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답 없는 메아리'…與 혁신위, '속 빈 강정'으로 끝나나
입력: 2023.11.14 07:47 / 수정: 2023.11.14 07:47

'지도부·중진·윤핵관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에 무응답
최고위, 1호 혁신안 이후 의결 미루는 중


인요한(사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3일 윤핵관과 당 지도부와 중진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거듭 압박했지만, 당사자들은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도 당 지도부가 의결을 미루면서 혁신위의 권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새롬 기자
인요한(사진)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이 13일 윤핵관과 당 지도부와 중진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거듭 압박했지만, 당사자들은 뚜렷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혁신위가 내놓은 혁신안도 당 지도부가 의결을 미루면서 혁신위의 권위가 떨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출범 초 여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음에도 이후 이렇다 할 전향적인 반응을 끌어내지 못하면서 '속 빈 강정'으로 끝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연일 '당 지도부·중진·윤핵관(윤석열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 결단 촉구에도 당사자들이 침묵하면서다. 또, '비윤계' 이준석 전 대표가 신당 창당에 속도를 내며 인 위원장의 '통합' 행보도 무색해졌고, 혁신안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하고 있다.

인 위원장은 13일 윤핵관 등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거듭 압박했다. 인 위원장은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난주 당 지도부에 보고하는 혁신안에 중진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가 포함이 안 됐다"는 진행자의 말에 "권고사항이기에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역행하는 사람도 있다"며 "단도직입적으로 '우유를 마실래, 아니면 매를 좀 맞고 우유를 마실래' 이런 입장"이라고 밝혔다. '역행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진행자가 "예를 들어 장제원 의원이 버스 92대, 4200여 명의 회원과 산악회 행사를 가졌다. 장 의원도 역행하는 사람에 들어가는 건가"라고 묻자 "그 행동이 무슨 행동인지 아직 저도 잘 이해가 안 되고 있다"며 불쾌한 기색을 우회적으로 드러냈다.

인 위원장은 "자꾸 언론에서 누구를 지명하라고 하는데 대통령과 가까운 분, 또 영남 얘기는 다 했고 지도부 등 서울에 와서 수도권에 도움이 될 만한 사람들 얘기"라며 "모두 다 얘기한 것도 아니고 같이 능력 있고 힘이 있으면 힘을 보태자, 현명한 결정을 해라 이런 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 의원에 대한 질의에는 "그분도 잘 결정하리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혁신위 권고에 당사자들이 미온적인 반응을 이어가며 혁신위의 권위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 의원은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기념식에 다녀왔다"며 "경남 함양체육관에 버스 92대, 4200여 회원이 운집했다"고 전했다. 여원산악회는 장 의원의 지역 기반 외곽 조직으로 장 의원이 10여 년간 명예회장을 맡아왔다. 이로 인해 장 의원이 탄탄한 지역 기반을 드러내며 혁신위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를 우회적으로 거절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혁신위가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에도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 의원은 지난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 버스 92대, 4200여 회원과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기념식에 다녀왔다며 오히려 세를 과시했다. /장제원 의원 SNS 갈무리
혁신위가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요구에도 '윤핵관'으로 꼽히는 장 의원은 지난 11일 경남 함양체육관에 버스 92대, 4200여 회원과 여원산악회 창립 15주년 기념식에 다녀왔다며 오히려 세를 과시했다. /장제원 의원 SNS 갈무리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의 또 다른 대상인 당 지도부와 중진에서도 호응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김기현 대표(울산 남구을, 3선)는 지난 9일 "모든 일에는 시기와 순서가 있다"며 "급하게 밥을 먹으면 체하기 십상"이라고 말을 아꼈다.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갑, 5선)은 지난 8일 지역 의정 보고회에서 "대구에서 정치를 시작했으면 대구에서 마치는 것"이라며 수도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혁신위에서 공식 의결된 혁신안도 빛을 못 보고 있다. 혁신위는 지난 10일 '비례 당선권에 청년 50% 의무화'를 골자로 한 3호 혁신안을 의결해 오는 16일 당 최고위원회에 보고할 예정이다.

다만 당 최고위는 1호 혁신안 이후 나온 혁신안들에 대해 의결을 미루고 있다. 지난 2일 1호 혁신안인 '대사면'과 관련해 혁신위의 의결에 따라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등의 징계를 취소했지만 당사자들이 반발함으로써 모양새가 이상해졌다는 지적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통화에서 "우선 다음 달 24일 혁신위 활동이 종료된 뒤 혁신안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의결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인 위원장의 '통합' 행보도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 움직임을 보이며 무색해진 모양새다. 인 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이 전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했으나 이 전 대표는 거절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창당할 결심'에 대해 "지금 58(%)쯤 됐나 59(%)쯤 됐나 그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신당을 하고 싶은 거냐 전략이냐'는 질문에 "제가 1년 반 동안 당한 것을 생각해 보면 신뢰 자본이 없다. 뭘 한다 한들 신뢰할 수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준석 전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혁신위를 향해 타겟을 명확히 잡으라며 윤핵관과 호소인들을 정계 은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취임 후부터 이 전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했으나 이 전 대표는 혁신위가 실천할 의지가 있느냐며 거절해 왔다. /이새롬 기자
이준석 전 대표는 13일 페이스북에 혁신위를 향해 "타겟을 명확히 잡으라"며 "윤핵관과 호소인들을 정계 은퇴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23일 취임 후부터 이 전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했으나 이 전 대표는 "혁신위가 실천할 의지가 있느냐"며 거절해 왔다. /이새롬 기자

인 위원장은 이날 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많이 아파하고 있다. 많이 분노에 차 있고 많이 힘들어한다"고 했다. 그는 "(이 전 대표 신당 창당이) 아직도 100% 미지수라고 믿고 싶다"며 "아직도 여러 통로를 통해 손을 내밀고 있다. 본인을 위한 것이 아니고 우리를 위한 것도 아니다. 좀 참아달라, 재고해달라 지금도 요청하고 있다. 이 방송에서도 요청한다"고 했다.

혁신위가 핵심을 빗겨나가며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장성철 공감과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통화에서 "혁신위가 실질적인 변화는 끌어내지 못하고 말만 하고 있다. 한마디로 '속 빈 강정'"이라며 "혁신위가 권위를 가지려면 혁신위 말에 당 지도부가 전폭적으로 수용하고 처리해야 하는데 지금 거부하는 모양새가 됐다"고 짚었다.

그는 "인 위원장이 유승민 전 의원 등 여러 사람을 만나고 있는데 그 사람들의 생각과 판단을 혁신안에 잘 녹여냈냐"며 "처음부터 윤석열 대통령, 당정관계 등에 '할 말이 없다'고 한 순간부터 혁신위의 존재 가치는 사라진 것"이라고 혹평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이날(13일) KBS 라디오 '최강시사'에서 "혁신안을 내놨다고 하는 여러 가지를 볼 때 그것이 일반 국민의 느낌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일반 국민의 피부에 느끼지 않는 얘기를 아무리 던져봐야 별로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런 것을 함으로 국민이 감동할 것이라는 판단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는 '핵심은 윤핵관'이라고 짚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동력이 떨어져 가는 혁신위원회가 타깃을 명확히 잡고 윤핵관과 호소인들을 정계 은퇴시키는 것에 주력해야 한다"며 "윤핵관과 호소인들은 그냥 사라져야지 뭘 이 사람들이 수도권에 오는 것이 구국의 결단인 양 포장해 줄 필요도 없다. 이들은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수위가 다 다르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이걸 자꾸 뭉뚱그려서 전부 '수도권 출마'라는 형태로 징벌적 조치(라고 쓰고 낙하산용 자리 확보라고 읽는다)를 하려고 하는데 그래서 문제"라며 "윤핵관과 호소인들은 그냥 당과 국정 말아먹은 책임을 지고 정계은퇴하라"고 쏘아붙였다.

p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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