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서울 49석 중 우세지역 6곳에 불과
'혁신위 조기해산' 다음날인 8일, 국민의힘의 '총선 참패'를 전망하는 자체보고서가 알려졌다. /배정한 기자 |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이 '혁신위원회 조기해산' 다음날인 8일, 총선 '참패'를 전망하는 자체보고서가 알려지며 당내에선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도부는 일단 '신빙성이 낮다'며 진화에 나섰지만 '혁신 실패'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은 커지고 있다. 김기현 대표는 공천관리위원회와 인재영입으로 국면 전환을 시도하는 모양새다.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이 최근 자체적으로 내년 총선 판세를 분석한 결과 서울 49개 지역구에서 '우세'는 6곳에 불과했다. 조사는 당 기획조정국이 그동안 언론에서 발표된 각 정당 지지율, 지역별 지지율 등을 기준으로 분석한 것으로 2주 전에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6곳은 국민의힘 텃밭으로 분류되는 강남·서초·송파 등이다. 이는 여당이 참패한 21대 총선 '서울 8석'보다 낮은 수준이다.
지도부는 즉각 해명했다. 이만희 사무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보고서는 조직국에서 전체 판세를 보고하기 위해 최악의 경우와 최선의 경우를 나눠 작성한 것 중 최악의 경우"라고 설명했다. 그는 "최악의 경우는 경합 지역을 포함해 모든 지역에서 다 진 것을 가정한 것이기 때문에 신빙성을 두기 어렵다"면서 "다시 작성하기로 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여론조사는 '수도권 위기론'을 그대로 보여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응답자의 51%가 '현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부 견제론)'고 응답했다. '현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정부 지원론)'는 응답은 35%에 불과했다. 같은 기관의 지난달 조사에서 '정부 견제론'이 46%, '여당 지원론'이 40%로 6%포인트 차이를 보였는데 이번 조사에서 16%포인트로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
한국갤럽에 따르면 지난 3월 조사에서는 정부 지원론 42%, 정부 견제론 44%로 비등했으나 4월부터 정부 견제론 우세 구도로 바뀌었다. 10·11월에는 격차가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으나 이달 들어 크게 벌어졌다.
구체적으로 서울에서는 '정부 견제론' 45%, '정부 지원론' 39%로 조사됐으나 인천·경기에서는 '정부 견제론' 57%, '정부 지원론' 30%에 불과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정부 견제론' 46%, '정부 지원론' 38%로 정부 견제론이 앞섰다. 텃밭인 대구·경북에서만 '정부 견제론' 20%, '정부 지원론' 66%로 정부 지원론이 우세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준석 전 대표는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서 "여러 가지 여론조사를 다 참조했을 때 지금 우세를 확신할 수 있는 곳이 4곳 정도라고 보고 있다"고 봤다. 그는 지난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와 표 차이를 예측한 바 있다. 이 전 대표는 "지금 보면 경기도 지역에 나오는 조사 결과들 같은 경우에는 너무 절망적이기 때문에 제가 알고 있는 바대로라면 아마 유선전화 비율을 많이 섞고 있을 것"이라면서 '민주당 200석' 주장에 대해서는 "200석까지는 모르겠지만 병립형 제도로 간다고 했을 때 지난번 180석과 같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그런 생각 한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서둘러 진화에 나섰지만 당내 분위기는 요동치며 공개적인 비판이 나왔다. /이동률 기자 |
당내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호남 출신의 재선 의원으로 내년 총선에서 서울 마포갑 출마를 선언한 이용호 의원은 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 지도부가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혁신에 응답해야 할 차례"라고 촉구했다. 그는 "국민들은 지금의 당 지도부에 대한 기대를 거둬들이고 있다"며 "국민들은 윤석열정부의 성공을 위해 당 지도부가 기꺼이 헌신하고 희생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 한다"며 "당 지도부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명확한 비전을 제시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서울 종로를 지역구로 둔 최재형 의원은 페이스북에 "당의 모습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전으로 되돌아갔다"며 "용산과 당 지도부 누구도 사즉생의 절박감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야권 원로인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더불어민주당의 180석 예상한 것을 언급하며 "이 전 총리의 발언을 헛소리라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우리 당의 안일함이 매우 걱정스럽다"고 했다.
부산의 3선으로 최근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 보고서 내용을 언급하며 "서울 강서구 보궐선거 참패 후 충분히 예견된 결과"라고 꼬집었다. 그는 "그런데도 혁신위를 방해하고 좌초시킨 당 지도부는 도대체 무슨 배짱인지 모르겠다"며 당 지도부를 향해 "수도권은 버린 자식인가"라고 했다. 그러면서 "당이 죽든 말든, 윤석열정부가 망하든 말든, 계속 혁신을 외면한다면 우리 당은 결국 영남 자민련으로 더 쪼그라들 것"이라고 직격했다.
서울 서초갑의 조은희 의원은 페이스북에 "서울에서 20석도 가능하다는 낙관적인 전망도 필요하지만, 수도권을 포기하지 말라는 것이 제가 듣고 있는 민심"이라며 "혁신위는 나머지 50%는 당에 맡기고 기대를 하면서 조금 더 기다리겠다고 했다. 이런 충정에 대해 책임 있는 화답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준석계로 분류되는 허은아 의원도 페이스북에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체가 초토화 직전"이라며 "애써 부정한다고 현실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지금이라도 현실을 직시하고 용산에 할 말을 해야 한다. 도끼상소 올려야 한다"며 "몇 명 중진 험지 간다고 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했다.
한편 당 인재영입위원회는 이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 등을 비롯한 5명의 영입인사를 발표했다. 당 지도부는 이달 중순 공관위원장을 임명할 예정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이 합류하면 본격적인 총선 준비 체제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