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링컨 "美 대외 정책 주안점은 인도·태평양 지역"
김건희 여사 오찬 참석 무산된 듯
윤석열 대통령은 9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관저에서 오찬을 했다. 지난 2023년 4월 27일(현지시간) 워싱턴DC 미 국무부에서 열린 국빈오찬에서 블링컨 장관 내외와 인사하는 모습. /대통령실 제공 |
[더팩트ㅣ용산=박숙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약 3년 만에 방한한 토니 블링컨(Antony Blinken) 미국 국무장관과 오찬했다. 이 자리에서 양국은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인도·태평양 전략의 중요성과 굳건한 한미 동맹 관계를 재확인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블링컨 장관을 한남동 관저에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서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윤 대통령은 블링컨 장관의 방한을 환영하며, "북한·북핵 문제, 우크라이나 전쟁과 함께 중동정세 불안으로 미국의 리더십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시점"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핵심 가치를 수호하고, 규칙 기반의 국제질서를 공고히 하기 위해 미국과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미국 대외 정책의 주안점은 인도 태평양 지역에 맞춰져 있다"면서 "역내 핵심인 한국과의 동맹, 전략적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해 나가고자 한다"고 덧붙였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가자지구 재점령' 문제로 번지며 중동 지역 정세가 악화한 가운데, 블링컨 장관은 이스라엘과 요르단, 터키 등 중동을 방문한 뒤 일본을 거쳐 전날(8일) 오후 방한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미국 외교수장의 방한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링컨 장관은 문재인 정부 시기인 2021년 3월 한차례 방한한 바 있다.
윤 대통령과의 오찬 이후, 한미 외교 장관은 이날 오후 2시께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1시간가량 회담을 가졌다. 이를 통해 두 장관은 북러의 무기 및 정찰위성기술 지원 등 군사협력에 대한 우려에 공감했고, 제재 조치 등 대응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북러 밀착 움직임에 대해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강조했다. 오는 11∼17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에 열릴 것으로 보이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한미가 대중국 메시지를 조율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오찬에는 우리 측에서는 박진 외교부 장관, 조태용 국가안보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김은혜 홍보수석, 이충면 외교비서관이, 미국 측에선 필립 골드버그(Philip Goldberg) 주한미국대사, 대니얼 크리텐브링크(Daniel Kritenbrink) 국무부 동아태차관보, 매튜 밀러(Matthew Miller) 국무부 대변인 등이 함께 참석했다. 당초 대통령실은 이번 오찬에 김건희 여사도 참석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간 민감한 외교·안보 현안을 논의하는 자리에 영부인 참석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