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토 한다더니…정부, UN 의견서에 "日, 강제동원 공식사과" 유지
입력: 2023.12.13 00:00 / 수정: 2023.12.13 01:38

"일부 강제동원 피해자 사과·배상 요구" 서술 추가
기시다 '개인 차원' 유감표명, 여전히 '공식 사과'에


정부가 일본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됐던 유엔 제출 의견서를 지난달 수정해 다시 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그러나 수정 의견서에도 일본 정부가 공식 사과로 인정하지 않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발언을 공식 사과에 포함시킨 부분은 바뀌지 않았다. 사진은 박진 외교부 장관. /남용희 기자
정부가 '일본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됐던 유엔 제출 의견서를 지난달 수정해 다시 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그러나 수정 의견서에도 일본 정부가 공식 사과로 인정하지 않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발언을 '공식 사과'에 포함시킨 부분은 바뀌지 않았다. 사진은 박진 외교부 장관.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조채원 기자] 정부가 '일본이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과했다'고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논란이 됐던 유엔 제출 의견서를 지난달 수정해 다시 낸 것으로 12일 확인됐다. 기존에서 '국내 일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와 기업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는 내용을 추가해서다. 의견서 원본은 지난 9월 13일(현지시간) 공식 발표됐다.

그러나 수정 의견서에도 일본 정부가 공식 사과로 인정하지 않은, 기시다 일본 총리의 발언을 '공식 사과'에 포함시킨 부분은 바뀌지 않았다. 의견서 수정 취지를 크게 벗어났다는 비판이 거세다.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정부는 유엔인권이사회 사무국과의 협의를 통해 우리의 수정된 의견을 다시 제출한 바 있다"며 "수정된 보고서는 지난달 15일 유엔 문서 시스템에 게재된 바 있다"고 말했다. 임 대변인은 "이번에 수정된 의견에는 위안부 관련 부분과 유사하게 강제징용(동원) 부분의 문제에 대해서도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우리 국내 상황을 객관적으로 반영하는 문안이 포함되어 있다"며 "정부는 일본 정부가 식민지배 전체에 대한 사죄를 표명한 김대중-오부치 선언의 정신을 일관되고 충실하게 계승하여 미래 지향적인 양국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유엔 문서 시스템에서 확인한 '파비앙 살비올리 유엔 진실·정의·배상 및 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의 방한 결과 보고서 수정본'에 따르면 정부는 강제동원에 대한 '공식사과' 항목 말미에 "일부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은 계속해 일본 정부와 기업의 공식 사과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Meanwhile, some victims and bereaved families of forced labour continue to demand an official apology and compensation from the Japanese government and companies.)"는 구절을 새로 추가했다. 나머지 기술 내용은 8월 제출했던 의견서 원본과 동일하다.

지난 5월 한일 정상회담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 /대통령실
지난 5월 한일 정상회담 당시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 총리. /대통령실

그러나 기시다 총리가 지난 5월 한-일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개인 의견'을 전제로 "혹독한 환경 아래 다수의 분들께서 대단히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데 대해 굉장히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At the joint press conference of the ROK-Japan Summit on May 7, Prime Minister Kishida also said, regarding the victims of forced mobilization, "My heart hurts as many people suffered such difficulty and grief under the harsh environment at the time")고 말한 문장은 여전히 남아있다. 의견서 서술과 달리 기시다 총리는 유감을 표한 대상을 '강제동원 피해자'라고 지칭하지 않았다.

김영환 민족문제연구소 대외협력실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법원의 공탁 불수리 결정으로 '제3자 변제안'은 사실상 파탄지경에 이르렀다"며 "기시다 총리 발언 등 일본 정부의 사과로 문제가 다 해결된 것처럼 서술했다는 점에선 수정 의견서도 기존과 달라진 게 없다"고 혹평했다. 추가 내용에 대해서는 "남의 일 마냥 '일부 강제동원 피해자들이 사과와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적은 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외교부 해명도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에게 '수정 의견서 내용이 제기된 비판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물음에 "(기시다 총리의 발언을) 일본의 공식사과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며 "그간 일본이 밝혔던 입장을 이 항목에 기술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강제동원 뿐 아니라 여러 주제가 형식 상 '법안, 공식사과, 보상, 기념, 진실을 찾으려는 노력들'로 지정돼있어 이에 맞게 들어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수정 의견서 공개 전 외교부 입장은 이와 달랐다. 장호진 외교부 1차관은 지난 9월 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기시다 총리 발언이 공식 사과 항목에 포함된 건 거짓 기술'이라는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 질의에 "실무자 차원의 부주의"라고 언급했다. 외교부가 의견서 수정 절차를 밟고 있었던 시기에도 마찬가지다. 박진 외교부 장관은 10월 27일 외통위 국정감사에서 관련 질의에 "지난번 말씀드린대로 실무자 차원에서 부주의가 있었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없도록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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