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오경 원내대변인 "공식 입장 없다"
與 공세 강화·檢 수사 확대 가능성 부담 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 사건으로 구속됐다. 민주당은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는 등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국회=신진환 기자]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으로 구속되면서 민주당 내부가 술렁이는 분위기다. 송 전 대표와 선을 그으며 악재 차단에 주력하는 모습의 민주당은 검찰 수사가 확대될 전망 속에 넉 달 앞둔 내년 4·10 총선에 미칠 파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8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송 전 대표의 영장실질심사를 진행한 뒤 사안의 중대성과 증거인멸의 우려를 고려해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송 전 대표는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경선캠프를 운영하면서 선거자금 6000만 원이 담긴 돈 봉투를 당내 일부 의원들에게 건네는 과정에 관여한 혐의를 받는데, 재판부가 정황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민주당은 공식 반응을 자제했다. 임오경 원내대변인은 19일 원내대책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송 전 대표 탈당해 개인의 몸"이라면서 "구속 관련 공식 입장은 없다"고 했다. 또 "기소돼서 곧 재판에 들어갈 것인데, 사안들에 대해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만 언급했다. 민주당 한 당직자도 <더팩트>와 통화에서 "그 부분(송 전 대표 구속)은 드릴 말씀이 없다"며 극도로 말을 아꼈다.
민주당이 침묵하는 배경은 해당 의혹과 연관된 의원이 20여 명에 달하는 만큼 내년 총선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4일부터 이틀간 전국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한 결과(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누리집 참조) 민주당(44.7%)은 국민의힘(36.7%)에 앞섰지만, 총선 승리를 장담하기는 어려운 수치다.
송 전 대표가 구속되면서 2021년 전당대회 과정에서 금품 수수를 의심받는 민주당 의원 20여 명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내년 총선이 넉 달 앞으로 다가온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이재명 대표. /이새롬 기자 |
민주당은 송 전 대표의 구속으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게 됐다. 지난 4월 돈 봉투 살포 의혹이 불거지자 이재명 대표는 사실 규명을 공언했으나, 오히려 민주당은 지난 6월 돈 봉투 의혹 사건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도했다. 쇄신의총 이후 구성된 김은경 혁신위도 당 도덕성 회복은커녕 여러 설화로 별다른 소득 없이 활동을 마쳤다.
송 전 대표의 구속을 고리로 당 비주류는 당 차원의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혁신계를 자처하는 비명계 '원칙과 상식'은 "당 대표의 각종 리스크 방어에만 급급해 당내 도덕성을 방치했고, 근본 원인을 해결하기보다는 방탄 정당의 굴레마저 덧씌워졌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통합비대위 전환을 위한 이 대표의 결단을 촉구했다.
송 전 대표의 구속에 따라 검찰의 수사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되는데, 리스트에 오른 현역 의원들이 줄줄이 소환될 가능성이 크다. 당대표 부정 선거와 불법 정치자금이 오갔다는 여당의 공세는 갈수록 더 거세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검찰의 수사 확대는 민주당의 큰 부담이다. 특히 갈수록 총선 시기가 가까워진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총선을 준비 중인 민주당 원외 인사는 통화에서 "당은 아직 (돈 봉투 의혹) 관련 수사와 재판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외면해서는 안 된다"며 "국민이 볼 때 도덕성 문제는, 결과(사법부의 판단)가 나오지 않았더라도 의혹이 터진 원인과 과정을 보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그냥 아무 일 없던 듯 잊히길 바라는 것처럼 입을 다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며 "당이 도덕성 논란에 대해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 등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