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카공작" "김건희 특검법 악법"…한동훈 발언에 당 안팎 '난감'
입력: 2023.12.21 00:00 / 수정: 2023.12.21 00:00

격전지 출마준비자들 "우려스럽다…현장 민심 생각해줬으면"
발언 논란일자…한동훈 "충분히 말씀드렸다" 말 아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 "많은 사람이 같이하면 길이 되는 것"이라며 정계 등판을 선언했다. 대체로 당은 한 장관의 시원한 출사표에 환호를 보내는 모습이지만 일각에선 깜짝 놀란 기류도 읽힌다. 특히 수도권 등 격전지 출마를 준비 중인 이들은 "악법", "몰카공작" 같은 한 장관의 강성 발언에 안절부절못하는 분위기다.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 후 신속히 비대위원장 인선을 발표할 계획이다. 윤재옥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시작으로 비상 의원총회, 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 상임고문단 간담회를 거쳐 '한동훈 비대위'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왔다. 한 장관도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보여 사실상 발표만 남은 상태다.

친윤계는 한동훈 비대위를 반기는 분위기지만 당 일각에선 한 장관에 대한 의구심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 정권 '2인자'로 불리는 한 장관이 수직적 당정관계에서 탈피할 수 있겠냐는 시선이다. 특히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직 수락을 시사하면서 했던 말이 논란되면서 우려는 더욱 커지는 모양새다.

지난 19일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하기 위해 국회를 찾은 한 장관은 "세상에 모든 길은 처음엔 다 길이 아니었다. 많은 사람이 같이하면 길이 되는 것이다. 진짜 위기는 경험 부족보단 과도하게 계산하고 몸을 사릴 때 진짜 위기가 오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치 참여 의사를 분명히 밝힌 대목이지만 한 장관의 발언 중 관심이 쏠린 부분은 따로 있었다. 바로 김건희 여사 특검법과 명품가방(백) 의혹에 대한 한 장관의 생각이었다.

기자들이 '김건희 특검법'에 관해 묻자 한 장관은 "법 앞에 예외는 없어야 하고 국민들이 보고 느끼기에도 그래야 한다"면서도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는 독소조항까지 들어있다. 민주당이 원하는 선전·선동을 하기 좋게 시점을 특정해 만들어진 악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악법은 국민들의 정당한 선택권을 침해하는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리는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국회=남용희 기자

한 장관은 명품백 의혹과 관련해선 "제가 왜 (그 질문에) 곤란할 것으로 생각하는지 모르겠다"며 "기본적으로 내용을 보면 몰카공작이란 것은 맞다. 공작의 당사자인 서울의 소리가 고발했다는데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가 진행돼 처리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한 장관이 특유의 전투력을 발휘해 강한 리더십을 보였다는 평가도 있지만, 당 안팎에선 발언 강도가 지나친 것 아니냐는 의견이 조심스레 나온다. 한동훈 비대위가 더불어민주당이 내세우는 '윤석열 아바타' 프레임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고, 당에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국민적 비토 정서가 강해 어느 정도 당이 거리를 둘 필요가 있는데도 한 장관이 김 여사 문제에 정면 돌파를 택한 것으로 보여 난감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총선에서 격전지에 도전하려는 이들에겐 한 장관의 발언이 타격으로 다가온 모습이다. 수도권 출마를 준비하는 한 당협위원장은 <더팩트>에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는 한 장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만 참 고민스럽다. 민심을 직접 대하는 저희로선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또 다른 수도권 당협위원장도 "말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현장 분위기를 좀 고려해 줬으면 싶다"고 했다.

한 장관이 아직은 국무위원 신분임에도 강성 발언을 한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분석도 있다. 최수영 시사평론가는 "섣부른 이야기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비대위원장이 되고 나서 (특검법에 대해) 여야가 합의했으면 좋겠다 정도로 이야기했다면 여지가 있었을 것이다. 일반론이라고 전제했지만 법무부 장관의 이야기가 일반론이 될 수 없지 않나. 한 발짝 앞서 나간 것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자신의 발언에 논란이 일자 20일에는 "충분히 말씀드렸다"며 말을 아끼는 모습이었다.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장 앞에서 기자들과 만난 한 장관은 "제가 마음이 좀 독해졌다. 처음에는 부담돼 이야기했는데 이제는 안 그럴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여사 특검을 '몰카공작'으로 규정한 것이 수사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그걸 그렇게 들으셨나"라고 되물었다.

sejungkim@tf.co.kr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이메일: jebo@tf.co.kr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
AD
인기기사
실시간 TOP10
정치
경제
사회
연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