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석패율제' '이중등록제'도 함께논의…"지역주의 해소"
여야 합의돼도 '거대 양당 구도 공고화'는 여전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편에 있어 병립형 회귀를 시사한 데 이어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이중등록제' 등을 띄우고 있다. 병립형 선거제도 고수하기 위해 비판론을 잠재우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남용희 기자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선거제도 개편에 있어 병립형 회귀를 시사한 데 이어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이중등록제' 등을 띄우고 있다.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민주당의 '험지'로 분류되는 지역에도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병립형 선거 제도 하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용하는 것은 여야 간 합의를 이룰 수 있는 부분이라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다만 여야가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을 채택하더라도, 병립형 선거제 하에서는 군소정당이 진입할 수 없어 거대 양당 구도가 공고화될 것이라는 비판론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최근 내년 선거제도 개편을 두고 이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병립형 회귀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이어 당 지도부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안을 논의 중이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더팩트>와 만나 "(민주당의) 선거제 논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방점이 찍혀 있다. 권역별에 이중등록제(석패율제)를 허용하는 아이디어에 대한 공감대가 당내 폭넓게 형성돼 있다"라고 말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는 전국을 몇 개의 권역으로 나눈 뒤 인구 비례에 따라 권역별 의석수(지역+비례)를 먼저 배정한 뒤 그 의석을 정당투표 득표율에 따라 나누는 방식이다. 이중등록제는 총선 후보자가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에 동시에 출마할 수 있는 제도이고, 석패율제는 지역구 선거에서 당선자 다음으로 높은 득표율을 얻은 후보를 비례대표로 뽑는 제도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이중등록제 모두 선거에서 지역주의를 해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민주당 소속 한 원외 지역위원장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이중등록제는 지역주의 타파를 위한 대안이 될 수 있다. 일례로 민주당은 영남 지역의 경우, 자신이 아무리 열심히 활동하고 괜찮은 후보라고 해도 절대 당선될 수가 없는 환경이다"라며 "두 제도를 도입해 민주당 지지세가 약한 지역에도 새바람이 불게 된다면 정치개혁도 저절로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권역별 비례대표제 등 선거제 개편안을 띄우는 이유는 병립형 회귀로 인한 비판 여론에 '지역주의 타파'라는 의제로 정면 돌파하기 위함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표는 당초 위성정당 방지와 연동형 선거제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때문에 당 지도부가 병립형 회귀를 시사하자 내부 반발이 나왔다. /남용희 기자 |
당초 민주당은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대표가 위성정당 방지를 위한 연동형 선거제도 및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정치개혁 공약으로 공약한 바 있다. 하지만 연동형이 도입되면 민주당이 제1정당의 입지를 뺏길 수 있다는 분석들이 나오며, '정치 명분'보다는 '실리'가 먼저라며 당의 입장도 바뀐 것이다. 이에 비명(이재명)계 등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이 대표가 약속을 지켜야 한다며 연동형 선거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당 지도부도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이중등록제를 언급하며 병립형 선거제에 대한 명분을 확보하려는 기색이다. 권역별 비례대표제의 경우, 여야가 합의할 수 있다고도 강조하고 있다. 김영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은 8일 KBS 라디오에서 "위성 정당을 만들 수밖에 없는 제도(준연동형)를 만들어 놓고 위성 정당을 만들지 말라고 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며 "여야가 합의하는 것이 천 번째 원칙이라고 본다. (때문에) 권역별 비례대표제로 가는 게 타당하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내년 선거제 개편 합의를 위해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여야 간사와 위원으로 구성된 '2+2 협의체'를 가동해 협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는 15일을 마감 기한으로 설정하며 여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홍 원내대표는 지난 7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15일까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위성정당 방지에 대한 제도 개선을 합의해 줄 것과 여당이 이에 대해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일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며 "합의가 안 되면 그에 따른 민주당의 판단을 다시 한번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한편 권역별 비례대표제와 이중등록제 등을 여야가 합의를 통해 채택한다고 하더라도, 거대 양당 구도는 더 견고해질 전망이어서 비판론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군소정당에는 진입의 벽을 더 높이는 제도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중등록제의 경우, 당내 중진들이 '셀프 이중등록' 등을 할 수 있어 오히려 정치 개혁과 방향이 멀다는 비판론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