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혁신' 거부? '식은땀' 흘리는 수도권 의원들
입력: 2023.12.05 00:00 / 수정: 2023.12.05 00:00

혁신위 좌초 분위기에 수도권·영남권 엇갈린 반응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사실상 조기해체 수순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수도권 의원들과 영남권 의원들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인요한 혁신위원장. /이동률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사실상 조기해체 수순으로 접어드는 가운데 수도권 의원들과 영남권 의원들은 다소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인요한 혁신위원장.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좌초 위기에 직면했다. 4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총선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6호 혁신안을 보고받지 않았다. 혁신위는 오는 7일 최고위에 보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으나 지도부의 입장이 바뀔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지도부가 혁신을 거부하는 모습을 보이며 총선을 앞두고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수도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혁신위가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로 출범했다는 점에서 혁신위 성패가 수도권 민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수도권 선거에는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총선에서 수도권은 '박빙' 지역이 많다. 3~4% 표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기도 한다"며 "수직적인 당정관계도 그대로고 혁신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면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때와 달라지는 게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수도권 의원은 통화에서 "단기적으로 수도권 민심에 좋지 않다"면서도 "수도권 선거는 안갯속이다. 총선 때가 되면 또 달라질 수 있다"고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그러면서도 "혁신위는 김 대표가 출범시킨 것"이라면서 "혁신안을 그대로 수용하지는 않더라도 취지를 살리는 방향으로 어느 정도는 절충해서 받아들여야 한다"고 봤다.

공개적인 비판도 나왔다. 최근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은 채널A 유튜브 <정치시그널>에서 "당 지도부가 총선에서 이길 생각이 없는 것 같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혁신위가 뭘 던지면 지도부가 다 거부하고 있다"며 "이런 모습이 국민들이 보기에 '저기는 변할 마음이 없구나'(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직격했다.

반면 영남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영남권의 한 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위가 좌초되는 건 혁신위 책임이 크다"며 "선거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혁신하라고 만들었더니 공천을 좌지우지하려고 한다"며 "아무리 전권을 줬다 한들 혁신위가 당내 공식적인 절차나 기구를 무시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혁신위가 본래 취지를 잃고 권력 싸움하는 모습을 국민도 안 좋게 볼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영남권 의원은 "혁신안 수용 여부 자체보다 당에서 혁신하는 모습을 얼마나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고 봤다. 그는 "혁신위가 너무 이른 시기에 혁신안 수용을 밀어붙인 면이 있다"며 "적당한 시점이 되면 공관위 등에서 받아들일 내용은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곧 인재 영입이 시작된다"며 "혁신은 어떤 인재를 어디에 공천하느냐로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지도부·중진·윤핵관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핵심으로 한 6호 혁신안은 4일 최고위 회의에 보고되지 않았다. 사진은 김기현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남용희 기자
'지도부·중진·윤핵관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핵심으로 한 6호 혁신안은 4일 최고위 회의에 보고되지 않았다. 사진은 김기현 대표(왼쪽에서 세 번째)를 비롯한 국민의힘 지도부. /남용희 기자

지도부 내에서도 의견은 엇갈린다. 서울 광진갑 당협위원장인 김병민 최고위원은 이날 최고위 비공개회의에서 "혁신위가 오늘까지 답을 달라고 했는데 아무런 답을 하지 않는 것은 최악"이라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 최고위원은 지도부의 혁신안 수용을 촉구해 왔다. 반면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혁신위가 원하는 대로 지도부가 의결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혁신위를 좌초시키는 것이라는 흑백논리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다.

지도부와 혁신위 간 갈등은 극에 달한 모양새다. 이날(4일)은 인 위원장이 '용퇴 혁신안'을 의결하며 지도부에 답을 달라고 제시한 날이다. 그러나 최고위에 혁신안 보고가 무산됐고 이에 대해 지도부와 혁신위 간 설명이 엇갈리며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최고위원회의 후 취재진과 만나 "혁신위 안건이 보고가 안 됐다"며 "일부 최고위원들 사이에 혁신위 안건이 왜 안 왔는지 질문이 있었고 안건 보고 요청이 없었다는 사무총장의 답변이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자 오신환 혁신위원은 기자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 "사실이 아니다"라며 "전날(3일) 당 기획조정국에 월요일에 최고위에 상정되느냐, 누가 보고해야 하나 의논하니 '향후 혁신위 안건을 모두 모아서 상정하라'는 얘기를 전달받았다"고 즉각 반박했다.

혁신위는 이날 예정된 온라인 회의를 취소하고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혁신위는 지도부에 보고하겠다고 밝힌 오는 7일 당사에서 회의를 열 예정이다. 지도부의 불수용이 예상되면서 이날 회의에서는 향후 대응책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혁신위가 조기 해산하거나 당 비상대책위원회 전환을 촉구하는 등의 방안을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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