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신당 창당 작업 본격화하나
"사쿠라의 길 접어야"…野 이낙연 신당설에 난색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이 전 대표 사무실을 방문한 이상민 의원과의 면담을 마치고 배웅하고 있다/뉴시스 |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가 연일 신당 창당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야권이 술렁이고 있다. 당내에서는 이 전 대표 신당 창당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이 지배적이지만, '분당은 필패'라는 불안감도 감지된다. 2016년 20대 총선 당시 호남을 강타했던 국민의당 바람에 대한 민주당의 고질적 트라우마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이 전 대표는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등과 연대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외연 확장에 나섰다.
11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이 전 대표는 신당 창당 작업을 위해 물밑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전 대표는 1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신당 창당이 본격화한 것이냐'는 질문에 "실무적인 일이 굉장히 많은 만큼 누군가는 당연히 준비해야 한다. 결단은 늦지 않게 하겠다"고 했다.
한 민주당 인사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이 전 대표는 아주 신중한 타입"이라며 "처음에는 당내 친낙계(친이낙계) 의원들 공천을 위한 그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하는 말씀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호남계 민주당 의원들은 대다수 이 전 대표 창당에 비관적인 입장을 내놨다. 호남계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전 대표의 신당 창당이 선거에서 성공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며 "합류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당 창당 작업을 위해 물밑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9월 무기한 단식 11일차에 접어든 이재명 대표를 격려 방문한 뒤 농성장을 나서고 있다./이새롬 기자 |
이 전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연대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민주당 내 긴장도는 더 높아지는 분위기다. 이 전 대표가 '낙준연대'를 띄우면서 제3지대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이다. 거대 양당의 대표급 인사들의 창당 여부가 선거에서 큰 파급력을 가질 수 있다는 관측에서다
동시에 당 지도부를 중심으로 이 전 대표를 향한 공세도 점점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고민정 민주당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의 최근 행보에 대해 "절망의 탄식이 절로 나온다. 총선 패배를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고 최고위원은 "당의 대표를 지낸 분의 말이 맞나 믿기 어렵다. 당을 분열시키는 것은 어떠한 경우에도 해선 안 될 일이라고 설득시켜야 할 분께서 오히려 당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민석 민주당 의원 역시 이날 CBS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의 창당 움직임을 두고 "힘을 모아야 할 시기에 집중하지 않고 당내 문제에 (비난을) 돌린다거나 정확하게 이 시대의 과제가 뭔지 알지 못하는 것이 전형적인 '사쿠라' 노선"이라며 "굉장히 나쁜 구태정치"라고 비판했다.
이 전 대표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한 반발 기류 속에서 당에서는 분당 트라우마도 감지된다. 민주당은 20대 총선을 앞둔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은 친문(친문재인)계 대 비문(비문재인)계 갈등으로 인해 쪼개졌다. 비문계는 집단 탈당한 후 이듬해 호남계를 중심으로 한 국민의당을 창당해 38석을 확보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시 123석을 거머쥐며 원내 1당은 됐지만, 텃밭인 호남을 제3당인 국민의당에 내어줘야 했다. 이와 관련 민주당 한 의원은 통화에서 "우리 당은 분당 트라우마가 있는 당"이라며 "당의 어른인 이 전 대표께서 분당 트라우마가 있는 민주당을 분열 시키는 길로 정치 막을 내릴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