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동형 유지? 병립형 회귀? 위성정당 막으려면
입력: 2023.11.23 00:00 / 수정: 2023.11.23 00:00

민주당, '준연동형 유지해야한다'면서도 병립형 회귀 가능성 열어놔
김두관·이탄희 등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해야" 압박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선거제도 개편에 난항을 겪고 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김상훈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여야가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례대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서 선거제도 개편에 난항을 겪고 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법안심사제2소위원회에서 김상훈 소위원장이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내년 총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선거에 적용할 선거제도는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쟁점은 비례대표제다. 국민의힘은 병립형으로 회귀를 주장하면서 현행 준연동형이 유지될 경우 다시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당장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자는 입장이지만 당내 일각에서 병립형 회귀 주장이 나오면서 지도부는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선거제 개혁을 지지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위성정당 방지법'을 내놓으며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압박하고 있다.

21일 내년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도를 논의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가 4개월여 만에 열렸으나 비례대표제 개편 방안을 두고 여야 간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정개특위 2소위원장인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은 "여야 양당 지도부의 사전 협의와 정개특위 간사 간 합의를 거쳐 지역구는 소선거구, 비례대표는 '권역별 병립형'으로 하는 안을 각 당 의원총회에 회부하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탄희 민주당 의원은 "위성정당 방지법을 2소위 안건으로 하는 데에 여야 합의가 되질 않고 있다. 국민의힘이 반대한다는데 굉장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국민의힘은 위성정당 때문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위성정당 방지법은 왜 안 된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와 무관하게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는 제도다. 때문에 거대양당에 유리하다.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의석수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수를 배분한다. 지난 총선에서 도입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총의석수에서 지역구 당선자 수가 정당 득표율에 비해 적으면 부족한 의석의 50%를 비례대표 의석으로 채우는 제도다. 정당 득표율에 의석수를 맞추고 사표를 줄일 수 있고, 소수정당의 원내 진입과 거대양당의 과잉 대표를 막아 민의 반영에 좀 더 부합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런 이유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민주당·정의당 주도로 지난 21대 총선부터 도입됐으나 위성정당 출현으로 취지가 퇴색됐다.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미래한국당을, 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을 창당해 모(母)당은 지역구 후보만, 위성정당은 비례대표 후보만 내보낸 뒤 총선이 끝나고 흡수 합당했다. 21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의석 5개를 가져간 정의당의 경우 양당의 위성정당이 없었다면 7석을 더 얻었을 것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앞서 위성정당 방지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헌재는 지난 7월 전원일치 의견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결하면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초래한 위성정당을 두고는 제도 개선 필요성을 밝혔다.

헌재는 "21대 총선에서 거대 정당의 위성정당이 창당되어 비례대표 선거에만 후보자를 추천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다른 어느 때보다 양당 체제가 심화한 결과를 보여줬다"며 "선거법 제189조 2항의 의석 배분 조항이 무력화되지 않고 선거의 비례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거대 정당의 선거 전략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위성정당방지법 긴급토론회에서 김형철 한국선거학회장의 발제를 듣고 있다. /뉴시스
김두관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의원들이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열린 위성정당방지법 긴급토론회에서 김형철 한국선거학회장의 발제를 듣고 있다. /뉴시스

현재 국회에는 '위성정당 방지법'으로 불리는 공직선거법 개정안과 정치자금법 개정안이 여러 건 발의돼 있다. 크게 △지역구 의석 50% 이상 추천 정당의 비례대표 의석 50% 추천 의무화(민주당 민형배·박성준·이상민 의원안) △지역구 선거에 참여하는 정당은 정당투표용지에 표시(민주당 강민정·이탄희·정의당 심상정 의원안) △지역구와 비례대표 선거에 각각 5인 이상 후보자를 추천한 정당에 국가보조금을 지급(심상정 의원안) △선거 종료 2년 내에 '지역구 다수 정당'과 '비례대표 다수 정당'이 합당하는 경우 국가보조금 절반 삭감(이탄희 의원안) 등이 있다.

위성정당 방지법에 대해 민주당 내 의견은 엇갈린다. 거대양당 중 하나인 민주당은 병립형 비례대표제가 의석수 확보에 유리하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의 신당 창당 가능성을 언급하며 '비례 정당' 계획을 밝힌 것도 골칫거리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또한 지난 대선 당시 비례성을 강화하도록 선거법을 개정하겠다 약속한 바 있다.

정개특위 야당 간사인 김영배 민주당 의원은 21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여당을 설득해야 하는 입장이라 병립형에 대해 고민을 안 할 수가 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는"당 지도부 입장에선 현행 선거법 그대로 진행되면 또다시 위성정당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힘은 이번 선거법 협상이 안 되면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어서 민주당 입장에선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김영배 의원은 '위성정당 방지법'에 대해서도 국민의힘이 동의할 리 없다는 점을 들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여야가) 선거법 협상을 통해 해결하는 게 맞다"며 "(이 법을 야당이) 단독 처리한다 하더라도 (위성정당을) 막지 못하는 사태가 온다면 국민적 불신이 오히려 더 커진다"고 우려했다.

병립형 회귀 가능성을 열어두는 지도부에 맞서 선거제 개혁을 주장하는 민주당 의원들은 '위성정당 방지법 당론 채택'을 주장하며 압박에 나섰다. 김두관 의원 등 민주당 의원 52명과 2024정치개혁공동행동은 21일 '위성정당 방지법 긴급 토론회'를 열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함께 위성정당 방지법의 필요성과 당론 채택을 주장했다. 지난 15일에도 민주당 의원 30여 명은 위성정당 방지법의 당론 채택을 촉구한 바 있다.

김두관 의원은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위성정당을 만들었고 결과적으로 국민들께 심각한 정치혐오를 일으켰다"며 "당 지도부는 약속한 대로 위성정당 방지법부터 통과시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도 "민주당 지도부가 지난번에 공언한 것을 두고 왜 보채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민주당이 알아서 잘 해야지 왜 이런 토론회까지 해야 하느냐"고 꼬집었다.

이탄희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김상희 의원안과 정치자금법 개정안 두 가지를 패키지로 당론으로 채택을 요청하자"고 제안했다. 이번주 내 발의 예정인 김상희 민주당 의원안은 '지역구 100% 후보 추천 시 비례대표 47석 중 20% 후보 추천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김상희·이탄희 의원안의 당론 추진에 의견을 모았다.

법안 처리의 '키'를 쥔 민주당 지도부가 명확한 입장을 내지 않는 가운데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21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편집인 포럼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갔으면 좋겠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는 "위성정당 방지법을 통과시키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사후적 규제보다 사전적으로 위성정당이 나오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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