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최종 감사 결과 발표
관계 기관장, 대응 조치 없이 '조기 퇴근'
비밀자료 삭제하고 실험 자료 왜곡
감사원은 7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최종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자 13명에 대해 인사 조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감사원은 7일 이른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정부에 의해 은폐·왜곡됐다는 최종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자 13명에 대해 징계·주의 등 인사 조치를 요구하는 한편 각 기관에 재발 방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2020년 9월 22일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공무원인 이대준 씨가 서해 연평도 인근에서 북한군에게 피살, 시신이 소각된 사건이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이 씨의 자진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했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해경과 국방부는 월북 시도를 입증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결과를 번복했고, 감사원은 9개 기관을 대상으로 감사를 실시해왔다.
감사원은 최종 감사 결과에서, 사건 발생 당시 정부가 이 씨의 실종 정황을 전달받았음에도 대응 논의나 협조 요청하지 않는 등 각 부처의 초동대처가 부실했고, 이 씨가 피살돼 시신이 소각된 후에는 사건을 덮으려 했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 당시 국가안보실은 사건 당일 오후 북한 해역에서 서해 공무원이 발견됐다는 사실을 합동참모본부로부터 보고 받고도, 통일부 등에 위기 상황을 전파하지 않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검토하는 '최초 상황평가회의'도 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황이 종결되지 않았는데도 사건 발생 당일 서훈 안보실장과 국가위기관리센터장 등은 조기 퇴근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또한 해경은 당일 오후 6시쯤 안보실로부터 정황을 전달받았으나 보안 유지를 이유로 추가 정보를 파악하지 않고, 국방부 등에 필요한 협조 요청도 하지 않았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통일부의 납북자 관련 대북정책 총괄 부서장인 A 국장도 국정원으로부터 정황을 전달받아 서해 공무원의 생명이 위협받고 있다고 파악했으나 장·차관에게 보고하지 않았다. 합참도 정황을 확인하고도 '통일부가 주관해야 하는 상황으로, 군에서는 대응할 게 없다'고 국방부에 보고한 뒤 구조활동을 위한 해군 전력 이동이나 북한 측에 서해 공무원 구조요청을 하는 등 군에서 조치 가능한 방안을 실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합참의 보고를 받은 국방부도 대북 전통문을 발송하는 등 군에서 가능한 방안을 검토하거나 안보실에 건의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한 이 씨가 피살·소각된 이후, 관계 부처는 자료 등을 삭제·왜곡하며 '자진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감사원은 밝혔다.
국방부는 사건 발생 다음 날 새벽 1시에 열린 관계 장관회의에서 안보실이 '보안 유지' 지침을 내리자, 합참에 이 씨 시신 소각 관련 비밀자료를 삭제할 것을 지시했다. 언론에도 여전히 '실종(생존) 상태'인 것처럼 보도자료를 작성‧배포했다.
통일부는 사건을 최초 인지한 시점이 국정원으로부터 정보를 전파 받은 '9월 22일 6시경'이었지만, 국회와 언론 등에는 '23일 새벽 관계 장관회의 시점'이었다고 왜곡했다.
해경도 안보실로부터 서해공무원 피살 정보를 전달받고도 서해 공무원이 북한 해역에서 발견되지 않은 것처럼 최초 실종지점을 그대로 수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해경은 또 이 씨의 '자진 월북'을 주장하기 위해 평균이동경로만 이용해 최종 표류위치를 임의로 특정하는 등 표류예측결과를 왜곡했다고 감사원은 지적했다.
아울러 국방부와 국정원은 '시신 소각'을 파악했으면서도 안보실 지시에 따라 '소각 불확실' 또는 '부유물 소각'이라고 판단을 변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