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사퇴 두고 尹 대통령 '의중' 영향 분석 많아
네덜란드 국빈 방문 尹 대통령, '반도체 동맹' 성과
김기현 전 국민의힘 대표의 사퇴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이준석 전 대표는 "공천 학살의 서막"이라고 내다봤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혁신의 바람이 불고 있다. '친윤' 핵심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데 이어 김기현 전 대표는 전격적으로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당 안팎에서 인적 쇄신의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추가 '용퇴'가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반대로 더불어민주당은 이낙연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공식화하면서 분당 사태로 이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또한 여야는 치열하게 인재 영입 경쟁을 벌이면서 국민에게 눈도장을 찍고 있다.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일 네덜란드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했다. 이번 순방을 통해 네덜란드와 '반도체 동맹'을 공식화한 성과를 올렸다. 순방 과정에서 세계적인 반도체장비 생산기업 ASML의 본사를 방문해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현장을 직접 둘러보는 등 차세대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해 필수 장비 협력 기반을 적극 구축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운영사인 도쿄전력이 최근 오염수 대신 '처리수'라는 표현을 써달라고 강조했지만, 정부 측은 정해진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 결정에는 '친윤' 핵심으로 불리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의 내년 총선 불출마 선언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또한, 장 의원이 차기 부산시장 선거에 출마할 것이라는 설도 정치권에 나돈다. /남용희 기자 |
◆장제원의 갑작스러운 불출마, 김기현 압박용?
-김기현 국민의힘 전 대표가 지난 13일 전격 사퇴했어.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중의 윤핵관'으로 불린 장제원 의원이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지 하루 만이야. 김 전 대표는 당내 거센 사퇴 여론의 압박을 받고 있었는데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결정타라는 분석이 많아. 장 의원 불출마 선언 시점이 좀 이상했다는 평가도 나오고 말이야.
-맞아. 장 의원은 지난 11일 밤 페이스북에 불출마를 암시하는 글을 올렸어. 이날은 혁신위원회가 공식적으로 활동을 종료하는 날이었지. 장 의원은 그동안 혁신위의 용퇴 촉구에 불만을 드러내며 거부 의사를 밝혀 왔거든. 그런데 혁신위가 조기 해산한 날 혁신안을 받아들이는 모양새가 돼버렸어. 당내에선 혁신위에 떠밀리는 듯한 인상을 피하고 싶었다고 보기가 어렵다는 반응도 있더라고.
-12월 중순에 접어들었는데, 지금의 불출마 선언이 내년 4월에 있을 총선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궁금하네. 혁신위가 지도부·영남권 중진·윤핵관 등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혁신안을 밀어붙일 때도 정치권에서는 '용퇴 선언을 하기엔 빠른 시기'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어. 이 때문에 김 전 대표가 불출마를 선언하더라도 1월 중순은 돼야 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기도 했었지.
김기현 국민의힘 전 대표가 전격적으로 대표직을 내려놓은 것을 두고 당 안팎에서는 이른바 '윤심'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된다. 사진은 윤 대통령. /더팩트 DB |
-게다가 김 전 대표의 사퇴 압박이 절정에 달했을 때야. 장 의원의 불출마 선언은 분명히 김 전 대표에게 큰 압박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 그래서인지 '윤심(尹心)' 이 결국 김 전 대표의 '결단'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이들이 많더라고. 그런데 김 전 대표가 당대표직을 사퇴하면서 총선 출마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었는데 이 부분이 또 눈길을 끌었다면서?
-사실 당 안팎에서는 김 전 대표가 1월 중순쯤 대표직을 유지하는 대신 총선 불출마를 선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었어. 윤 대통령이 순방을 떠나기 전 만난 자리에서 김 전 대표는 이런 권유를 받았다고 해. 하지만 김 전 대표는 결국 대표직을 내려놓고 의원직을 사수하는, '윤심(尹心)'에 어긋나는 선택을 한 셈이야.
-왜 그랬을까?
-이 전 대표는 지난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렇게 주장했어. 이건 김 전 대표가 선택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불출마 선언하고 당장 당대표직을 유지하더라도 이후에 언제든 끌어내려질 수 있다고 말이야. 이 전 대표는 김 전 대표가 이런 고민을 하지 않았겠냐고 추측했지. 결국 대통령실이 '불출마'를 꺼내든 이상 김 전 대표에게 선택지는 사라졌다고 이 전 대표는 설명했어.
-그렇다면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이 전 대표는 13일 유튜브 채널 <스픽스>에 나와서 "초선 의원 사이에선 김 대표가 자리를 유지해야만 경선이라도 시켜줄 것이란 기대감이 있었지만 사퇴하면서 공천관리위원장과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통령의 뜻이 적용되는 사람이 올 것이고 결국 공천 학살의 서막"이라고 전망했어. 이 전 대표가 너무 나쁘게 보고 있는 걸까? 당장 비대위원장에 언급되는 인사들을 보면 이 전 대표의 말을 틀린 말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아. 15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는 그동안 비대위원장으로 이름이 거론됐던 한동훈 법무부 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의 이름이 나왔다. 특히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했던 것으로 전해졌지. 물론, 일부에서는 한 장관이 비대위원장이 될 경우 '윤석열 아바타'라는 여론의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돼. 김 전 대표 사퇴로 비대위 전환을 공식화한 국민의힘의 고민은 생각보다 더 깊어질 수 있을 것 같아.
네덜란드를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벨트호벤 반도체장비 생산기업인 ASML 본사에서 클린룸을 시찰했다. 왼쪽부터 이재용 회장, 빌럼 알렉산더르 국왕, 윤 대통령, 피터 베닝크 회장, 최태원 회장. ASML 본사의 클린룸은 외국 정상에게 처음 공개된 것이다. /대통령실 제공 |
◆방진복 입은 尹...'반도체 동맹' 향한 강한 의지?
-윤석열 대통령이 네덜란드 국빈 방문 중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생산 기업인 ASML을 방문해 화제야. ASML이 있는 벨트호벤은 수도 암스테르담에서 자동차로 약 2시간 타고 가야 할 정도로 꽤 거리가 있잖아.
-ASML은 극자외선 노광장비(EUV) 독점 생산 기업인데, EUV는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 정말 중요한 장비야. 그래서 대만의 TSMC와 경쟁 중인 삼성전자도 반도체 초미세공정 공정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ASML과의 원만한 관계가 필수적이야. 'ASML 장비 확보가 기업 경쟁력'이라고 불릴 정도야. 윤 대통령이 왕복 4시간이나 걸리는 ASML을 직접 찾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야.
-특히 윤 대통령은 방진복까지 착용하고 클린룸에 들어가서 ASML의 차세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생산현장을 직접 살펴봤어. 차세대 EUV 장비는 일반 EUV장비보다 더 미세한 회로를 그릴 수 있어서 2나노미터(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 반도체 생산에 투입되고 있다고 해.
-클린룸에 들어가려면 절차가 꽤 번거로운 걸로 알아. 공정 특성상 부품에 먼지가 조금이라도 끼면 불량품이 되기 때문이야. 그래서 모든 출입자는 방진복과 방진모, 마스크를 입고 10초간 에어샤워를 해야 들어갈 수 있어.
윤석열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헤이그 총리실 중앙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시스 |
-이번 국빈 방문 계기에 네덜란드와는 '반도체 동맹'도 맺기로 했다고?
-맞아. 윤 대통령과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채택한 '양국 공동성명'에 "정부, 기업, 대학을 아우르는 반도체 동맹 구축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내용이 담겼어. 특정 산업 분야에서 국가 간에 동맹을 맺는 건 이례적인 경우인데, 우리 측의 강한 의지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어. 반도체 동맹이란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격차를 유지하고 공급망 위기가 발생하면 협력해서 함께 돌파해 나가는 관계를 의미해.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가안보실이 집중적으로 공동성명 문안에 대해 직접 치열한 협상을 벌였고, 네덜란드도 깊은 고민 끝에 반도체 동맹을 공식 명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뒷얘기를 전해줬어.
-양국은 ASML과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각각 연구개발센터를 건립하고 친환경 공정 기술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는데, 이건 업계에선 오래전부터 논의됐던 사안이라고 해. 그래서 대통령 국빈 방문의 결과물로 봐야 하는지엔 이견이 있어. 또 '반도체 동맹'이라는 표현도 자칫 중국을 자극할 수 있어서 굳이 '동맹'이라고 명기했어야 했나 하는 목소리도 있어.
지난 12일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왕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해 빌럼 알렉산더르 네덜란드 국왕, 막시마 왕비와 기념촬영을 하던 모습. /뉴시스 |
-윤 대통령이 귀국한 직후 지난 1일 네덜란드 측이 한국의 과도한 경호와 의전 요구에 우려를 표하려 최형찬 주네덜란드대사를 초치했다는 보도가 나왔어. 외교부가 입장을 밝혔는데 어떤 내용이었지?
-외교부는 15일 윤석열 대통령의 네덜란드 국빈 방문을 앞두고 의전과 경호 사안 등 조율 과정에서 있었던 논란과 관련해 "소통의 일환"이었다고 일축했어. 외교부는 또 "이번 네덜란드 국빈방문 준비 과정에서 양측은 여러 채널을 통해 매우 긴밀하게 소통·조율해 왔다"면서 "특히, 왕실이 존재하는 국가의 경우 왕실의 전통 및 의전 측면에서 여러 가지 격식과 그에 따른 조율 필요사항들이 있는 만큼, 국빈 방문 6개월여 전부터 네덜란드 현지에서 우리 대사관과 네덜란드 왕실 및 외교부 간 수시 또는 정기적으로 합동회의를 개최하면서 일정 및 의전 관련 사항들을 지속 소통·조율해 왔다"면서 문제 될 사안이 아니라고 강조했어. 문제는 윤 대통령이 순방을 나갈 때마다 잡음이 나온다는 점이야. 윤 대통령의 올해 순방이 마무리됐는데 대통령실도 논란이 된 사안들을 되돌아보길 바라.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박숙현 기자, 조채원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조성은 기자, 설상미 기자, 송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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