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효 2년 만에 한·영 FTA 개정 협상 개시 선언
韓, 영국에 200억 파운드 투자…"금융시장 확대"
워킹홀리데이 5000명으로 확대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한·영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한영 FTA 개정 협상 개시를 공식화하고, 공급망과 경제금융, 과학기술, 에너지 등에서의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뉴시스 |
[더팩트ㅣ박숙현 기자]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은 22일(현지시간) 리시 수낵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무역 및 투자, 과학기술, 에너지 등에서의 양국 협력 강화 방안에 합의했다. 특히 이번에 양국 정상이 개시를 공식화한 한영 FTA(자유무역협정) 개정 협상이 마무리되면 세계6위 경제대국인 영국과의 교역 및 투자가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발효 2년 만에 FTA 개정 협상...통관절차 등 간소화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가 이날 채택한 '다우닝가 합의'에는 FTA 개정 협상에 대해 "기존 한-영 FTA가 체결된 이후에 무역정책이 변화해온 분야에서 기존의 합의사항들을 야심 찬 합의사항들로 개선하고 확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한-영 FTA의 현대화를 통해 공급망 회복성, 디지털 경제, 에너지 협력 등과 같은 새롭게 부상하는 무역 의제들의 중요성을 반영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영국이 유럽연합 탈퇴(Brexit)를 추진하면서 양국은 지난 2019년 8월 FTA를 체결했고, 2021년 1월 1일부터 발효됐다. 약 2년 만에 개정 협상에 나선 것이다. 이에 대해 최상목 경제수석은 순방 전 브리핑에서 "그 당시에는 급하게 맺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사이에 보완될 사항들이 있어 그동안 논의됐던 것을 반영을 하는 것"이라고 개정 시도 배경을 설명한 바 있다.
개정 협상에서는 기존 FTA가 상품‧서비스 시장개방 중심으로 구성됐던 것에서 벗어나 시장 접근 개선, 디지털 통상 규범 정립, 공급망 협력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수출비용 절감 등을 위해 양국 공급망을 고려한 완화된 원산지 기준을 도입하고, 디지털 기술 활용과 자유로운 국경 간 데이터 이전 등 디지털 무역규범을 정립하기 위한 국제공조 방안을 논의한다. 또 핵심 소재‧부품 등의 통관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양국 정부는 올해 말까지 분야별로 협상 준비를 위한 사전협의를 진행하고, 내년 1월 한국에서 제1차 공식 협상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한·영 FTA 개정 논의 활성화 등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와 영국 기업통상부 간 연례 고위급 회의도 열기로 했다.
FTA 협상과 별개로 양국은 반도체, 인공지능(AI), 사이버보안 등에서 영국과 경제안보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한-영 반도체협력 프레임워크'를 체결해 설계와 연구역량에 강점이 있는 영국과의 협력을 키우기로 했다. 또 '한-영 디지털 파트너십'을 출범해 통신공급망을 다변화하고 디지털 규범과 사이버보안 등 분야에서의 협력도 촉진하기로 합의했다. 아울러 첨단기술 관련 소재·부품·장비, 필수 의약품, 에너지 및 핵심 광물 등 공급망 회복 관련 논의를 위한 협의체 '한·영 공급망 대화'도 연내 설치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영국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한·영 합의문서인 '다우닝가 합의' 문서에 서명을 한 뒤 악수하고 있다. /뉴시스 |
◆'경제금융 대화 채널' 내년 가동...韓 기업, 영국에 32조 금융투자
양국은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 계기에 금융산업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먼저 거시경제 안정, 재정정책, 금융시장, 경제안보, 국제금융 등 분야에서 폭넓게 논의할 수 있는 '한·영 경제금융 대화체'를 내년 말까지 발족한다. 최 수석은 "양국은 거시경제 안정, 재정정책과 금융시장 및 경제 안보 등 다양한 이슈를 폭넓게 논의하여 높아진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과 경제안보 리스크에 공동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한 상호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투자협력 채널'을 각각 내년 말까지 구축하기로 합의했다. 최 수석은 "양국 정부 간 채널을 통해 양국에 투자 또는 진출하는 기업 및 금융기관에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고, 애로 요인을 해소함으로써 양국 기업과 금융기관의 투자와 상호 진출을 촉진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영국 정부는 우리 측 금융기관이 영국에 약 200억 파운드(약 32.5조 원)를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금융투자 성격으로, 우리 금융기관의 수익 창출 사업의 일종이라고 설명했다. 최 수석은 "영국이라는 런던시장에 우리 금융기관이 과거에는 적극적으로 참여를 하지 못했었다"면서 "영국 정부에서는 이번에 우리 금융기관들을 일일이 접촉해서 우리 금융기관 금융투자 자금을 유치하고, 이것을 이번 국빈 방문 계기에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융산업의 글로벌 시장 확대'라고 평가했다. 최 수석은 "글로벌 금융강국인 영국 정부의 공인 하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활발한 금융시장인 런던시장에 우리 금융기관들이 주요 협력 파트너로 본격 참여하게 돼 우리 금융기관들의 자금 조달과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물론 우리 기업의 수출과 해외 진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이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올해 3월 있었던 한국 외환시장 거래시간 연장 조치와 함께 금융시장 선진화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이번에 양국 정부가 금융협력 채널을 구축하면서 금융기업의 투자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우주·첨단바이오 등 과학기술, 원전·해상풍력 등 에너지 협력 강화
양국 정상은 미래 먹거리를 위해 우주, 양자, AI, 반도체, 바이오 등 첨단 과학기술 협력을 강화하기로 합의하고 관련 양해각서(MOU)도 다수 체결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AI, 양자 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이면에는 군사전략적 함의도 내포되어 있다"며 "AI와 디지털 기술을 퀀텀 활용 군사기술로 변환하게 되면 적 미사일의 발사 시도를 좌절시키거나, 미사일 탄두의 추진과 분리 과정에 오작동을 유발하거나, 미사일의 궤적에 영향을 미쳐 계획된 목표 지점의 타격을 무력화시킬 수 있게 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첨단바이오 분야에서는 합성생물학, 뇌과학, AI 기반 신약 개발 등 3개 분야에서 양국 연구기관이 공동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또한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원자력 및 해상풍력을 중심으로 청정에너지 협력도 늘린다. 우선 '한영 청정에너지 파트너십'과 '해상풍력 MOU'를 맺어 제3국 수출 등을 통해 청정에너지 보급을 가속화하기로 했다. 또한, 양국은 총 9건의 협력 MOU((정부 1건, 민간 8건)를 맺어 핵연료부터 원전 해체, 대형원전, 소형모듈 원자로 개발 등 원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최고 수준의 무탄소에너지 연대를 구축할 것으로 대통령실은 기대했다.
인적 교류도 확대한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 한·영 워킹홀리데이 참가자 연령 상한을 30세에서 35세로 상향하고, 대상 인원은 1000명에서 5000명 규모로 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