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당 가능성 열어둔 이낙연…무관심한 민주당 지도부
호남 지역 野 의원들 "광주 민심 차다" 비관론 팽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는 지난 28일 ‘연대와 공생’ 주최 행사에서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한 질문에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는 항상 골똘하게 생각한다"며 신당 창당 가능성을 열어뒀다. /박헌우 기자 |
[더팩트ㅣ국회=설상미 기자] "NY(이낙연)의 마지막 도전이 창당이라면 반드시 실패할 거다."(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
"호남은 안철수 국민의당 창당으로 인한 트라우마가 있는 당이다. 호남에서 신당이 지지받기 어려울 거다."(호남 지역구 민주당 의원)
신당 창당 가능성을 열어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행보가 총선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보수정당의 텃밭인 대구를 기반으로 한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호남 지역을 기반으로 한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다만 호남 지역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한 민심이 우호적이지 않다는 의견 가운데 창당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비관론도 나온다.
29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민주당 소속 호남 지역구 의원 대다수는 '이낙연 신당설'에 대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호남 지역 내에서는 친명(친이재명)계 민심이 강화된 상황인 데다, 이 전 대표로 인한 대선 패배 책임론이 여전히 큰 상황이라 신당 창당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 의원은 <더팩트>와 통화에서 "창당은 쉽지 않을 거다. 지난 대선 패배 책임론이 있는 상황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한 호남 지지세가 약한데,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을 분열시킨다면 책임론에 더 휩싸일 것"이라고 봤다.
이 전 대표가 지난 9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천막을 찾아 무기한 단식에 나섰던 이재명 대표를 만나 손을 잡는 모습. /이새롬 기자 |
앞서 이 전 대표는 28일 '연대와 공생' 주최 행사에서 신당 창당 움직임에 대한 질문에 "내가 할 일이 무엇인지는 항상 골똘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아울러 제3지대 정치세력에 대해선 "문제의식과 충정에 공감한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총선 5개월을 앞둔 시점에서 이 전 대표의 이같은 모호한 태도는 민주당 지도부를 향한 '비명(비이재명)계 공천 학살'에 대한 경고 메시지라는 의견이 나온다. 이 전 대표 주변의 세가 약한 상황에서 이낙연계 의원들을 위한 정치적 포석이라는 것이다. 현재 이낙연계 원외 인사들이 주도하는 ‘민주주의실천행동’은 신당을 준비하고 있다. 최측근으로 꼽히는 윤영찬 민주당 의원 역시 당내 비명계 모임인 '원칙과 상식'에서 활동 중이다. 이 전 대표는 최근 비명계 공천학살 우려에 대해 "전우의 시체 위에서 응원가를 부르지 않겠다"며 이재명 대표에게 경고장을 보내기도 했다.
한 민주당 의원은 통화에서 "NY계가 공천에서 배제되는 부분을 최소화 시키기 위해 본인들의 기득권을 챙기려고 하는 행보로 보인다"며 "호남이 동의하지 않는 이낙연 신당을 어떻게 만들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대표의 행보에 민주당 지도부는 무관심 기류로 대응하고 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29일 오전 최고위원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 신당론’에 대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며 "정당 창당은 쉽지 않다"고 일축했다.
다만 비명계 공천 학살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이 전 대표가 결단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한 의원은 통화에서 "민주당이 어떻게 되느냐를 조금 더 보고 계신 것 같은데, 무슨 일이든 하겠다는 행동 개시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