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1심 실형 선고에 비명계는 李 거취 압박
이재명 사법리스크 정조준한 이낙연, 창당 가능성은 의문
더불어민주당이 이재명 대표의 측근 김용 전 민주부원장의 실형 선고를 두고 소란하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정조준하고 나서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 제공 |
[더팩트ㅣ국회=송다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측근 김용 전 민구연구원 부원장이 불법정치자금 수수 혐의로 법정 구속되면서 이 대표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이낙연 전 대표가 이 대표의 거취 결단을 요구하며 각을 세우면서 정치권 일각에서는 '신당 창당'이 조심스럽게 전망된다.
지난달 30일 이 대표의 측근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일당에게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김 전 부원장은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2021년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준비 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하고, 2013∼2014년 대장동 사업 편의를 봐준 대가로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번 선고는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첫 판결로, 이 대표는 과거 김 전 부원장을 두고 "분신과 같은 사람(2029년 12월)", "측근이라면 정진상(전 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 김용 정도는 돼야(2021년 10월)"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대표는 김 전 원장의 1심 판결에 대해 "아직 재판이 끝난 게 아니라 좀 더 지켜보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밝힌 후 말을 아꼈다.
김 전 부원장의 1심 판결을 두고 당내에서는 반응이 갈린다. 친명(이재명)계 의원들은 김 전 부원장과 이 대표의 재판은 별개라며 선을 긋고 있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뚜렷한 물증도 없고 유동규의 진술에만 매달린 검찰 기소는 누가 봐도 명백한 정치 기소"라며 "명백한 퇴행"이라고 비판했다.
박주민 원내수석부대표도 같은 날 YTN 라디오에 출연해 김 전 부원장의 1심 판결과 관련해 "제가 들은 바로는 (당시) 경선 자금이 부족한 상황도 아니었고, 심지어 모은 경선 자금을 다 쓰지도 못했을 정도의 상황이었다"라며 "그러므로 그 부분(김 전 부원장 재판 결과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은 분리해서 봐주면 좋을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 대표가 현재 주 2회 이상 재판에 출석하고 있는 상황을 두고 당내에서는 우려가 나온다. /서예원 기자 |
현 상황이 검찰 탄압을 보여주는 것으로 민주당에 불리할 것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용민 의원은 SBS 라디오에서 "항소심을 지켜봐야 한다"며 "상당수 국민들이 정치 탄압이고 정치보복이라고 본다. 이 대표가 재판받으러 다니는 모습 자체가 총선에 불리한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비명계 의원들은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시작했다며 거취 여부까지 압박하고 있다. 이 대표는 최근 공직선거법 위반, 대장동·위례·백현동 개발 특혜 및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제3자 뇌물 사건 등으로 최대 주 3회 재판에 출석하고 있다. 때문에 이 대표가 당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도 비명계 의원들의 지적 사항이다.
당내모임 '원칙과 상식' 소속 김종민 의원은 1일 CBS 라디오에서 김 전 부원장 판결과 관련해 계속 억울하다는 입장을 내비치는 것은 '방탄'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가 김 전 부원장에 대해 '무죄다, 정치 탄압이다, 억울하다' 해서 여러 번 논평도 냈고, 당에서 변호 지원 등 조력도 해줬다"라며 "방탄을 유지해서 국민들한테 먹힐지 판단해야 한다. 안 되겠다 싶으면 빨리 돌아서야 한다"며 이 대표를 압박했다.
한 비명계 의원은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재판 결과에 따라 자기 인생이 바뀌는 게 재판이다. 그런데 이 대표는 지금 일주일에 3번씩 받으니 정신이 없고 (그 외에는) 아무것도 못 할 것"이라며 "물리적으로 (당 대표직을) 지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재판 외에) 다른 일을 볼 수가 없다"라고 말했다.
이낙연 전 대표가 최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직격하며 비판에 나선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신당 창당' 몸풀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9월 이 대표가 단식할 당시 단식장을 방문한 이 전 대표. /이새롬 기자 |
여기에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도 최근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직격하며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위한 포석을 마련하기 위해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당이 결단할 것은 결단해야 한다"며 거취 표명과 관련한 의미심장한 발언을 남겼다. 이후 이 전 대표가 최근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접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신당 창당설도 고개를 들고 있다.
다만 제3정당이 쉽게 원내에 진입할 수 없는 현실의 벽을 이 전 대표가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한 의원은 "(이 전 대표가 신당을 창당한다 해도) 함께 하겠다는 사람은 (현역 중에) 많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