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법조인 생활…정치 계기는 '세월호 참사'
'친명'? 전 '친 민주당'…송파살이 28년, '풀뿌리 민주주의' 실천할 것"
송기호 더불어민주당 서울 송파을 지역위원장은 "출생지는 아니지만 송파는 제가 오랜 시간을 살아온 곳이다. 우리 정치가 지향해야 하는 지향점은 '풀뿌리 시민정치'"고 말했다. 송 위원장이 지난 7일 <더팩트>와 인터뷰에서 답변하는 모습. /송파=장윤석 기자 |
[더팩트ㅣ송파=송다영 기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를 지켜본 변호사는 '정치'를 결심했다. 변호사로 20년을 보낸 송기호 더불어민주당 서울 송파을 지역위원장 이야기다. 그는 1963년생 전남 고흥 출생으로 서울대학교 무역학과를 졸업해 농업·국제통상 분야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다. 결혼 후 터를 잡은 이후 28년 넘게 송파구에 살고 있다. 현재는 민주당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총괄대책위원회 정책기획본부장과 이재명 대표의 법률특보(특별보좌역) 등을 역임하고 있다.
송 위원장은 5개월 여 남은 제22대 총선에서 송파을(석촌동, 삼전동, 가락1동, 문정2동, 잠실본동, 잠실2동, 잠실3동, 잠실7동) 지역에 출마할 예정이다. 이른바 '강남 3구'인 송파는 보수 지역세가 강해 민주당의 험지로도 불린다. 현역 의원은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다. 송 위원장은 지난 2017년에 송파을 지역위원장을 맡은 이후, 2018년 재·보궐 경선에서 최재성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게 고배를 마시면서 평당원으로 백의종군했다. 송 위원장은 지역위원장으로 일한 지 만 2년이 되어간다며 "생물학적으로는 아니지만, 정치적으로는 '신인'이라 볼 수도 있다. 신인의 느낌이 나지 않나" 물으며 기자에게 웃어 보였다.
송 위원장은 최근 세월호 참사 당시 책임자로 거론된 해경 전 지휘부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송 위원장은 "법리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대법원이 지나치게 일반론적인 형사 법리 차원에서 '자기책임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장윤석 기자 |
<더팩트>는 정치권의 관심 지역구로 떠오는 송파을 출마를 예정하고 있는 송 위원장과 7일 오후 석촌호수 인근 카페에서 약 60분 인터뷰를 진행했다. 약속 시간 10분 전 나타난 송 위원장은 오른쪽 옆구리에 두꺼운 일기장과 책 한 권을 끼고 나타났다. 일기장에 무슨 내용을 적는지 물으니 "정치를 시작하고 나서부턴 잊지 않으려고 메모를 습관화했다"라며 몇 장을 보여줬다. 일기장은 이재명 대표가 최고위원회 발언에서 언급한 '3% 성장률', 지역에서 만난 인사의 이름 세 글자 등 까만 글씨들이 한 페이지를 가득 채운 모습이었다. 송 위원장은 "자기 전에도 읽어보고 주말에는 한 주를 정리하는 마음으로 읽어본다"고 말했다. 그는 야외에서 인터뷰가 진행되는 도중 "잠시 실례하겠다"며 석촌호수를 걷던 주민에게 먼저 다가가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꼼꼼히 메모를 남기고 밤낮으로 복기하던 일기장의 효과를 톡톡히 본 순간이었다.
20여 년간 변호사로 활동하던 송 위원장이 정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때문이다. 송 위원장은 참사 당시 무력한 국가에 대한 좌절과 분노를 느꼈다고 기억했다. 그는 "열심히 공부도 하고, 군대도 다녀오고 농민 운동도 하며 열심히 살아온 삶이라고 생각했는데 참사 이후 나의 모든 삶이 부정당하는 것 같았다"라며 "수학여행 가는 아이들의 안전조차 지킬 수 없는 사회를 보며 '이대로 그냥 둘 수 없다'는 마음이 들어 정치를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20여 년 변호사로 일했고,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정치인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송파 지역에는 28년 거주했다. /장윤석 기자 |
최근 세월호 참사 당시 책임자로 거론된 해경 전 지휘부가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은 것과 관련해서도 송 위원장은 "법리적으로 올바르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대법원이 지나치게 일반론적인 형사 법리 차원에서 '자기책임원칙'을 적용한 것으로 생각한다"라며 "참사 당시 충분히 구조할 수 있는 상황에서 희생자들을 구조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더 많은 책임과 권한이 있는 사람에게 '엄격한 책임'을 묻는 것이 오히려 '자기책임원칙'에 부합한다"라고 꼬집었다.
민주당의 험지인 송파을에 출마하는 이유를 묻자 송 위원장은 "저에게 송파는 제가 사는 곳이지, 험지가 아니다"라며 입을 뗐다. 그는 "송파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시민이자 민주당원으로서 지역을 바꿔나가는 활동을 하기 위해 출마를 결심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 위원장은 "출생지는 아니지만 송파는 제가 오랜 시간을 살아온 곳이다. 우리 정치가 지향해야 하는 지향점은 '풀뿌리 시민정치'라고 스스로 생각하는데, 송파에서 살면서 촘촘하게 지역 사회 발전을 위한 활동을 닦아온 데서 저만의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 인근 카페에서 <더팩트>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답변하는 송 위원장. /장윤석 기자 |
(석촌호수 제외) 송파을 '최애(가장 애정하는) 장소'를 소개해달라고 하자, 송 위원장은 올림픽 훼미리아파트 근린공원과 석촌동 백제고분을 꼽았다. 주거지 인근인 근린공원을 아침저녁으로 걸으며 자신의 몸과 마음을 지킨다는 송 위원장은 산책을 할 때마다 '살기 좋은 송파'를 체감한다고 했다. 또 백제고분을 설명할 땐 "옛날엔 이곳이 천문 관측 장소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 정도로 하늘이 뻥 뚫려있다"며 "백제의 유적도 있어 역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곳이다. 송파는 역사와 지역문화가 어우러져 더 아름다운 공간이라는 생각을 한다"고 자랑했다.
송파을은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히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박 전 비대위원장과 내부 경선을 치를 가능성이 있는 것과 관련해 송 위원장은 "당원으로서 개인의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것과는 별개로 '풀뿌리 민주주의' 시각에서 본다면 박 전 비대위원장이 송파 지역을 얼마나 잘 아는가를 먼저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 청년 박 전 비대위원장이 단지 같은 여성 청년 배현진 의원을 의식해 송파을을 출마의 기준으로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은 '여의도식 중앙 정치'다. 이런 정치는 본인이 가장 신랄하게 비난한 기성 정치인의 문법이다. 이 지역의 송파구민의 시점에서 먼저 바라봤어야 한다"고 비판했다.
송 위원장에게 '본인이 친명(이재명)이라 생각하나'라고 질문하니 "(따지자면)친 민주당"이라는 반응이 먼저 돌아왔다. 그는 이 대표 중심 민주당 내 활동에서는 열심히했다고 자부한다고 밝혔다. /장윤석 기자 |
총선을 앞두고 최근 원외 출마 예정자 중에서는 자신이 이 대표와 친하다는 '친명(이재명)계'임을 내세우는 인물도 적지 않다. 이 대표의 법률특보인 송 위원장에게 '본인은 친명인가'라고 물으니 "저는 '친 민주당'이다"라는 대답이 먼저 돌아왔다.
그는 "선거를 앞둔 시기에 '친명'이라고 했을 때 짧은 유리함도 있겠지만, 더 근본적인 시대정신은 '친명·비명'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물론 이 대표의 대표직 출마 여부부터 최근 당내 검찰독재대책위원회 활동까지 당 대표를 중심으로 윤석열 정권에 맞서 싸운 활동을 친명으로 본다면, 열심히 해왔다는 자부심은 느끼고 있다. 하지만 친명이냐 아니냐를 넘어서서 시민들이 바라는 절박한 문제부터 해결하는 정치인이 되겠다는 다짐이 먼저"라고 말했다.