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재선 난항…'험지 출마론' 압박에 원희룡과 맞대결?
입력: 2023.11.23 00:00 / 수정: 2023.11.23 00:00

민주 비명계 중심 '이재명 험지 출마' 요구 지속돼
당 혁신·인적 쇄신 경쟁 걸려 부담…元 장관 계양을 출마설도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의 험지 출마론이 나오고 있다. 험지 출마를 시사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이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남용희 기자
더불어민주당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의 험지 출마론이 나오고 있다. 험지 출마를 시사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이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남용희 기자

[더팩트ㅣ신진환 기자]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이재명 대표의 험지 출마론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비이재명계'는 당 혁신과 솔선수범 등을 명분 삼아 이 대표 계속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 대표의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에 대선주자급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출마설까지 여권에서 확산하고 있어 이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의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비명계로 분류되는 이원욱 민주당 의원은 22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을 올려 "이 대표는 22대 총선 계양을도 무서워서 비례대표로 가려는가"라면서 "험지 출마를 통한 이 대표와 민주당의 결기를 보여주는 것이 곧 총선 승리 기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이 대표는 원 장관의 계양을 출마가 확정된다 해도 계양을에서 싸워볼 결심이 서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는 "원 장관이 '만일 총선에 임해야 한다면 국민과 당을 위해 필요한 일이라면 어떤 도전과 희생이라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하며, 인천 계양을 출마를 복선으로 깔았다"며 "이 대표와의 대결로 선당후사 정치인의 모습을 확고히 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했다. 원 장관은 인천 계양을 등판설에 확답하진 않았지만, 부인도 하지 않았다.

지난 대선 기간 '대장동 1타강사'를 자처하며 이 대표 저격수 역할을 맡았던 원 장관은 이 대표와 맞대결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견해다. 원 장관이 야권의 대표적인 대권 주자인 이 대표와 맞붙는다면 향후 대권을 노릴 수 있는 정치적 실익을 얻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의원은 "원 장관은 여권 잠룡으로서 입지를 탄탄히 하게 되리라고 예측된다"고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제주 출신이자 계양을과 아무 관계가 없는 원 장관이 (선거에서 이 대표에게) 지더라도 이긴 것과 다름 없다"며 "당을 위한 그의 헌신에 대해 당원의 전폭적인 지지 속에서 대선주자로서 지지율이 올라갈 것이고, 대선주자로서 위상이 더 높아질 것이다. 윤석열 정부에서도 국무총리 등 요직에 발탁될 가능성도 크다"고 전망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험지 출마를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 동력 마련에 힘을 보태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민주당의 총선 전략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남용희 기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내년 총선에서 험지 출마를 시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안정적인 국정운영 동력 마련에 힘을 보태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민주당의 총선 전략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남용희 기자

원 장관의 계양을 출마 가능성을 작게 보는 의견도 나온다. 친명계 중진 정성호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 출연해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이준석 전 대표에 비해) 지금 본인에 대한 주목도가 떨어지니까 관심을 받으려고 하는 것"이라며 "원 장관 입장에서는 당내 아무 세력이 없기에 (선거에서) 떨어지면 끝이다. 그렇기 때문에 철저하게 계산해 이길 만한 데로 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천 계양을은 민주당의 텃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분구 이후 첫 선거인 17대 총선부터 21대 총선 모두 민주당 계보를 이은 정당이 계양을에서 이겼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가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사직하며 지난해 치러진 보궐선거에서도 이 대표가 당선됐다. 2010년 18대 국회 보궐선거에서 검사 출신 이상권 전 의원의 당선이 유일한 보수당의 승리였다.

이 대표의 험지 출마는 양날의 칼이라는 시각도 있다. 계파색이 옅은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만약 이 대표가 계양을에 출마한다면 재선까지는 장담할 순 없어도 유리한 면이 있지 않겠나"라면서 "물론 (위증교사 혐의 사건) 재판이 변수로 남아 있지만, 이 대표가 험지에 출마한다면 총선 지휘에 여력이 부족할 수도 있다. 반대로 선당후사의 자세로 험지 출마를 택한다면 당 혁신과 (인적)물갈이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험지 출마론을 일축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내부에서 논의된 바 없다"며 말을 아꼈다. 앞서 당 전략기획위원장인 한병도 의원도 지난 17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표의 '험지 출마론'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친 바 있다. 그렇더라도 원 장관이 험지 출마를 시사한 것을 고리로 여당 내 중진 의원·'친윤'의 험지 또는 용퇴론의 불씨가 살아난다면 혁신 경쟁을 벌이는 민주당에서도 이 대표를 향한 '험지 출마론'이 분출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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