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홍 진화한 與 혁신위...'용퇴론 의결' 두고 불씨는 남아
입력: 2023.11.26 00:00 / 수정: 2023.11.26 00:00

혁신위, 15시간 만에 "사의 표명한 적 없어" 사퇴설 진화
'용퇴 권고' 공식 의결 앞두고 김기현 울산행...지도부 체제 강화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4일 혁신위원 3명의 사퇴 해프닝을 일단락 지으며 사태를 진화했다. 그러나 혁신위 내부의 갈등이 노출된 데다 용퇴 권고에 대한 당 지도부의 입장에 뚜렷한 변화가 보이지 않으며 혁신위가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률 기자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24일 혁신위원 3명의 '사퇴 해프닝'을 일단락 지으며 사태를 진화했다. 그러나 혁신위 내부의 갈등이 노출된 데다 '용퇴 권고'에 대한 당 지도부의 입장에 뚜렷한 변화가 보이지 않으며 혁신위가 동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동률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혁신위원 3명의 '사퇴 해프닝' 일단락 지으며 내홍 수습에 나섰다. 혁신위의 거듭된 '희생' 요구에 당 지도부를 비롯한 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의 반응이 돌아오지 않자 혁신위 내부의 강경 여론이 확산하며 내부 갈등으로 번진 모습이다. 혁신위가 다음 주 권고를 공식 안건으로 의결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당 지도부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이어가는 가운데 '김기현 체제'는 더욱 단단해졌다.

24일 오후 3시께 혁신위원회는 "사퇴의사를 표명했다고 일부 언론에 보도된 3명의 혁신위원과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오늘 오찬을 하면서 확인한 바, 3명의 혁신위원이 사의 표명을 한 바가 없음을 확인했다"고 공지했다. 전날(23일) 박소연·이젬마·임장미 혁신위원이 사의를 표명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15시간이 지난 뒤였다.

당초 사의 표명을 한 것으로 알려진 한 위원은 최초보도한 <시사저널>에 "사의라는 표현을 혼동해서 잘못 사용했다"며 "어젠 정말 그만둘 생각이었는데 죄송하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 위원은 혁신위 내에서도 '지도부·중진·윤핵관 용퇴'에 강경한 의견을 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23일 회의에서 김경진 혁신위원이 '혁신위는 김기현 대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시간 끌기용'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자 '혁신위 활동이 더 이상 무의미하다'고 판단해 사의를 표명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용퇴 권고를 공식 안건으로 의결해 최고위원회의에 송부하는 시점을 두고 격론이 벌어졌다. 세 위원은 당일 의결하자고 주장했으나 인 위원장과 정치권 출신 인사들은 결단할 시간을 줘야 한다고 거부했다.

인 위원장이 내홍을 봉합한 모양새지만 발단이 된 '용퇴 권고'를 당 지도부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갈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혁신위는 직접적인 조기해체설에는 선을 그었으나 '역할이 끝나면 언제든 해산한다'는 입장이다.

김경진 혁신위원은 지난 23일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임기는 다음 달 24일까지"라면서도 "주요한 혁신 안건에 대해 당과 지도부에 얘기할 만한 내용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시점에 종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혁신위원은 통화에서 "혁신위의 안건이 계속 수용되지 않는다면 혁신위가 더 이상 역할 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혁신위로부터 용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지역구인 울산 남구 출마를 숙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25일 지역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이새롬 기자
혁신위로부터 '용퇴 압박'을 받고 있는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지역구인 울산 남구 출마를 숙고 중이라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25일 지역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열 예정이다. /이새롬 기자

당 지도부는 거취 결단은 개인의 선택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 대표는 25일 지역구인 울산 남구에서 의정보고회를 열며 재출마를 시사하는 행보를 보였다. 5선인 주호영 의원을 비롯해 '윤핵관' 장제원·권성동 의원도 험지 출마 요구에 선을 그은 상태다. 그 외 중진·윤핵관으로 거론되는 인사들도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당내에서는 혁신위에서 용퇴 요구안이 넘어와도 최고위에서 안건으로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혁신위 내부에서 갈등이 터져 나오는데 혁신위에 권위가 서겠느냐"며 "혁신위 권고에 당사자들의 불만이 많은데 이렇게 권위가 떨어진 혁신안을 받아들이기는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는 현재까지 공식 의결된 혁신안에 대해서도 "전략공천하지 말라 했다가 청년과 과학기술인은 전략공천을 하라고 한다. 앞뒤가 맞지 않는다"며 "혁신에 진정성이 있는 건지 관심을 끌고 싶은 건지 모르겠다"고 했다.

김 대표는 "자세한 내용은 잘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다. 그는 '혁신위의 공식 요구가 오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혁신위가 그동안 나름 의미 있는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혁신위 활동 결과를 잘 지켜보도록 하겠다"며 "좋은 의견을 잘 참고하도록 하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김기현 지도부 체제는 더욱 공고해진 모습이다. 23일 김재원 전 최고위원의 사퇴로 공석이 된 최고위원직에 TK 재선의 김석기 의원이 선출됐다. 최고위 보궐선거를 치르는 혁신위원회는 당초 29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23일로 앞당겨졌다. 윤재옥 원내대표와 이만희 사무총장도 당 주류인 TK를 지역구로 두고 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총선을 앞두고 최고위원이 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다. 누구도 안 하려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김 대표와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의힘은 최근 총선기획단과 인재영입위원회를 출범하며 총선체제에 들어갔다.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시점도 앞당기며 체제 안정화에 나섰다.

한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김 대표가 더 내려놓기 어려워진 상황이 됐다"고 봤다. 그는 "혁신위가 처음부터 대안 없이 너무 막 질렀다"며 "지난 총선 때 중진을 그렇게 다 잘랐는데, 그래서 혁신이 이뤄졌느냐. 총선에선 이겼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미 효과가 없다는 게 드러난 방법을 혁신이라고 들고나와서 무작정 받으라고 하면 김 대표가 당사자인 걸 떠나서 설득력 떨어지는 일"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또 다른 중진의원은 통화에서 "김 대표가 정무감각이 있다면 자기 친정 체제를 만들어 놓고 불출마를 선언하며 반전 효과를 더 노릴 수도 있다"고 봤다. 그는 "김 대표 본인이 만든 혁신위에서 내놓은 권고안을 거스르면서 혁신 의지가 없다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며 "혁신위가 '같이 죽자'고 나온다면 큰 역풍이 불 것이고 지도부는 물론 당은 더 어려워지는 것"이라고 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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