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與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김기현에 힘 실어주나
입력: 2023.12.06 00:00 / 수정: 2023.12.06 00:00

당 안팎 비대위 전환 가능성 제기
尹 대통령, 김기현 체제에 '신뢰' 보여줘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오찬 회동에서 대화를 나누는 윤 대통령과 김 대표. /국민의힘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5일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등 당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오찬 회동에서 대화를 나누는 윤 대통령과 김 대표. /국민의힘 제공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 지도부와 인요한 혁신위원회 간 파열음이 계속되는 가운데 5일 윤석열 대통령이 당 지도부와 비공개 오찬 회동을 했다. 혁신위 실패의 책임이 김기현 대표 책임론으로 흘러가면서 당 안팎에서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 가능성이 나오는 상황에서다. 윤 대통령이 김기현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당정 간 '소통 강화'를 강조하면서 '윤심(尹心)'이 김기현 체제에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2시 10분부터 약 2시간 동안 김기현 대표, 윤재옥 원내대표, 유의동 정책위의장, 이만희 사무총장 등 당 4역과 오찬 회동을 했다. 이날 오찬은 당 지도부와 신입 수석비서관들의 상견례를 겸한 자리였다. 김대기 비서실장을 비롯해 이관섭 신임 정책실장, 한오섭 정무수석, 황상무 시민사회수석, 이도운 홍보수석, 박준섭 경제수석, 장상윤 사회수석 등 신임 수석비서관들이 참석했다.

이만희 사무총장은 오찬 후 브리핑에서 "어려운 민생을 챙기는 정책, 예산 등 모든 분야에서 당과 대통령실 간 원활한 소통 체계를 강화하자는 데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이날 회동에서 혁신위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대통령실과 현 지도부와의 '소통'을 강조하면서 비대위 전환 가능성을 일축한 모양새다.

윤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와의 만남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이후인 지난 10월 18일 이후 처음이다. 당시 선거 패배에 대한 지도부 책임론이 제기되며 임명직 당직자가 물러난 후 '김기현 체제 2기'가 출범했을 때였다. 비대위 전환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던 상황에 윤 대통령이 김 대표에 대한 신뢰를 보이며 2기 지도부에 힘을 실었다.

이날 오찬 회동은 전날(4일)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핵심으로 한 6호 혁신안의 최고위 상정을 두고 지도부와 혁신위가 충돌은 빚은 다음 날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었다. 혁신위는 오는 7일 최고위 보고를 예고한 상태다. 당 지도부가 사실상 혁신안 수용을 거부하면서 혁신위는 사면초가에 빠진 상태다.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최후의 수단으로 비대위 전환을 권고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김 대표는 회동 후 취재진과 만나 '윤 대통령이 힘을 실어줬느냐'는 질문에 "나는 힘이 빠진 적이 없다. 김기현이 힘이 빠져 보였느냐"고 되물었다. 그는 "윤 대통령은 보수당 대통령 중 가장 소통이 잘 되는 대통령"이라며 "만나면 3~4시간씩 이야기하고 하루 3~4번 통화하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인 위원장과 김 대표는 '윤심'을 두고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인 위원장이 '용퇴론' 수용을 촉구하며 "윤 대통령에게서 거침없이 하라는 신호가 왔다"고 하자 김 대표는 "대통령을 끌어들이지 말라"고 반발했다. 이어 지역구인 울산에서 열린 의정보고회에서 "대통령과 3~4시간씩 통화하는 사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5일 당의 혁신이 모자라다고 평가했다. /서예원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5일 "당의 혁신이 모자라다"고 평가했다. /서예원 기자

다만 '용퇴론'에 대한 윤심은 불분명한 모습이다. 지난주 퇴임한 강승규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은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김기현 대표 체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이 갈등을 빚고 있다 해도 결국은 한길로 가고, 그것이 혁신위를 출발한 목적을 달성하는 쪽으로 가지 않겠느냐"며 "대통령께서도 그것을 바라실 것"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의 '측근'인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도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당이 혁신하고 있다고 판단하냐'는 질문에 "겉으로 볼 땐 모자라 보인다"고 봤다. 그는 "국민이 절박한 마음을 갖고 정권을 바꿨으니 지지했던 국민의 마음과 국민이 원하는 바를 충분히 담아내고 국정운영을 잘할 수 있는 충분한 지지를 확보하려면 혁신 없인 안 된다"며 "혁신위나 당 지도부나 혁신을 외면하는 결과는 감히 있을 수 없다"고 했다.

혁신위와 지도부 간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민의힘 지도부는 혁신위를 겨냥해 "어떤 세력으로부터 혁신위가 일종의 음습한 권력 싸움 내지는 권력 투쟁의 도구나 수단으로 이용당하고 있는 점은 없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날을 세웠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이같이 전하며 "많은 일이 진행되면서 복합적으로 영향을 주고받는 상황을 이해하면서 당이 나가야 될 혁신안을 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듯한 느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제일 큰 과제는 건전한 당정관계였는데 그런 얘기는 하나도 없이 며칠 전부터 비대위 얘기가 나온다"며 "본인들에게 주어진 역할과 달리 중간에 뭔가 궤도 이탈한 느낌이 든다"고 직격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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