시다 총리의 조기 퇴진이 현실화할 경우 기존 한일관계 모멘텀이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 후임자들이 역사 문제나 한일 간 협력 사안에 있어 기시다보다 더 강력하게 일본의 이익만을 대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일관계 개선이 주로 지도자 결단에 의존해 이뤄졌기 때문에 한일관계는 한미일 3자 협력을 제약하는 약한 고리가 될 수 있단 분석이다.

chaelog@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