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지도부, 정부 비판 없이 부산시민 다독여
정부 비판 수위 조절하며 PK 민심 자극 자제 분위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비록 엑스포 유치는 실패했지만 가덕도신공항, 광역교통망 확충 같은 남은 현안 사업들이 중단없이 계속 추진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정부에 대해 비판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다. 윤석열 정부가 세일즈 외교에 총력을 쏟은 것에 비해 예상 밖 참담한 결과가 나왔음에도 강도 높은 대정부 압박을 자제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실망한 부산 민심을 의식하는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 지도부는 29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부산시민을 위로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이재명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는 부산 엑스포 유치가 불발된 데 대해 안타깝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그러면서 부산권 숙원 사업인 가덕도신공항과 광역교통망 확충, 부산·울산·경남(부울경) 메가시티 등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입을 모았다. 엑스포와 관련해 정부를 비판하진 않았다.
박찬대 최고위원이 "이번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해 대통령과 정부가 책임감을 느끼고 국정 운영에 대해 진지하게 성찰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라고 언급했을 뿐이다.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에서 "지난 7년 동안 엑스포 유치를 위해 모아주신 마음과 열정은 부산의 희망이 되고, 새로운 미래를 여는 초석이 될 것"이라면서 부산의 숙원사업들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붙었던 '잼버리' 사태와는 다른 양상이다.
프랑스 국제박람회기구 총회에서 29표를 얻은 부산은 119표를 획득한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큰 표 차로 졌다. 이탈리아는 17표. 사우디가 1차 투표에서 3분의 2를 넘게 득표해 결선투표까지 가지 않고 그대로 최종 개최지로 선정됐다. 정부는 투표 직전까지 내심 역전을 기대했으나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이탈리아를 이기고 결선투표에서 사우디에 역전하겠다는 전략도 무위로 돌아갔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부산 엑스포 유치 불발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내고 "엑스포 유치를 총지휘하고 책임을 지는 대통령으로서 우리 부산 시민을 비롯한 우리 국민 여러분에게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 정말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대통령실 |
물론 개별적인 메시지는 나왔다. "이번 박람회 유치 실패는 윤석열 정부의 무능함과 외교 참사가 원인"(우원식 의원) "망신도 이런 망신이 없다. 외교부와 국정원에 '정보 기능'이 존재했다면 적어도 이탈리아가 20표 수준임을 확인하고 무슨 수를 써도 70표를 확보했어야 했다"(김두관 의원) "슬프지만 이게 무능 무책임 무대책 윤석열 정권의 실력이고 수준"(정성호 의원) 등의 비판이 대표적이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겉으로는 위로를 전하지만, 속으로는 부산엑스포 유치 실패로 쾌재를 부르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 관계자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1호 영업사원이라고 자임한 윤 대통령과 관료들이 부산시민과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엑스포 유치 실패를) 정쟁 소재로 쓰는 것은 적절치 않고 누구보다 아쉬울 부산시민에게 희망을 드리는 게 공당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대체로 정부를 향한 공격을 자제하며 PK 민심을 다독이는 분위기는 내년 총선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부산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해 부산시와 정부뿐 아니라 국회 차원에서도 힘을 보탠 데다 지나친 비판은 되려 지역 주민들을 자극하는 악수가 될 가능성 등 정치적 셈법을 따졌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게다가 윤 대통령이 이날 예정에 없던 대국민 담화에서 "저의 부족이 소치"라며 사과함에 따라 공격할 명분도 약해졌다.
이언근 전 부경대 초빙교수는 통화에서 "민주당이 정부를 심하게 공격하거나 비판하면 PK 지역의 정서가 나빠질 수 있어 비판 수위를 조절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대통령이 자기 책임으로 돌렸기 때문에 여야가 부산 엑스포 유치 실패에 대한 문제로 더는 싸우지 말고 이 정도 선에서 정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