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적극성 강점이지만"…9년 만에 열린 탈북민 일자리박람회 가보니
입력: 2023.12.01 18:20 / 수정: 2023.12.01 20:07

141개 회사·기관 참가…1000여명 참여
문전성시 이뤘지만 운영상 아쉬움도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1일 오전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채용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코엑스=조채원 기자] " 탈북민들은 적극적이고, 책임감과 의지가 강하다는 강점이 있어요."

인천에 위치한 무역상사 A 대표는 1일 직접 탈북민 인재를 찾아 일자리 박람회 현장을 찾았다. 코로나19 때문에 함께 일하던 탈북민 직원들을 해고할 수밖에 없었지만 일찍히 탈북민들의 '강점'을 알아보고 다시 채용문을 연 경우다. 중국어가 가능한 인재를 원하는 A 대표는 영어로 된 무역관련 서류를 이해할 수 있는 정도의 영어능력도 준비돼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탈북민들은 지인들을 통해 알음알음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보니 어떤 업종에서 어떤 능력을 필요로 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여기 다른 기업들도 많이 있잖아요. 이분들이 채용박람회를 자주 접해 한국사회에 잘 적응해 살아가기 위해선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객관적으로 점검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통일부가 주최하고 한국무역협회, 남북하나재단이 주관하는 이날 행사는 2014년 이후 9년 만에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다. 주최 측에 따르면 141개 기업과 기관, 예비구직자 1000여 명이 참여했다. 박람회가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전국 25개 하나센터에 등록된 구직을 희망하는 북한이탈주민과 하나원 교육생, 대학생, 대안학교 학생 등은 행사장 곳곳을 둘러보느라 분주한 모습이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박람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시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박람회에서 축사하고 있다./ 뉴시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이날 축사에서 "이번 행사가 북한 이탈주민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없애는 건전한 사회 문화 조성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이탈주민이 일자리를 통해 자아를 실현하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공헌한다는 소속감을 갖게 된다면 우리사회 발전과 함께 통일 준비에도 크게 이바지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통일부와 무역협회, 하나재단은 이런 자리를 더 정기적으로 만들겠다"고도 했다.

하나재단 관계자는 <더팩트>에 이번 박람회와 기존과의 차별점을 "예전엔 생산직 위주, 단순 노무직 일자리를 주선했지만 이번엔 일자리 질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며 "공공기관, 대기업, 중견기업 뿐 아니라 창업할 수 있는 다양한 업종이나 직종들도 참여했다"고 설명했다. 사무직이나 고객대응(CS)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탈북민 대학생 B(20대·남) 씨는 "취업을 위해 어떤 자격요건을 갖춰야 하는지 알아보려고 왔다. 많다고 할 수 없지만, 기대 이상의 초봉을 주는 기업도 찾아볼 수 있었다"며 "이런 행사가 더 많아져 탈북민 고용 의사가 있는, 질 좋은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았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하던 일 계속 하고 싶은데, 어디로 가야 할 지 잘 모르겠어요."

대부분 기업 '이름'만 써 있는 부스들 사이에서 두리번거리는 C(60대·남) 씨가 눈에 띄었다. 한국에 온 지는 7년 째. 서울에 거주하는 그는 다음달 경기도로 이사할 예정이다. 이사할 지역과 멀지 않은 곳에서 새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고 했다. 공사장에서 철근을 다뤘고 타일시공 기술이 있다는 그가 찾아갈 만한 곳이 쉽게 보이진 않았다. '일자리 정보 제공'이라는 박람회 개최 취지가 잘 전달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박람회 기업 부스 현장. 대부분의 부스에는 기업명만 적혀 있다. 기업 직종, 채용 분야, 지원 조건 등에 대한 정보가 각 부스에도 표시돼있으면 구직자들이 더 용이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조채원 기자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2023 북한이탈주민 일자리 박람회 기업 부스 현장. 대부분의 부스에는 '기업명'만 적혀 있다. 기업 직종, 채용 분야, 지원 조건 등에 대한 정보가 각 부스에도 표시돼있으면 구직자들이 더 용이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조채원 기자

"특히 생산업체들은 대부분 '젊은 사람' 찾을텐데… "

이날 참가한 기업은 탈북민 채용 경험이 있거나, 채용 의사가 있는 곳들이다. 채용담당자들은 '원하는 인재'를 원활하게 찾을 수 있었을까. 서울에 사무실, 경기도에 공장이 있다는 제조업체 채용담당자 C 씨는 탈북민을 고용한 적은 없지만, 탈북민을 고용한 주변 업체의 추천으로 박람회에 참가하게 됐다고 했다. 신입으로 채용할 생산직 2명, 무역 담당 직원 1명을 물색하러 온 그에겐 다소 실망감이 엿보였다. "어차피 오면 다 새로 가르쳐야 해요. 특별한 학력, 경력도 요구하지 않고요. 그래서 20대 또는 30대를 선호하는데, 참가자 중 그 연령대 자체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탈북민 구직자와 기업 사이 효율적인 매칭(Matching)이 이뤄지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탈북민 구직자 역시 거주 지역, 연령대, 교육이나 기술 숙련도, 연봉 수준에 따라 원하는 직업이나 회사가 다르다는 점은 여느 구직자와 바를 바 없다는 점에서다. 안전관리업체 채용담당자 D 씨는 "회사에서 추진 중인 다른 사업에 적합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발굴했다는 수확은 있었다"면서도 "막상 채용하려던 분야에서 일할 만한 구직자를 만나긴 어려웠고 당장 채용도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찾아오는 사람들에게 다 '조건 소개'를 반복하다 목이 다 쉬었다"며 "조건에 맞는 대상자를 한 데 모아 회사를 소개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chaelo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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