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오후 경기도 정부과천청사 대강당에서 진행된 이임식에 참석해 직원들의 박수를 받으며 청사를 떠나고 있다. /배정한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여의도 무대에 오른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직행하는 화려한 데뷔다. 그러나 펼쳐진 현실이 마냥 녹록지만은 않아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당 지지율이 좀처럼 오르지 않는 상황에서 총선을 진두지휘하는 난제를 떠안았다. 혼란에 빠진 당 내부 수습이라는 막중한 임무도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21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전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김기현 전 대표가 대표직을 내려놓은 지 8일 만이다. 한 전 장관은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하고 이날 오후 법무부를 떠났다. 당은 오는 26일 전국위원회를 열고 한 전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한다.

한 전 장관에게 주어진 가장 큰 숙제는 바로 윤석열 대통령이다. '윤석열 아바타' 프레임을 떨치고 대통령실과 당 사이 관계를 재정립할 수 있을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나아가 답보 상태인 윤 대통령의 지지율을 극복하고 총선 승리를 이끌어야 한다.

당 주류들은 한 전 장관의 대중적 인기와 엘리트 이미지로 중도층 표심을 잡을 수 있다고 낙관하지만, 윤 대통령과의 특수 관계 때문에 외연 확장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전 장관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정권 심판 정서를 키울 수 있다는 불안도 있다.

당 내부에서도 비슷한 이유로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에 "한동훈 체제가 들어오면 일체 당무를 언급하지 않을 생각이다. 한동훈 체제는 직할 체제이기 때문에 윤 대통령과 직접 부딪히게 돼 아무래도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한 전 장관이 '양날의 검'인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긴밀한 소통은 하되 적절한 긴장감은 필요하다는 것.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 원장은 <더팩트>에 "대통령 지지율이 낮은 상황인데 중도층을 한 전 장관이 흡수할 수 있느냐가 이번 총선의 관건"이라며 "한 전 장관이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잘 활용해야 한다. 가까운 사람이 오히려 직언할 수 있다. 원활하게 소통하면서도 쓴소리를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대통령실과 당을 협력과 긴장 관계로 만들어야 한다. 쉽지 않을 것이라고 다들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윤 대통령이 한 전 장관을 신뢰하기 때문에 조언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겠나"라며 "김기현 전 대표 시절처럼 당을 대통령실의 여의도 사무실로 만들 것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면서도 긴장은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건희 여사 문제는 한동훈 비대위의 첫 시험대다.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28일 본회의에서 김 여사 특검법을 처리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최근 김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등이 터지면서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찬성 여론도 높아져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하는 것은 당으로서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윤석열 아바타 프레임이 더욱 짙어질 수도 있다. 반면 특검법을 수용한다면 총선 정국이 김 여사의 수사로 뒤덮일 것으로 보여 난감한 상황이다.

당 주류들은 한 전 장관의 대중적 인기와 엘리트 이미지로 중도층 표심을 잡을 수 있다고 낙관하지만, 윤 대통령과의 특수 관계 때문에 외연 확장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뉴시스

당 수습도 한 전 장관에게 난관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패배부터 이어져 온 당 내부 혼란을 잘 다듬어야 한다. 또 공천 과정에서 생길 잡음을 최소화하고 신선한 인물을 발탁할 수 있어야 한다. 검사 출신이 대거 공천될 것이라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탈당과 신당 창당을 선언한 이준석 전 대표, 또 유승민 전 의원 등 비윤계 인사까지 포용할 수 있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최 원장은 "선거에서 여당에 중요한 부분은 분열하지 않는 것이다. 당을 안정적 체제로 구축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하면서도 흔들리지 않게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외에도 한 전 장관이 공격적 언어 습관을 바꿀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평론가는 "한 전 장관은 말을 멋지게 하려고 하지만 논리가 안 맞는 것도 있다. 여의도 문법이 중요하다. 신중한 언어가 필요한데 실언을 하게 된다면 그때부터 비대위원장의 자격이 흔들리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